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영등포의 삶

[스크랩] [버스 앞문과 뒷문]

영등포로터리 2017. 7. 8. 11:38

[버스 앞문과 뒷문]

아주 오래 전에는 시내버스가 지금의 전철(電鐵) 같이 차벽을 따라 배치된 긴 의자를 갖고 있었다. 버스 출입문이 당시에 앞뒤로 두 개가 있었기 때문에 차장(車掌)이 2명 배치되어 운전수(運轉手)와 같이 3명이 시내버스 한 대를 운영했다(시외버스의 경우에는 운전수와 차장, 조수(助手) 3명이었다). 그러던 것이 70년대 중반에 시내버스를 놓고 도시형(都市型)이란 이름으로 출입문이 하나로 바뀌었다. 차장을 한 명으로 줄이면서 인건비를 절약한 것은 좋았겠지만 사람들이 출입문 하나로 버스를 타고 내리는 것은 매우 불편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앞문을 하나 만들어서 운전수가 문을 열어 사람을 태우고 내리는 사람들은 뒷문 차장이 있는 곳에서 차비(車費)를 내고 내리게 되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차비는 현금(現金)으로 냈으며 학생들에 한하여 회수권(回數券)을 운용하였다. 그런데 인건비가 상승하여 그랬을까? 차장이 직접 여닫는 출입문에 공기 압축의 실린더를 장착하여 출입문을 운전수가 직접 열고 차장은 차비만을 받는 구조로 변경이 되었다. 그러면서 차장은 안내양(案內孃)으로 운전수는 운전기사(運轉技士)가 된다. 문을 운전기사가 열고 닫으니 안내양은 할 일이 대폭 줄어들었다. 얼추 회수권이 사라지고 토큰(Token)이라는 것이 쓰이기 시작하던 때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 그 남는 시간에 안내양이 책을 보면서 교양(敎養)을 넓일 수 있게 되었다고 당시의 호사가(好事家)들은 나발을 불었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한 일이었을까 그리고 일일까? 소위 기계화(機械化)와 자동화(自動化)에 의하여 안내양이라는 직업이 소멸(消滅)되는 순간이었다.

지금은 시내버스고 시외버스고 관광버스고 공항버스고 어느 버스에도 안내양이나 차장 아니면 조수가 없다. 그저 운전기사 혼자 작은 레버 두 개로 앞문과 뒷문을 열고 닫고 한다. 앞뒤와 좌우를 살피는 도구로 고작 후사경(後寫鏡)과 실내경(室內鏡)이 있던 것이 지금은 그것에 더하여 CCTV가 실내를 촬영하여 안전을 확보하며 범죄를 예방하고 버스 뒷면을 비추어주면서 후진을 도와주기도 하며 버스 외부의 좌우를 찍어서 실시간으로 보여주면서 주행 중 접근하는 다른 차량의 위치를 알려준다. 그 옛날에는 시내버스가 도심에서 고속으로 주행을 하면 안내양이 10원 짜리 동전으로 문 위 벽을 두드리면서 운전기사에게 옆 차의 근접함을 알려주었는데 사람들은 기억을 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그 시대의 안내양은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앞에 앉아 “공순이”라는 말을 들었던 우리의 누나 동생들과 함께 산업을 일군 산업전사(産業戰士)였다. 왜냐하면 그들이 공장으로 출퇴근하는 공돌이 오빠, 공순이 언니, 동생들을 실어 나르지 않았다면 산업화가 힘들었거나 더디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눈에 선하다. 여러 명의 차비를 내려고 커다란 현금을 내는 경우에 승객이 거스름돈을 기다리면 그 바쁜 순간에 암산(暗算)을 하면서 양주머니 속에서 10원짜리와 10원짜리 동전을 세던 모습이 말이다. 내린 승객은 잔돈을 빨리 달라고 하면 타고 있는 승객은 빨리 출발하지 않고 뭐하느냐고 소리를 지르곤 했다. 정말 모두가 번갯불에 콩을 구어 먹듯이 살아온 이 땅의 삶이었다. 내 생각에는 이것이 토큰이 나오게 된 배경이 아닌가 싶다.

사실 버스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엄청난 변신을 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전자공학(電子工學, electronic engineering)이라는 학문이 뒤를 받치고 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인공위성(人工衛星)과의 GPS 교신을 통하여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승객은 자기가 타고자 하는 버스가 언제쯤 오는지 확인할 수 있고 최근에는 타고자 하는 버스에 승객이 많은지 적당한지 좌석의 여유가 있는지도 알려준다. 더 나아가 전화기를 통하여 자신이 타고자 하는 버스의 노선을 확인하여 버스가 언제쯤 도착하니 춥고 더운 정류장에서 따분하고 고통스럽게 기다리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언제였던가? 기다려도 오지 않는 시내버스를 눈보라가 휘날리는 버스 정류장에서 손을 호호불고 추위에 떨며 기다리던 것이 말이다. 격세지감(隔世之感)에 벽해상전(碧海桑田)이다.

지금도 버스의 앞문과 뒷문의 역할은 여전히 타고 내리는 문이다. 그러나 지난날에 마치 콩나물시루 같이 꾸역꾸역 태우던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요즈음은 버스 내부가 복잡하면 안쪽으로 들어가지를 않아 입구만 복잡하고 많은 승객을 태우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뒷문으로 타는 사람과 앞문으로 내리는 사람도 있다. 매우 복잡한 시간이나 만인이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앞문에서 열심히 기다리면서 올라간 사람이 앉아야 할 자리에 뒷문으로 올라탄 사람이 앉게 되는 경우가 발생이 된다. 그것은 얌체 짓이요 새치기이다. 이일이 아무 일도 아닌 사소(些少)한 일 같지만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된다고 작은 틈새를 보이다가 보면 대수롭지 않은 작은 일이 사회질서(社會秩序)가 무너지는 사회문제(社會問題)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니 우리 모두 버스 앞문으로 타고 뒷문으로 내리자!!!

2017.07.08/흙먼지 이는 신작로(新作路)로 버스가 달려갔었지~ 그 옛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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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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