33-영등포의 삶

[스크랩] [환풍구 추락]

영등포로터리 2017. 10. 18. 12:26

[환풍구 추락]

연전에 인기연예인들의 공연을 관람하느라 환풍구에 많은 사람들이 올라갔다가 환풍구가 사람들의 중량을 견디지 못하여 건물 지하로 추락을 한 사고가 있었다. 우리 시대가 안보 및 안전불감증을 말하듯이 많은 사람들이 안전과 안보에 아직도 별 흥미가 없는 것 같다. 일전에 미국의 라스베가스에서 공연을 즐기는 대규모 군중을 향해서 유사 자동화기로 사격을 가해 많은 목숨을 앗아간 사건이 있었다.

이 두 사건의 유사성은 피해자 모두가 예측 가능하지 못한 상황에서 변을 당한 것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은 그야말로 황당하기 짝이 없는 사건이다. 사후약방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고가 나면 재발방지를 위하여 사람이나 기관이 반응을 하게 마련이다.

미국의 총기사고야 오랜 관습과 문화에 의한 것이며 총기소지의 자유화라는 정책 때문에 쉽게 풀 수 조차 없기는 하지만 그것은 남의 나라 문제이고 우리가 어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므로 그렇다치지만 우리는 환풍구 추락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자 아마도 전국에 있는 환풍구 주변에 담을 쌓았다. 그런데 담을 투명한 재질로 했는지 아니면 반투명에서 불투명한 재질로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담장을 치므로 해서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일에는 성공을 한듯하다.

그러나 멍뚫린 가슴마냥 담장의 윗면은 환풍을 위해 터져 있음이 마땅한 구조이다. 그런데 그런 환풍구 안으로 사람들은 자신들이 들고 다니기에 불편한 쓰레기들을 버리는 모양이다. 오늘 우연히 강남의 테헤란로를 걷다가 본 환풍구의 모습은 쓰레기통의 시작 같아 보였다. 물론 그것을 치우는 이들은 열심히 치우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 장면을 바라다 보는 마음 한구석은 허망함과 파렴치함을 느낀다.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쓰레기를 굳이 그 담장 넘어로 꼭 던져 넘겨야 했을까?
정말 환풍구의 추락만큼 공중도덕이 추락해 보이는 듯하였다.

2017.10.18/물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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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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