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의 길 2 - Victoria Park]
빅토리아 공원은 겉보기와 생각보다 매우 넓었습니다. 주말이라 그러하겠지만 많은 가족들이 연인들이 공원을 산책하고 있음을 봅니다. 큰길에서 들어선 공원의 초입에는 작은 약수터가 있어 산속에 밖힌 관을 통하여 물이 흘러나옵니다. Trinken Wasser라 쓰여있어 먹는 물인가 했더니 마시기에는 매우 지저분해보였습니다. 그래도 먹는 물이라 안내를 해놓았으니 하며 목을 축이려는 순간 keine라는 단어가 보였습니다. eine앞에 k가 오면 부정의 의미라고 배웠던 기억이 되살아나 그러면 그렇지 하고 돌아섭니다. 안내문이 좀 더 컸으면 하는 생각을 했지만 크다한들 섣부른 지식으로 접근하면 어쩔 수가 없겠지요~
한 여자아이가 헬멧을 쓰고 외발 스케이트 보드를 타며 뒤따라오는 엄마와 아빠에게 재잘거리는데 그말은 한국말이었습니다. 참으로 정겹고 반가운 아이의 목소리였습니다. 나는 순간 20여년 전 미국 San Diego 인근의 Fallbrook이란 곳에서 만난 어느 아주머니를 떠올렸습니다. 결코 한국사람이 없을 것 같은 동네인데 느닷없이 들리는 한국말이 그것이지요. 그리고 보니 이곳도 한국사람이 많이 사는 동네였습니다.
이 이후로 세 가족의 한국인들을 만났으니 말입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한국인은 독일인이겠지만 외국인 남편과 아들에게 한국말로 무엇인가를 말하고 지시하는 여인이었습니다.
빅토리아 공원은 매우 넓었습니다. 방향감각을 모르는 나로서는 숲속으로 깊숙히 들어가는 것을 자제하고 이곳저곳 둘러봅니다. 주말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나들이 하는 부부들을 많이 봅니다.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일 것입니다. 이 공원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곳이 아니고 넓은 자연환경을 공원화한 곳입니다. 나무의 굵기가 열 이상의 아람드리가 되었습니다.
한 곳에 다다르니 굵은 아람드리의 나무가 변신을 한 것을 봅니다. 아마도 벼락을 맞았던지 병에 걸렸던지 죽은 나무의 변신입니다. 죽었으면 뽑아버리지 하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겠지만 그 나무를 이용하여 이들은 "첼로를 켜는 사람"과 같은 조각을 만들어 세웠습니다. 순간 나는 다정한 인생의 친구인 "최기홍"이 떠올랐습니다. 그 이유는 얼마 전에 들판에 나뒹구는 고목을 가져와 "포효하는 물개"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개인적인 모든 것을, 전쟁운운하는 국내의 정치적인 지저분한 상황을 다 잊어버리고 대자연의 품 속에서 자연을 호흡하며 가장 평안한 마음으로 공원의 구석구석을 돌아봅니다.
숲속의 고요함 속에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손님을 기다리는 식당의 희미한 불빛도 아름답고, 연인끼리 손을 잡고 걷다가 눈빛만 보고도 서로 알아차리고 입을 맞추는 장면도 아름답고, 놀이터에 모여서 노는 아이들 소리 그리고 행여 다칠세라 노심초사하는 엄마아빠들의 움직임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개를 끌고 산책을 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이빨빠진 목소리로 나누는 대화도 아름답지요. 말썽피운 아들을 혼내키는 아빠의 준엄한 꾸짖음도 아름답습니다.
그렇게 평안과 아름다움 속에 불현듯 아무런 기억도 못하며 그냥 병실의 허공만 바라보고 있을 어머니 생각에 마음이 저려옵니다. 역시 인간은 천륜 앞에서 어쩔 도리가 없나 봅니다. 내가 없는 사이 동생들에게 부탁을 했으니 모두 잘 하고있겠지 하며 위안을 삼습니다.
산책코스를 시내로 옮기며 푸른 녹색공간을 바라보며 우리의 녹색운동을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난방방식이 온돌이라 땔감으로 산에 있는 나무를 베어내어 사용하는 바람에 산이라는 산은 대부분 민둥산이 되어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정지역을 그린벨트로 묶고 매년 식목일이면 나무를 심고 산림녹화를 위하여 입산을 금지시킨 경험이 있고 그일을 추진한 지도자는 박정희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렇게 뼈를 깎는 듯한 인고의 정책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의 산에 비록 여기와 같이 아람드리의 나무는 없을지언정 푸른 강산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다시 산책의 발길을 크론버그 읍내로 옮깁니다.
2017.10.01/햇살 가득 푸른 초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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