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영등포의 삶

[스크랩] [닭대가리 싸움]

영등포로터리 2017. 7. 12. 16:29

[닭대가리 싸움]

우리는 생각이 짧고 하는 짓이 우둔한 사람을 보면 “닭대가리” 같은 인간이라고 한다. 닭을 보면 머리가 정말 작기 때문에 뇌(腦) 용량에 비례하여 볼 때 아무리 생각을 해도 그러한 행동이 나올 수뿐이 없다고 하는 관점에서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일 게다. 뇌 용량이 작은 짐승이 어디 닭뿐이랴~ 그러나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짐승이 그것이고 사람들이 인식하기에 가장 쉽기 때문에 그것을 비유(比喩)의 대상으로 삼았으리라...

하여튼 우리는 어리석은 사람들끼리의 싸움을 “닭대가리 싸움”이라고 일컫는다. 그런데 이것은 닭싸움과 구분이 된다. 닭싸움이란 한쪽 발을 치켜들어 반대쪽 허리춤에 양손으로 위치시키고 각이 선 무릎으로 상대방을 가격하여 쓰러뜨리는 경기이다. 이는 정정당당(正正堂堂)하고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고 경기다운 면이 없지 아니하다. 하지만 닭대가리 싸움은 적은 뇌 용량이 상징하듯이 합리적이지 못하고 전략적이지도 못한 싸움을 말한다. 예를 들어 외나무다리에서 염소 두 마리가 만나서 서로 먼저 가겠다고 우기며 싸우다가 둘 다 물에 빠지는 것을 말함이요, 서로 마주 보고 달리는 두 기차가 한 선로 위에 있는 것이 그것이다. 이를 지칭하는 외국어로는 치킨게임(chicken game)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에서 그러한 많은 예를 갖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전쟁이다. 그래서 모든 전쟁의 결말은 비참하고 파괴적이다. 하지만 국가 간의 전쟁은 손익계산이 가능한 전리품이 있는데 내부적인 싸움은 손익계산을 아무리 해도 내부거래가 되므로 이익은 의미가 없고 손해만 그 집단사회의 상처로 남게 된다. 따라서 정치적인 내부 총질이야말로 가장 닭대가리 싸움에 합당한 예가 된다. 내 기억이 일천하여 오래 전의 정치적인 상황은 잘 모르겠다. 그런데 2012년 대선 이후의 상황을 보면 우리 사회의 정치적인 충돌이 이 “닭대가리 싸움(chicken game)” 수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으로 여야(與野)의 싸움은 좌우(左右)의 싸움이 되게 마련이다. 누가 창이고 누가 방패냐는 그 시대의 정치적 주도권에 의하여 결정이 되겠지만 양 집단의 성격에 따라 누가 더 공격을 잘 했냐와 누가 더 수비를 잘 했냐가 드러난다. 2012년 대선은 당시 여당의 후보가 51.6%의 지지를 얻으므로 우익(右翼)의 승리로 끝났다. 당시 야당의 후보는 공식적으로 패배를 인정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보아 그 패배의 인정은 입으로만 된 것이고 실제적으로는 그렇게 진행이 되지 않았다. 그 현황을 보면 대통령이 취임을 하고서 첫 해외순방을 할 때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본다. 대통령이 가는 동선을 따라다니면서 가짜 대통령이라는 현수막과 팻말을 들고 그것을 바라다보는 외국인들에게 참으로 부끄러운 진상을 보여주고 말았다. 내 기억으로는 이러한 행위가 강도는 다를지라도 임기 내내 이어졌다고 보여 진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더 험악한 사태가 전개되었다. 임기 첫해는 “국정원 댓글 사건”이라고 하여 선거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2013년 내내 나라가 시끄러웠다. 하지만 사건의 동력은 시간이 가면 감쇠되게 되어있다. 그러자 마치 무슨 구세주라도 된 양 2014년에는 “세월호” 사고가 나서 그 동력을 이어갔고 이는 정말 오래지속이 되었다. 행여 그 동력이 쇠잔할까 굵직한 사건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2015년은 mers로 장식이 되는가 하면 2016년에는 20대 총선이라는 해괴망측한 이벤트(당시 집권당의 대표 및 그 추종세력들의 행동은 역사적 관점에서 연구의 대상으로 충분하다)가 그 동력기관에 기름을 부어주지 않았는가? 다시 말해서 그 부(負)의 에너지는 끊이지 않고 우리 사회를 괴롭혔다. 그런가 하면 소위 sns로 지칭되는 인터넷 공간에서는 정말 입에 담지 못한 악성 댓글로 넘쳐흘러서 사이버(cyber) 세상을 물청소를 해야 할 판에 이르렀다. 게다가 off-line에서는 최초의 여성대통령에 대한 성인지적(性認知的) 비하(卑下)와 폄훼(貶毁)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결국은 이와 같은 부의 에너지는 “하인리히(Heinrich) 법칙”에 따라 대통령을 탄핵의 수렁으로 빠뜨리고 대통령의 숨을 옥죄며 우리 사회는 “선탄핵후입증(先彈劾後立證)”이라는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어처구니없는 사고(이 사고는 아마 훗날 전 세계의 정치적 판결에 유일무이하게 가장 비합리적인 판례가 되기에 충분한 요건을 갖추었고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인류문명사에 가장 우스꽝스러운 조롱거리로 남을 것이다)를 쳤다. 하여튼 번갯불에 콩을 구어 먹는 백성이 아니랄까 봐 짧은 기간에 선거를 한 번 치르더니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 바뀌었다. 하지만 사실 관계가 무엇이든 간에 2013년에 벌어진 일들과 똑같은 일이 반복, 재현되고 있음을 본다. 즉 그녀가 갔던 길을 그가 가니 역시 fake president라는 placard와 picket이 난무하고, 그가 벌인 작은 실수나 해프닝에 대해서 온갖 비아냥으로 sns가 빨간 쇳물 마냥 달구어지며 가짜 투표용지 사건으로 인하여 부정선거에 대한 고발조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2018년에는 지방선거가 있을 것이고 여기에 대형사고가 한 번 일어나고 예측할 수 없는 괴질(怪疾)이 한 번 창궐(猖獗)하면 그 판이 그대로 반복이 되는 것이다. 정말 역사 주체가 변하지 않는 다면 역사는 반복이 된다.

사건의 본질이 이념전쟁이 되었든, 부패척결이 되었든, 기득권수호가 되었든 어느 사회가 되었든 항상 좌우가 대립하고 신구가 쟁투하며 상하가 공수한다. 전체주의적 정치가 아닌 민주주의 국가에서 보면(미국을 보아도 독일을 보아도 영국을 보아도) 좌와 우의 정치적 이념을 견지한 정당조직이 서로 겨루며 정권경쟁을 하고 자신들의 사회와 나라를 이끌어 가고 있으며 이들이 쌓아놓은 정치, 경제적 산물과 사회, 문화적인 실적이 그들의 역사기 되며 상호 축적이 되어 인류문화사를 장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경쟁이 합리적이고 건설적이고 과잉되지 않을 경우에 이들은 현명한 국가나 사회를 이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하지 못한 경우에는 이들 국가와 사회는 상처를 받아 퇴보할 것이고 멸망할 것이다.

그러하지 못한 경우란 무엇인가?
그것은 죽을지 살지 모르고 외나무다리에서 서로 먼저 지나가겠다고 싸우다가 함께 물에 빠지는 것이요, 같은 철로에서 머리를 맞대고 강인하고 세차게 기관차를 몰고 달려가는 것이다. 바로 chicken game이라고 고상하게 말로 포장된 “닭대가리 싸움”을 한다는 것이란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사회는 전 세계를 무대로 하여 그러한 “닭대가리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손익계산서를 집어 들면 이익도 아무리 많아야 우리 안에 있는 그것일 뿐이고 손해도 우리 안에 있는 그것일 뿐이지만 우리 국민의 가슴 속에 남는 상처는 이루 헤아릴 수도 없고 어루만질 수도 없는 치명적인 것이 될 것이다. 그 때 가서 ‘네가 먼저 그랬지 내가 먼저 그랬냐, 내가 먼저 그랬냐 네가 먼저 그랬지’ 하고 또 다시 갑론을박(甲論乙駁) 해보아야 그것 역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닭대가리 싸움”이 될 뿐이다.

그러므로 그런 일은 어느 누구도 먼저 벌이지를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감정상 이미 벌어진 일로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을 하게 되므로 임의의 시점에서 중지 시킬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참으로 이 싸움은 어리석은 싸움인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이미 어리석었고 이제 중간에 돌이킬 수가 없을 정도로 가속도(加速度)가 붙어있다. 그것을 중지시킬 수 있는 힘은 어느 날 갑자기 개과천선(改過遷善)하기 전에는 대규모의 힘(force)뿐이 없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이 얼마나 우둔한 닭대가리 짓이란 말인가? 우리의 역사를 보아 지난 시간에 살아 보지 않아 잘 모르기는 하지만, 임진왜란 때도 그랬고, 경술국치 때도 그랬고 6.25사변 전날도 그랬을 것이다.

저 우렁찬 닭대가리들의 합창~!!!!

2017.07.12/물 한 모금 먹고 하늘을 보는 노란 병아리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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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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