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영등포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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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로터리 2017. 10. 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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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아닌 척하는 하나가 아픈 몸을 끌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것이다. 또 하나가 있다면 마음은 훌쩍거리는데 애써 강한 척하는 것이 그것일 게다. 아직 손녀랑 낯설음을 해소하지 못했는데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못내 아쉬웠다. 마주 앉아 이 할아버지가 장난을 걸면 손녀가 웃고 재미있어 하는데 안아주고 싶어 손을 벌리면 제 엄마나 할머니 다리나 등 뒤로 숨는다. 그렇다고 더 있을 수도 없고 아쉬운 마음에 짧은 이틀의 여행을 위하여 주섬주섬 여장을 다시 꾸린다.

2001년 1월인가 미국 CT에 아들녀석을 학교에 떼어놓고 돌아서는데 정말 마음이 안좋았다. 그 녀석도 마찬가지였지만 호텔방으로 돌아와서 너무 힘든 나머지 저녁에 Hartford 시내의 한국식당을 찾아가서 혼자 소맥에 흠뻑 취해버린 적이 있었다. 사실 그 다음부터는 웬만한 이별은 이별이 아니었다. 그런데 다시 딸과 손주들과의 이별이 눈앞에 온 것이다.

"우리 딸 한 번 안아보자~!!!" 하고 아직 몸도 다 못푼 딸아이를 안았다가 주머니에 있는 동전 한닢까지 다 털어주며 손녀 진짜 생일이 되면 맛있는 것을 사주라고 하고 돌아서서 엘리베이터를 타며 건강하라고 하는데 그래도 부모자식 간이라 마음이 아픈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하긴 이별이란 늘 그런 것이다. 그래도 제 남편과 자식이 있고 산관을 하느라 제 엄마가 며칠 더 같이 있을 것이니 그나마 좀 낫다고나 할까!!!

다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사위랑 작별을 하고 check-in을 한 다음 출국심사를 받고 출국장으로 나오니 벌써 ANA 비행기가 대기하고 있음을 본다. 대략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4~5년 만에 방문한 것(3년 전에는 프라하에서 바로 뒤셀도르프로 환승을 했으므로)으로 생각이 된다. 입국시에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느꼈는데 출국대기장은 분위기가 좀 바뀌었음을 본다. 가장 큰 변화는 탑승터미널의 둥근 벽을 이용하여 거의 360° 벽면에 와이드스크린을 설치하여 "독일의 모습"과 "공항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장치가 생겼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변화는 민망한 이야기지만 남자화장실의 소변기 앞에 거울을 달아놓은 것이다. 참 의아스런 일이다. 본인이야 그렇다치지만 소변을 다보고 나오면서 흘낏흘낏 보게 되는 다른이들의 뒷모습과 거울에 비친 그의 앞장면은 정말 남사스럽기 짝이 없다. 왜 독일은 이런 변화를 시도했을까? 혹시 테러방지용일까? 하여튼 민망하지만 재미있기도 하고 의아스럽기도 했다.

출발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탑승을 하고 장장 11시간 가량 감상할 영화를 고르느라 온힘을 쏟는 사이에 비행기는 이륙을 하고 있었다. 책자를 보면 설명이 영어와 일어로 되어 있어 해독은 가능한데 설명이 너무 짧아 전체적인 의미파악이 잘 안되었고 시스템에서 확인하려니 영어, 일어, 스페인어, 독일어, 프랑스어, 한자(간자체와 정자 두 종류)로 되어있지만(이것도 국력의 차이임) 몇개의 버튼으로 조작하다보니 한없이 번잡스러워 의미를 파악하기에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간단하게 이 구간에서 본 영화 중 두 편을 소개한다.
하나는 "에브리띵에브리띵(everything everything)"이다. 내용인즉 아들과 딸을 둔 흑인부부가 있었는데 딸인 주인공과 의사인 엄마의 이야기였다. 아빠와 오빠가 오래전에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엄마가 딸마져 죽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딸의 사소한 병인을 "면역력 영구결핍증"으로 확대인식한 나머지 딸을 어려서부터 외부와 멸균차단된 집에서 키운다. 하지만 대학생 나이가 되어 이웃에 이사온 남자친구에게 창문 넘어로 애틋한 사랑을 느끼면서 그 멸균차단 및 억압된 집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게 되며 결국은 자신이 그런 환자가 아님을 알게 된다. 영화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부모의 과잉보호로부터 독립된 인격체인 자녀의 해방을 그린 것을 스크린 메시지로 한다.
또 하나는 "더써클(the circle)"로서 한 젊은 여성이 it회사에 취업을 해서 승승장구하지만 그 회사의 제품인 cctv camera에 의하여 자신과 직원이 감시를 당하고 모든 사생활이 노출되어 프라이버시를 강탈당하는 현실을 고발한 영화로서 정보통신기술이 컴퓨터 및 시스템 기술과 결합될 때 일어날지도 모르는 위험인자를 사전에 걸러내보는 것이 스크린 메시지였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영화의 사회적 기능은 거대하며 파괴적이다. 물론 영화이므로 허구가 개입될 수도 있다. 하지만 허구도 진실에 기반을 두지 않으면 그것은 사회악이 된다. 앞에서 소개한 두 영화의 소재가 사실일 수도 있고 개연성에 기반한 허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허구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날조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인 의미를 시청자에게 각인시키는 작용을 한다. 영화가 시청자의 분노를 자아내지만 이념이나 이해관계에 의거하여 사회의 일반시민을 사분오열시키거나 선동하지 않고 오히려 혼돈된 사회문제를 해결의 장으로 유도한다. 비록 한 편의 영화이지만 사회문제를 제시하면서 사회를 통합시키는 방향으로 영화의 기능을 작동시킨다. 물론 그것의 자양분은 시대의 지성인 "작가의 양심"일 것이다.

11시간 내내 내가 앉은 줄의 서빙을 담당한 스튜어디스는 일본인과 독일인 여성이었다. 우리나라 여승무원 만큼 친절하고 세련되어 부지런히 음료, 식사, 면세품 판매, 안전보호, 각종 안내 등등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했다. 이 일본인 승무원을 보면서 느낀 점은 마치 영화배우 같다는 점이고 독일인 승무원은 매우 풍만하여 푸근함을 주었다. 어느 항공이나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일본 승무원이 오면 영어로 해야 상대가 좀 긴장하는 것 같았고 서양인 승무원이 오면 일본말로 하는 것이 내게는 효과적일 것이다. 독일인 승무원에게 일본말로 하니 내 실력과 비슷하여 오히려 소통에 편리했다.

비행기가 하네다 공항에 내리기 위하여 기수를 바다쪽으로 돌렸다가 육지방향으로 활주로에 접근한다. 비행기 외부를 촬영하는 기능이 있어 착륙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으려했더니 정작 착륙시에는 그 서비스가 중단되어 아쉬웠다. 전에는 실내 모니터로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려앉는 장면을 보여준 항공사가 있었다. 아마도 AA, NW, UA중 하나였을 것 같은데 테러때문인지 아니면 심리적인 문제인 모르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하네다에 착륙하여 환승(transit)을 위해 또 다시 검색을 받고 도꾜발 김포행 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하네다 공항은 나리따 공항의 개항 전에 일본의 관문이었다. 하네다에서 뜨는 비행기는 김포공항을 향하지만 축소된 김포공항보다는 그의 규모가 커보인다. 일본은 동서남북으로 펼쳐있는 도서까지 감안하면 매우 영토가 넓은 해양국가이다. 일본과 중국을 극복하려면 제주를 우리의 전진기지로 삼아 경제적, 지리적, 군사적 요충지로 잘 활용을 해야한다. 이것은 내가 일본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으로 우리의 국가적 미래를 고려할 때에 매우 핵심적인 중요한 요소이다.

2017.10.04/물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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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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