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영등포의 삶

[스크랩]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영등포로터리 2017. 2. 24. 21:50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내가 어렸을 때이니 60년대 초라고 생각이 된다. 아버지께서 친구분들과 약주를 한 잔 거나하게 걸치시면 서로서로 어깨동무를 하고서 부르시던 노래가 있었다. 그 멜로디와 가사가 지금은 일부분만 기억이 되는데 그것이 바로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였다.

어린 시절로서 요단강의 의미를 몰랐기에 나는 마을 뒤로 흐르는 커다란 냇가를 어른들이 요단강이라 부르는 것으로 생각을 했다. 그 냇가의 이름은 보광천이며 내 고향 증평을 가로질러 청주 쪽의 미호천으로 연결되며 이는 금강에 합류되어 서해로 흘러간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지만 보광천을 건너는 다리가 있고 그 다리를 통하여 연탄리에 있는 37사단 사령부를 가게되며 군용트럭의 사고가 많았었는지 부대에서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하는 문귀와 함께 차량이 천으로 추락하여 빠지는 그림을 입간판에 그려서 다리 어귀에 세워놓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교각에는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자는 인생의 진미를 모른다!!!"는 글이 쓰여져 있었다. 하여튼 어른들은 술 한 잔 걸치면 어깨동무를 하고 늘 그렇게 요단강 건너가 만나자고 노래를 했다.

일전에 이스라엘을 간 김에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을 보았으나 예수님이 자란 유년시절의 나자렛을 가보지 않고는 어딘가 허전하여 supplier에게 거리가 얼마나 되냐고 물었더니 당일치기 여행을 주선해주는 바람에 비교적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텔아비브를 떠난 투어 버스는 몇 군데의 교회를 들르고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예수님이 물 위를 걸어 갔다는 갈릴리 호수를 지나 요단강가로 와서 세례의식을 체험하는 곳에 다다랐다.
요단강에서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예수가 세례를 받으셨기에 강가 저편 멀리서 세례체험을 하는 무리들이 보였고 나는 그 요단강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어가며 주변경관을 둘러보았다. 예수가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 받는 장면을 기록한 마가복음을 각국의 언어로 기록하여 온 벽면을 장식한 것은 아주 흥미로운 기념물이었다.

눈 앞에 펼쳐진 요단강의 강폭은 그다지 넓지는 않았으나 매우 짓푸른 빛이었고 이 요단강은 아마도 골란 고원에서 발원하여 갈릴리 호수에 잠시 머물렀다 다시 남쪽으로 흘러 사해(Death Sea)로 유입되는 것 같다.
사해는 해수면보다 낮은 호수이고 염도가 높아 식물이 살 수 없어 붙여진 이름이다.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란 죽음 저편을 뜻하는 것일진대 요단강을 따라가면 죽음의 바다인 사해가 나와서 그러했을까?
그래서 이 찬송가가 장례 미사곡이 된 것일까?
아뭏튼 그 옛날 예수를 믿지 않았던 아버지(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시기 몇 달 전에 청주 내덕동 사천성당에서 세례를 받으셨음)와 친구분들은 이 노래를 불렀는데 왜 이런 노래를 불렀을까?

지금에 와서 내가 생각해보면 그것은 아마도 6.25라는 한국전쟁이 가져다 준 폐허의 음울했던 한국사회의 한 단면이 노래된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다시 말해서 처절한 삶의 현장이었던 읍내의 시장을 벗어나 아내들이 찾으러 오기 힘든 보광천 건너편의 술집에서 지극히 아늑하게 앉아 술 한 잔 걸치는 순간이 어찌보면 전투 같은 삶의 힘겨운 현장을 잠시 잊게 해주는 그곳이 피안의 세계처럼 편안하게 느껴졌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5~60년대를 숨가쁘게 살아왔던 우리의 아버지들이 노래한 요단강 저편인 것이 아니었을까!!!?

(Sticker)

https://youtu.be/nr1oprQo60I

2017.02.24/쇠를 무엇에 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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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rdan

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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