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한 어머니의 모습]
어머니가 "오른쪽 손 3번 손허리뼈"의 골절로 벌써 7개월 째 반깁스를 했고 지금은 한달 째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오른 손목 언저리에 검고 커다란 멍자욱이 가시지 않는다. 더운 여름날을 무거운 캐스트에 손바닥을 구부려 밀착되도록 붕대로 잔뜩 동여 매고 보냈으니 지금의 보호대는 가볍고 간편하여 어머니가 편안해 하니 참으로 다행이다.
접골을 하느라 손가락을 잡아다니는 의사를 보고 얼마나 아팠으면 어머니가 "개새끼"라고 욕을 했었을까마는 발버둥치는 어머니의 팔다리를 누르면서 숨죽여 울던 내가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방식의 접골은 실패하여 4개월을 허송세월했다. 다시 혈압이 극도로 떨어져서 인근의 대학병원으로 응급이송을 했을 때 다행히도 정형외과 의사가 손허리뼈 접골을 다시 시도하였다. 그때도 간병인 말로 엄청 아파했다고 전해들었으니 나는 그 통증이 상상가능하다. 재접골을 시도한 뒤에 어머니의 얼굴은 공포에 주눅이 든듯이 주변을 살피는 표정을 지어서 또 한 번 마음이 아팠다.
다시 4개월이 흘러 오늘 손가락을 움직여 보라고 하니까 중지가 곧 잘 동작하는 것으로 보아 손허리뼈가 붙기는 붙은 모양이다. 이제 재골절만 없도록 관리를 잘 해야 하겠기에 앞으로 보호대를 벗을 수는 없을 것이다. 보호대 밑면에 아주 강한 철판이 삽입되어 있어 보호대를 차고 있으면 재골절은 막을 수가 있을 것이다.
손뼈의 골절은 집고 잡는 기능을 무력화 시켰고 집고 잡는 기능의 무력화는 앉고 일어서고 걷고 움직이는 기능을 빼앗아 가버렸다. 그로 인하여 온몸의 근육이 단시간에 소실되니 어머니는 누워만 있게 되어 버렸고 앉아 버티는 능력도 상실되어 대소변을 받아내는 것은 물론 먹고 마시는 기능도 점점 소실되어 가고 있다.
오늘은 비가 오는 일요일이라 어머니에게 미음이지만 점심식사를 직접 떠넣어드리러 병원을 갔지만 이제 자식을 보아도 어떤 때는 알아보지를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미음을 받아 먹는 것도 힘이 드는지 눈을 감고 말도 없이 무표정한 얼굴을 한다. 그저 살아있음이 귀찮은 듯 말도 표정도 없고 반응도 없어져 간다.
저녁 늦게 사무실 겸 연구실에서 책장을 뒤적이다가 퇴근을 막 했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비가 내린다. 언덕 넘어 병원에서 잠을 주무실 어머니의 무표정한 얼굴이 빗물이 때리는 차창 밖에 어른 거린다. 하지만 부모자식이라는 천륜의 힘이 있음을 본다. 그렇게 무표정하게 있다가도 "엄니~ 잘 주무시구 내일 봐유!!!"하며 손을 흔들면 어머니는 나를 보고 "가지 말라"고 하는가 하면 어떤 때는 "건너방에서 자고 내일 가라"고 한다. 어느 경우든 다시 내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어머니의 손가락이 다시 움직이니 이제 나의 마음이 편하고 더 없이 기쁘다. 얼마를 더 사실지는 모르지만 그냥 고통없이 편안하게 계셨으면 좋겠다. 이제 다른 합병증도 더 없이 욕창도 결코 없이 그렇게 말이다.
2017.08.20/해는 져서 어두운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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