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영등포의 삶

[스크랩] [산책의 길 3 - Kronberg Academy Festival]

영등포로터리 2017. 10. 8. 13:47

[산책의 길 3 - Kronberg Academy Festival]

산책의 길을 크론버그 읍내로 돌려서 큰 길가로 나섰다. 산책의 마지막 단계로 9월28일부터 10월 1일까지 "크론버그 아카데미 페스티벌"이 있다는 것을 도착 첫날 알게 되었기에 그 축제를 한 번 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각 지자체별로 자기들만의 특별한 지역축제를 실시한다. "지역홍보"라는 긍정적인 면과 "지역이기"라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으므로 무엇이 옳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러한 축제가 광범위한 지역을 아우르지 못하면 "지역주의의 온상"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들의 축제 모습이 어떤가가 궁금했다.

큰 길가에서 보니 프랑크푸르트 시내가 아스라히 보인다. 독일은 국토의 70%가 평지이므로 이렇듯 조금 높은 곳에서 보면 멀리 도시가 보이는 모양이다. 국토의 70%가 산지인 우리로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발길을 페스티벌 장소로 옮긴다. 어느 곳의 이벤트든 일단은 그 배후가 먹거리 시장과 연결되어야 하기에 음식점이 많이 분포된 골목으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오르막 언덕길을 따라 빨간 카페트가 깔려있었다.

그러나 참으로 신기했다. 분명히 이 도시의 축제기간이고 주말인데 사람이 없는 것이다. 카페트를 밟고 언덕 끝까지 올랐지만 축제의 분위기는 없고 오히려 모든 가게가 철시된 듯 몇몇 상인들만 한적하게 움직일 뿐이다. 내게 아니면 저들에게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하기는 축제의 이름이 아카데미라는 것이 좀 특이했다. 즉 기간 중에는 학술대회나 예술제 같은 행사를 진행하다가 마지막 날 이곳에서 행사를 마감하는 것일까? 선뜻 와닿지가 않았다.

사람이 사는데 있어 먹고마시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무엇이랴~
하지만 먹고 죽은 귀신이 땟깔도 좋다며,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라며, 내일 죽어도 오늘 먹자라며 순간 부어라 마셔라 하는 우리의 문화와 어딘지 모르게 조금은 다른 것을 체감한다.

축제와는 별개로 주택의 특이한 점을 본다. 이곳은 프랑크푸르트와는 달리 산악지형에 형성된 도시이기에 산기슭에 단독주택들이 건축되어 있다. 축제가 열리는 이 언덕길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언덕길에서도 바라다보는 맞은 편 마을은 마치 한 폭의 풍경화 같아 보인다. 언젠가 우리 동네 이름이 대림(大林)이기에 집들이 나무와 숲에 둘러쌓인 동네를 만들어 보는 것이 꿈이라 하였지만 물론 그것은 아파트가 전 주택의 반이 넘는 서울의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수많은 집들과 집들 사이에 나무가 간간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나무와 나무들 사이에 집이 간간히 보이는 그런 동네는 우리네의 도시에는 구현 불가능한 일인가?

그러는 사이에 해는 기울고 기온도 내려간다. 늦게 집에서 출발한 온 가족과 합류할 시간이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모두 다시 만나 주변을 살피니 딸아이가 아들을 순산했다는 산부인과가 보인다. 간판을 보니 한방도 겸한 작은 병원이다. 그리고 옆 상가에 보니 치과가 있는데 한글 간판이 보인다. 이 작은 외인들의 도시에 한글간판의 치과클리닉이 있다니 가히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은 말 그대로 지구촌이다.

날이 춥다. 모두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썰렁한 거리의 식당에 들어와 저녁을 먹는다. 이것저것 맛있는 것을 주문하여 먹는 사이 나는 독일맥주 두 잔을 마셨지만 역시 술은 국산이 최고이다. 독일 맥주는 엊그제도 그랬지만 어딘지 모르게 나를 괴롭힌다. 독일 술은 나와 궁합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차가 한 대라서 자리가 부족하여 독일식구들은 차로 돌아가고 우리 서울식구들은 밤길을 걸어서 가기로 했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밤공기는 차가워져만 간다. 독일의 밤길은 어둡다. 아니 걸어다니기에 딱 맞을 정도만 밝다. 나는 마실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밤길에 여전히 독일인들의 집을 사진에 담았다. 듣기로는 이 동네는 부촌이라 들었지만 역시 그들의 집은 크기에 관계없이 딱 방 한칸에만 전등이 밝혀져 있음을 본다. 역시 돈은 쓰지 않는 것이 버는 것이다. 특히 공공재를 아끼는 것은 개인이 개인을 돕는 일이며 조국에 봉사하는 일이고 애국하는 길임에 틀림이 없다.

이윽고 집에 도착하니 이렇게 산책의 길을 마치며 시월의 첫날 하루를 마감한다.

2017.10.01/해는 져서 어두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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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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