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구(老軀)]
몸의 면역력이라든가 지구력이 정상상태를 유지하는 내지 몸이 정상상태라고 인식하는 임계치(threshold, 閾)가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제까지는 여행을 하면서 특히 해외에 나가 몸살만 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왔는데 이번 여행에서 그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출발 1주 전부터 감기기운이 있었지만 매우 초기라서 회사 인근의 한의원에서 처방해 준 한방 감기약을 한 닷새 정도 복용하면 되겠지 하였으나 계속 몸이 불편하여 수액을 맞기도 하였고 모임참석도 자제하려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러하지 못하고 음주와 격무의 연속이었다. 결국은 오히려 출발 직전에 감기몸살이 더 심해졌다.
그래서 처방 받은 약을 열심히 복용하며 마스크를 소지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장시간의 비행과 환승은 몸을 지치게 만들고 과도한 체력을 요구했다. 그래서 손녀를 만나고도 마스크를 해야하고 반갑게 안아주지도 못했으니 손녀 역시 반년 만에 할아버지의 얼굴을 잊은 상태에서 마스크를 낀 할아버지를 무서워 했을 것이다. 마음이 안타깝다.
그런 감기의 증상은 바로 회복되지 않고 며칠 더 지속되었으니 손녀와의 화해(?)가 제대로 될 리가 만무했다. 그런 와중에 산책을 위하여 먼 거리를 갑자기 걷다가 보니 평소에도 가끔 느끼던 고관절 통증이 돌출된 것이다. 이쯤 되면 걷는 것도 사실 불편하다.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자신은 괴로운 것이니 일거수일투족이 부자연스러워진다.
이제 영로(young老)의 입장이지만 늙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다. 비단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우리 또래라면 말을 하지 않을 뿐이지 대부분 그러할진대 이제 체력을 유지하고 면역력을 상승시키는데 신경을 쓸 나이가 되었다. 21세기의 개명천지이니 그렇지 두 세대 전만 하더라도 우리 나이면 상늙은이로서 긴 장죽을 들고 황천길 순서를 재는 퇴물이었지 아니한가?
이제 비록 노구가 되었으나 건강한 삶을 위해 스스로 노력할 때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7.10.04/물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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