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축하]
독일은 지구의 반대 편이기에 일주일 정도 요량으로 왔던 딸아이 집입니다.
6박 8일 중에 올적 갈적 이틀 빼고 나니 벌써 크론버그에서의 마지막 밤이 되었습니다.
서울에 잠시 있을 때는 퇴근하는 할아버지의 발소리를 어찌 알고 높은 포복으로 기어와서 안기던 손녀였지만, 반년 사이에 할아버지의 얼굴이 잊고 쳐다만 보면 입을 실룩거리더니 겨우 할아버지를 보고 웃는 처지가 되었는데 할아버지와 손녀는 또 다시 이별입니다.
원래 음력으로 손녀와 나는 띠동갑이면서 생일이 같습니다. 올해는 양력 시월 말에 생일이 돌아오지만 요즘 아이들은 양력으로 생일을 하다보니 며칠 뒤면 손녀가 두둘이 됩니다. 그래서 오늘 밤에 모두 모여서 손녀의 생일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아직은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조차 모르겠지만 마냥 즐거워하는 손녀를 보니 나도 기분이 그저 좋습니다. 부디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서 조국의 동량이 되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깊은 가을의 을씨년스런 밤이 깊어 갑니다. 그러나 날이 바뀌면 다시 헤어져야 하지만 마냥 일상적으로 슬프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제 남편과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있고 경제 활동을 하며 비록 어리지만 자식들과 웃음을 만들어내며 살아가는 한 가족으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로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딸아이 가정을 위해 신실한 기도를 합니다.
이 밤이 새고 나면 서울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됩니다. 언제 얼마나 자주 오게 될지는 모르지만 프랑크푸르트를 떠납니다.
이제 독일과의, 독일로서의 내 기억 속에 있는 사람들과도 기약 없는 이별을 합니다.
서울에서 "Siemens"에 근무할 때 친구 같이 지냈던 Danish guy Soeren Rendal과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하자 종적을 감추어버린 original German인 Gehard Dort,
20년 가까이 나와 사업적 파트너가 되어 일을 했던 gbo AG의 Dr. Keck, Wagner, Quick,
Malmoe에서 만났던 Cefar의 여인 Lotta Hart,
그밖의 많은 친구들과도 마음 속에서 이별을 합니다.
내 삶에서 지구 반대편까지 와서 만나볼 사람이 많지만 그래도 꼭 다시 볼 수 있다면 Rendal, Keck, Lotta Hart 이 세 사람은 반드시 만나보고 싶습니다.
2017.10.03/불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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