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안전의식과 행동요령]
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위급하거나 응급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한 상황은 대부분 자연재해나 화재발생, 교통사고 등이 되지 않을까 한다.
예를 들어 시외버스를 타고 산길을 내려가다가 브레이크가 파열되었다거나 시내를 달리는 시내버스의 운전기사가 정신이 나가 고속으로 질주를 하는 경우에서부터 은행에서 돈을 찾고 있는데 무장강도가 들어와 총을 난사하는데까지 각양각색의 상황이 있을 것이다.
오늘 근무하는 건물에서 갑자기 화재경보가 울렸다. 그리고 천정에 부착된 스피커로부터는 우리 말과 영어로 화재가 발생했으니 비상통로를 이용하여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이 지속적으로 송출이 되었다. 사실 우리가 살면서 화재경보기의 오작동을 가끔 경험한다.
그래서 그러한 것일까?
때마침 어머니가 요양입원 중인 병원의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가방을 들고 막 사무실을 나서려는 순간이었다. 복도를 나오니 방송은 지속이 되는데 각 입주사 직원들이 방문을 열고 무슨 일인가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이 목격되었다. 그런데 참으로 그 광경이 이해가 어려웠다.
그 이유는 모두가 전원을 차단하고 우선 대피를 해야 할 상황인데 무엇이 궁금해서 고개를 내밀고 있을까 하는 것이다. 아니 그런가? 그리고 생각해보니 비상통로가 어딘지 나도 알고 있지 못함이 떠올랐다. 우선 관리실에 확인을 해보라고 말을 한 뒤에 나는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하여 밖으로 나왔다.
1층 계단을 내려오는데 무엇인가 매캐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지하 4층에서 공사를 하면서 용접을 하는데 연기가 많이 나서 일어난 소동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 보면 그것은 오작동이 아니고 정상적인 경보의 송출이었다. 그것이 현실이었다면 그 건물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어찌 되었을까?
우리는 소위 골든타임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상황이었다면 고개를 내밀고 있던 시간이 바로 골든 타임이 되는 것이 아닐까? 나는 비상벨이 울리는 비상 및 위급상황에서 외국에서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고싶다. 외국도 '이게 뭐여?' 하면서 고개를 내밀고 있을 것인지 아니면 신속하게 대피를 하는지 말이다.
내 생각에는 이러한 행태는 평상시에 훈련이 되어있지 않아 사람들이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행동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모든 국민들이 위급시 행동요령대로 행동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단적인 예가 6.25사변이 터졌는데도 우왕좌왕 했던 우리의 과거가 그것이며 세월호가 침몰해가는데도 선실에 앉아있으라고 방송을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국민들이 귀찮다는 이유로 불평불만을 하니 그러한 있지도 않은 상황에 미리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애써 합리화를 해가며 모른 척하는 행정당국과 정치권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고 커다란 화를 입은 다음에야 무릎을 치며 후회를 하고 통탄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어머니가 계신 병동에 와서 영육 간에 무기력해진 어머니에게 미음을 떠넣어드리고 상념에 잠겼다. 그리고 보니 약 2년 반 전에 이 병원에서도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있었음이 떠올랐다. 당시 정신이 명료했던 한 할머니가 내 어머니를 지칭하며 정말로 불이 나면 저 할머니 큰일이라고 질타를 했다. 그 이유는 경보기가 울려 모두 대피한다고 난리를 죽이고 있는데 내 어머니가 "뭔 일이 났시유~?"하고 물어 보더란 것이었다.
아무튼 우리에게 비상시 행동요령은 몸에 배어있지 않다. 그러니 늘 큰 화를 당하고 나서야 사후약방문 같이 호들갑을 떤다는 것이다. 지금 모두가 독재정권의 잔재라고 비웃으며 형식 상 치르고 있는 민방위 훈련은 오히려 시간 낭비이다. 우리는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저들이 핵무기로 위협하며 장사정포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진정코 지난 날 같이 경보가 울리면 타고 가던 차량에서 하차하여 인근 지하철 등의 대피공간으로 피하는 연습을 실질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필요한 조치를 철폐하고서 민주화를 성취했다고 주중아리나 놀리는 족속들은 회개하고 반성해야 한다. 지금 신선놀음에 도끼자루가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2017.06.27/불이 났다면 어찌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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