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에 있는 분노에 내 스스로 놀라며...]
갑자기 외국손님이 만나자고 해서 롯데 시티호텔 명동에서 한 시간 여 회의를 하고 서울시청 쪽으로 길을 나섰다. 내가 엄청나게 영어를 잘 하는지 알았나 엄청 빠른 영어에 휘둘리다가 을지로에 서니 정신이 몽롱하다. 길을 걸으며 풍광을 보니 서울의 도심도 많이 변했고 이곳이 지난 주 태극기 집회 후에 행진을 하던 그 거리임을 확인하니 왠지 모를 음산한 전운이 느껴졌다.
"선동탄핵"이라는 격문을 뒷유리창에 붙인 차량이 스피커를 통하여 탄핵과 헌재를 비판하는 연설을 요란하게 하며 지나고 있고 경찰이 호위하듯 그 뒤를 따른다. 분주히 오가는 행인과 중국 관광객이 명동길을 채우고 있는데 모두가 즐거운 표정을 짓고 깔깔거리며 웃지만 그 행복도 풍전등화의 나라를 생각하니 허접스런 일이지니 마음이 착잡하다. 시청앞에 다다르니 서울시장의 정책을 비판하는 현수막과 무대가 보인다. 그리고 탄기국 애국캠프 앞에 서다.
엄동설한에 홑껍데기 텐트 속에서 고생하는 전사들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가슴에 가득하다. 그나마 우렁찬 발전기의 굉음이 마음의 허전함을 채워준다.
그런데 어느 노인이 다가온다.
그리고 하는 말이 텐트를 지키는 이들을 보고 대한민국 사람이 맞냐고 묻는다. 당연히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대답을 해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내 배낭 뒤에 붙어있는 태극기를 못보았는지 늙은이들이 5만원씩 받고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나를 떠본다. 나도 매주 집회에 나오지만 그런 것 없다고 하니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다고 하며 핏대를 올린다.
갑작스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당신 어디서 그말을 들었는지 탄기국 본부에 가서 확인을 해야겠다"고 하니 도망을 치며 내가 나이가 80인데 반말이냐고 한다. 어이가 없어 나도 나이 먹을 만큼 먹었으니 민증을 까자고 하니 1번 출구 앞으로 꽁지가 빠져라 도망을 친다.
내가 지지난 주에 집회에 참석을 못했고 오늘도 헌재와 특검 앞에서 집회가 있었지만 외국손님과의 약속 때문에 마음의 빚을 갚고자 시청앞 애국텐트 앞에 섰거늘 이 무슨 꼴 같지 않은 작태란 말인가?
정말 화가 났다.
정말 그저 평범해보이는 늙은이의 말 한마디에 가슴 속에서 폭발하는 거대한 분노에 나 자신이 놀랐다.
언제 내 가슴 속에 이런 분노가 자리를 잡고 있었단 말인가?
이 자리에 모여서 태극기를 휘날리며 대한민국을 외쳤던 300만의 애국 국민들의 마음 속에 모두 나와 같은 분노가 자리잡고서 터질 것 같은 상태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 아니냔 말이다.
도대체 이 나라를 뒤집어 엎으려는 저 자들은 진정 누구란 말인가?
그야말로 분노가 이글거려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
2017.02.21/불 같은 분노~^^!!!!
¤
#서울
'33-영등포의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0) | 2017.02.24 |
---|---|
[스크랩] [통곡의 벽/Wailing wall, Western wall] (0) | 2017.02.24 |
[스크랩] [포물선의 미학 3] (0) | 2017.02.20 |
[스크랩] [K-19 위도우메이커/widow maker] (0) | 2017.02.19 |
[스크랩] [The winner takes it all] (0) | 2017.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