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부러진 이빨(the broken teeth) 그리고 오른손 가운데 손허리뼈(my mother's metacarpal bone of the middle finger in the right hand)]
아무리 병원이라고 하지만 병원생활이 인간으로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조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요양병원(療養病院) 생활은 중증 노인병 환자들이 대부분이라서 더욱 어렵다. 이글은 2018년이면 고령사회(aged society)로 진입하는 우리 사회의 노인 질환자들이 받게 되는 요양(care) 서비스 간에 혹시 노인들을 모시는데 있어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경험이 될까 해서 적어보는 것이다.
대략 내 어머니는 요양병원에 치매로 입원(2014.07.09)을 한지 3년 1주일 정도 되었다. 그런데 입원 후 1년 정도 지났을 무렵 어느 여름날(2015.08)인가 병문안을 갔을 때 왼쪽 아랫니가 하나 빠져버린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관찰을 하니 치아가 빠진 것이 아니고 치주가 부러져서 이가 빠진 것 같이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잇몸 속에 이뿌리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 된다. 인체라고 하는 것이 주어진 여건에 바로 적응을 하므로 이뿌리가 잇몸 속으로 파묻힐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때는 바로 치과를 모시고 가서 발치(拔齒)를 해드렸다. 치아 건강을 위해서는 나의 사무실 근처에 단골치과가 있는데 (개원 초기에 공동 원장이 초등학교 동창이라서) 그래도 비교적 자주 모시고 다녔기에 그의 관리상태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 정말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그해 하반기를 지나면서 약 반년 사이에 어머니의 기력이 급속도로 저하되면서 치아의 대부분이 부러져 나간 것이다. 치아가 부러지면 바로 가서 발치를 해드려야 도리이기는 하였지만 이때 한창 박사 논문을 마무리하는 시점이기도 하였지만 저하된 기력의 환자를 대동하고 외부의 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으로 이송하여 진료나 검사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된다. 해가 바뀌어 겨울(2016.01)을 나면서 나는 정말 미증유의 증상을 목격한다. 그것은 바로 도무지 내 상식으로는 알 수 없는 혼수상태와 같은 증상인 것이다. 일어나 앉는 것은 고사하고 누워서 눈을 뜨는 것이 어렵고 대소변을 받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의사소통이 불가하여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음식의 섭취는 거의 불가한데 복부는 자꾸 불러오니 결국은 앰뷸런스를 불러 종합병원으로 응급이송을 하여 입원을 시켰다.
그러나 원인은 너무나 간단했다. 전해질 부족이라는 병명이었다. 우리말로 말하면 소금기가 핏속에서 부족하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불러왔던 뱃속의 노폐물 중 소변을 다 강제 배출하고 하니 막혀있던 대변이 끝도 없이 배설이 된다. 그리고는 전해질 보충용 링거를 주입하고 나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심신이 회복이 된 것이다. 나는 인터넷에서 전해질과 치아의 관계를 검색해보았다. 물론 그 원인이 다는 아니겠지만, 전해질이 부족하면 치아가 쉽게 망가지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전해질의 부족은 마치 혼수상태와 같이 사람의 인지능력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지난 시간에 어머니의 상태를 추적을 해보니 소금기가 부족하다하여 소금을 약으로 처방 받은 일이 있고 그 후부터 어머니에게 정신상태가 혼란한 섬망(譫妄)과 기억왜곡 현상이 즉 치매의 초기증상이 시작되었던 같다. 그러나 증상을 처음 대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편린들이 꿰어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혈액검사를 해보니 전해질 수치가 기준에 못 미친다고 하면 소금을 취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주사액을 투여함으로서 그 수치를 보정해주어야 하며 이를 확인하기 위한 혈액검사를 정기화하여야 한다. 내가 볼 때에 이것은 의료현장에서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은 생각이 들며 이것은 원가(cost) 대비하여 적극적이거나 능동적이지 못한 요양병원의 한계 같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요양병원의 목적인 “요양을 통한 현상유지의 관리”라는 관점 하에서 보호자가 관심을 갖고 자주 찾아 관찰을 하면서 순간순간에 결심을 하면 효과적일 것이란 생각이다.
하여튼 여기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전해질 부족이라는 증상의 발현으로 몇 개월 사이에 빠져나간 치아의 뿌리를 제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니 솔직히 그 문제로 어렵사리 환자를 차에 태우고 치과를 갔었지만 90살 노인의 치아가 순식간에 빠져버린 것을 두고 치과의사도 손을 대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쇼크가 올 수 있으므로 요양병원 내에서 내과적인 동의를 얻어오라는 것이었지만 솔직히 그것은 상호 간에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언젠가 저녁 식사 식단에 고깃국이 나왔는데 씹는 즐거움에 어머니가 고기를 열심히 씹어 드셨지만 그 후에 잇몸에 염증이 생겨 염증 약을 복용하면서 며칠을 고생하였다. 결국은 날카로운 이뿌리가 이뿌리를 덮어버린 잇몸을 거꾸로 찌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지금 그것을 수술을 할 수도 없고 이제는 돌이킬 수가 없는 일이 되었다. 그 순간에 다른 것은 몰라도 날카로운 이뿌리를 좀 갈아만 달라고 부탁을 했어도 좀 나은 상태가 되었을 텐데 하는 마음에 먼 훗날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이 일도 내 가슴을 한동안 후벼 팔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전해질 부족사태를 겪고서 어머니의 성격이 약간은 난폭한 상태가 된 적(2016년 여름)이 있었다. 주변의 환자들에게 적대감을 드러낸다든가, 간병인에게 욕을 한다든가, 병원 복도에 누어버린다든가 아니면 말없이 병원 밖으로 나간다든가 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2016.12.23) 지방 출장 중에 어머니의 손뼈가 이상하다는 요양병원 측의 전화를 받고 다음 날 병원을 찾았다. 어머니가 오른 손에 반(半) 깁스를 하고 있는데 의사가 보여주는 X-ray film에는 어머니 “오른 손의 중지 손허리뼈”가 골절이 된 것이다. 원인은 무엇일까?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보니 손등에 멍이 들었고 만져보니 아프다고 해서 사진을 찍어보니 골절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부러진 위치를 보면 누군가가 쇠망치로 그 부위를 순식간에 끊어 치지 않으면 상해를 입히기 어려운 위치인데 증명할 길은 없지만 그런 일을 할 사람은 그 방에 있지도 않을뿐더러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단지 그 즈음 침대 위에서 발버둥을 자주 쳤다고 전해준 간병인의 말을 두고 내가 추측을 하기에 발버둥을 치다가 침대 오른쪽 난간을 손등으로 치는 바람에 그 뼈가 부러진 것이라고 유추를 할 뿐이다. 물론 그로 인하여 어머니를 정형외과로 이송하여 상태를 확인했다. 의사는 핀을 박는 수술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90 노인을 어떻게 수술을 하겠냐고, 현 상태에서 바로 잡을 수 없냐고 제안을 했다. 솔직히 내가 의사라고 하더라도 연로한 노인에게 그 수술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골절된 뼈를 접골하는 식으로 바로 잡으려고 했던 과정에서 아프다고 우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아파도 할 수 없어요. 울고 싶으면 우세요.”라고 하면서 차라리 “내 뼈를 부러뜨려 나을 수 있다면 내 뼈를 부러뜨려 달라”고 기도를 하면서 나도 같이 울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은 물리적으로 뼈를 바로 잡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비록 뼈가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 붙을 수 있겠지 하고 다시 반 깁스를 하고 요양병원으로 돌아 왔다. 그리고는 고생했다고 어머니 입에 초콜릿을 까서 넣어주며 어머니를 달랬다. 마치 내 어릴 적 동네 의원에서 머리에 난 종기 제거수술을 받고 집에 왔을 때 아프지만 울지 말라고 나에게 사과를 깎아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시간은 다시 흘러서 봄이 되었는데, 어느 일요일(2016.04.23) 또 다시 요양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하혈을 심하게 하고 그 양이 대단하니 당장 와서 큰 병원으로 가서 조치를 하라는 것이었다. 이날의 기억은 악몽이었다. 인근 모 종합병원의 응급실에로 중환자실로 갔다가 도저히 출혈로 혈압 강하가 감당이 안 되니 한 밤 중에 대학병원으로 전원(轉院) 조치를 하라는 것이었다. 복잡했던 이날 밤의 과정은 접어두고 모 대학병원의 응급실로 가서 혈압이 60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인위적으로 상승시키기 위하여 시술의 이름은 알 수 없지만 목의 혈관을 뚫어서 조치를 취해 정상상태로 돌려놓았다. 그런데 비록 출혈 및 혈압저하로 응급입원을 했지만 고맙게도 이곳 의사들은 어머니의 오른 손에 대해서도 X-ray를 찍고 그에 대한 조치를 해주었다. 우수 중지 손허리뼈가 “손등 방향에서 손바닥 방향으로, 손끝에서 손목 쪽으로” 사선으로 골절이 되어서 골절된 부위가 너무 떨어져서 뼈가 붙지 않았으니 손가락을 손바닥과 90도로 굽혀서 접골을 한 다음 다시 깁스를 해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이 맞는 시술이었다. 지난 시술에서 잡아 다니는 것으로 하여 접골을 하려했던 local 의사가 원망스러웠다. 어찌 보면 그 순간 나도 바보였다.
날이 더워서 어머니의 깁스한 손도 불편하고 괴로울 것이다. 최근에 보니 어머니의 손가락이 부어서 손가락 사이에 붕대를 삽입하여 놓았으니 잘못하면 짓물러서 손이 엉망이 될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어머니의 손허리뼈가 제대로 붙을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만일에 뼈가 제대로 붙지 않는다면 정말 어찌해야 할지 나로서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아~ 차라리 그 때 무리해서라도 핀을 박았어야 하는 것인데, 아니 그러다가 돌아가시면 어쩌나 해서 결정하지 못한 것인데... 이 역시 언젠가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내 가슴의 모든 뼈가 골절되는 듯한 고통을 나에게 줄 것만 같다.
가만히 생각을 해본다. 생각을 정리해본다. 비록 고통스럽고 힘들고 어렵지만 그러한 마음의 아픔 때문에 생각할 일을 못 다하고 어쭙지않은 결정을 하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러한 어설픈 결정이 환자를 더 아프고 고통스럽게 만들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내정하게 사리를 분별하여 환자의 고통이 단축되는 길을 찾아서 조치를 해야 한다. 비록 지금은 고통스러워하는 어머니의 눈을 보고 괴롭지만 그 보호자의 순간적 고통을 참아야만 환자의 힘든 고통은 단축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다.
2017.07.11/불의 뜨거움을 참고 꺼야만 고통을 줄일 수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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