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看病人)과 보호자(保護者)]
내일이면 어머니가 치매(癡呆)로 요양병원에 입원한지가 만 3년이 된다. 치매라고 인지한 것은 그 보다 몇 달 전이기는 하지만 지금 생각을 해보니 시름시름하신 것이 그 징조를 보인 것은 훨씬 전이라고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지자체별로 설립된 치매지원센터에서 경로당을 찾아와서 치매검사를 해주고 갔고 통지된 결과서를 보면 정상으로 되어 있어서 그다지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2014년 봄에 치아가 많이 상해서 어머니가 치과를 찾아갔으나 의사가 보호자를 동반하라고 하여 내가 가서 본 이후, 치료를 한 다음에 어머니는 기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출근길에 어머니를 찾아뵐 때면 안타까워서 인근 가정의학과에서 모시고 가 영양제를 놓아드렸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런 어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10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찾고 40년 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마실을 가셨는데 이 어두운 밤에 어떻게 집으로 돌아오느냐고 하는 말을 듣고 나는 아연실색(啞然失色)을 했다. 그렇게 입원을 해서 인지기능 검사를 하니 그 능력 역시 땅바닥이었다. 의사는 치매약을 처방했고 기력이 회복이 되어 다시 집으로 모셨지만 그 증상은 점점 심해지면서 누군가가 지키고 있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나의 집 근처 요양병원으로 모신지가 벌써 3년이 흘렀다. 그동안에 치과 치료와 전해질 부족, 골절 그리고 급성염증으로 외부 종합병원으로 검사와 치료를 반복하면서 어머니의 인지기능은 물론 치아, 외과적 기능은 이제 누어서 지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엉망이 되고 말았다. 좀 더 편안하게 모실 수도 있었겠다하는 회한이 서려 마음 시리지만 이제 어머니의 삶은 추락할 대로 추락을 해서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이 된다.
지난 3년간 어머니가 벌여온 순간순간 병리적 어려움과 망각(忘却)이라는 화신(禍神)과의 싸움을 생각하면 처절하기 이를 데가 없고 비할 데가 없다. 물론 여러 가지 형태의 여건이 변화무쌍하게 흘러갔지만 그 중의 하나가 간병인과의 관계이다. 그리고 보면 참으로 여러 간병인이 어머니를 돌보다가 가고는 했다. 요양병원이 신설 병원이라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초기에는 간병인의 근무기간이 2달 남짓했다.
사실 요양병원의 간병인을 보기에 어려움이 많다. 그래도 움직임이 가능한 노인환자들의 경우에는 그 나마 스스로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서 용변을 보기 때문에 간병인의 노동이 경감되지만 중증의 환자가 될수록 간병인의 역할과 노동의 강도는 커져간다. 보통 간병인 혼자 감당하는 환자의 수는 6명 +/-1명 정도 되지 않을까하는데 수족이 불편하고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환자가 많을 경우에는 간병인이 눈코뜰새 없이 바빠서 정신이 거의 없어진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게다가 환자 대부분이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없는 상태라면 간병인이 6명의 환자를 real time으로 scanning을 하면서 time sharing적 food feeding을 해야 한다.
아무리 3D job에 종사를 한다고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3년 동안 수많은 간병인을 받고 보내왔지만 거의 전부가 중국동포 간병인이고 한국인 간병인은 대근자로서 딱 한 번 경험을 했다. 그들 사이에도 간병기술의 경쟁이 있어 나름대로 시장논리가 작동을 한다. 그들은 서로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여간 걸쭉한 연병사투리의 동포여인도 있고 말투가 거의 우리와 유사한 흑룡강성 출신의 간병인도 있다.
내가 보기에는 여기에도 갑을관계가 있다. 쉽게 말해서 불편하거나 불만스럽다고 해도 그에 대하여 무어라 하면 그 작용에 대한 반작용이 고스란히 내 부모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인식이 작용한다. 그것은 어찌 보면 새로운 갑을관계이다. 그들이 무엇인가 현실이 못마땅하여 자신들의 조장이나 현직 간호사들에게 항의하는 방식으로 심통을 부리거나 큰 소리로 불평불만을 털어놓을 경우에는 솔직히 불안하기조차 하다. 말 못하고 수족이 불편한 환자인 내 부모가 얼마나 불안하게 느낄 것인가 하고 말이다. 물론 간병인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대부분 나름대로의 책무를 다하려고 노력을 하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지난 3년 간 기억에 크게 남는 간병인이 2명이 있다.
한 사람은 하얼빈에서 온 사람으로 나이가 60대 초반 쯤으로 보였다. 아마도 우리나라를 들어와서 간병인 생활로 처음 직업을 가진 것 같았다. 처음에는 좀 서툴렀지만 그래도 8개월 정도 일을 하면서 매우 일솜씨가 능숙해졌다. 그 사이에 어머니가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가 되어 떠먹이는 일을 하느라 아주 고생이 많았다. 내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상태가 심상치 않아 종합병원으로 이송을 하여 치료를 했더니 전해질 부족이라 하여 해당 주사액을 주입하니까 회복이 되어 오히려 전보다 더 활발하게 움직이게 되었다. 그 바람에 어머니가 혼자 병원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 간병인 찾으러 나갔다가 간병인이 발을 다쳤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병문안을 갔다가 나는 간병인으로부터 다짜고짜 “나는 이 할머니 볼 수가 없어욧!!!!”하는 항의를 받았다. 나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내가 환자를 병원에 맡겼지 간병인에게 맡겼던가? 간병인이 그러면 날 보고 어쩌란 말인가? 환자가 건물 밖 도로까지 나가도록 간병인이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하고 더러운 내 성격이 발동을 했다. 나는 화가 난 표정으로 굳게 다문 입으로 병실을 드나들었지만 다친 다리에 대한 위로의 말을 며칠 만에 했다. 그렇게 그 간병인은 그래도 얼마 간 더 근무를 하다가 말없이 떠나 버렸다.
몇 번의 대근자들이 들낙날락거리다가 새로운 간병인 왔다. 이 간병인은 50대 중반으로 비교적 젊은 여인으로서 여느 간병인과는 달랐다. 본인의 말로는 원래가 한국인인데 홍콩으로 일을 보러 갔다가 중국동포를 만나 결혼을 하여 중국에서 살다가 나왔기에 법적으로는 중국동포지만 사실상 한국인인 여인이었다. 이 간병인도 앞전의 간병인만큼 장기간 일을 하였다. 그 사이에 어머니는 팔뼈가 골절이 되어 손을 짚지 못하다가 보니 걷는 기능이 퇴화되어 지금은 누워 지내며 대소변도 다 받아내야 하는 상태가 되었고 기억의 폭이 좁아져 내가 몇째 아들인지를 기억하지 못한다. 나는 보호자였지만 거의 날마다 병문안을 가다가 보니 인간적으로도 많이 친숙해졌다. 얼마 전에는 급성방광염증이 오고 혈압이 60까지 떨어져서 인근 대학병원으로 응급이송을 하여 겨우 숨을 돌려놓았고 그런 과정을 모두 지켜본 간병인이 세세하게 간병을 해주었다. 그래 그런지 어느 날 병실을 들렀을 때 그 간병인이 없고 다른 간병인이 있으면 대근자일까 아니면 간병인이 바뀌었을까를 궁금해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를 불식(拂拭)시키면서 상당히 오랜 기간 간병을 해주었다. 그 사이에 그 간병인도 몸이 아파서 주변에 안타까움을 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간병인으로부터 그가 완전히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는 말을 들었다. 왠지 모르게 한 편 섭섭했다. 그래도 장기간 동안 어머니에게 살갑게 대해주고 환자의 상태를 잘 파악하고 있어 안심을 했었는데 말이다.
간병인은 직업이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를 어떻게 느끼는지 모르지만 환자를 맡긴 보호자는 환자의 상태를 잘 아는 간병인이 오래도록 보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가면서 간다는 말을 하지 않고 가버린 그 간병인이 서운하기도 하지만 한 편 밉기도 하다. 물론 병원에는 간병인만 있는 것이 아니고 간호사도 있고 의사도 있으며 밥을 지어주는 조리사와 영양사도 있다. 그래서 솔직한 마음이 그들 모두에게 감사를 드린다. 어찌되었든 그녀가 가고 몇 명의 대근자들이 반복하여 근무를 하더니 지금은 나이가 좀 있는 간병인이 어머니 옆 침대에서 잠을 자면서 할머니들을 돌보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60대 중반의 할머니 간병인이다. 골다공증으로 인하여 다리가 조금은 굽은 것으로 보아 할머니가 좀 더 늙은 할머니 환자들을 돌보는 것이다. 그 간병인도 항상 건강하고 즐겁게 일을 하면 어서 빨리 여러 할머니 환자들의 특성을 파악하여 오랫동안 잘 돌보아 주기를 기원한다. 정말 세상에는 애달픈 일들이 너무나 가득하다.
2017.06.29/나무 위에 올라가서 기다리면 다시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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