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영등포의 삶

[스크랩] [마음 속에 우상을 섬기지 마라]

영등포로터리 2016. 10. 13. 07:59

[마음 속에 우상을 섬기지 마라]

먼 곳에 일이 있어 새벽길을 나섰다. 노량진역을 향해 타고자 했던 버스가 막 지나가 11분이 더 있어야 다음 버스가 오는 것으로 안내판이 표시를 하는데 바로 오는 버스가 신길역을 가는 것이기에 기꺼이 올랐다.

버스가 새로 나온 것이라 매우 깨끗하고 새차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무엇인가 오늘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마음에 기분이 한껏 고조됨을 느꼈다. 그러나 한 정류장을 지나간 버스가 사러가 네거리에서 걷는 속로로 간다. 기사 말로는 가속페달을 밟아도 차가 나가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날 군에 있을 때 짚차를 타고 김포에 볼 일을 보러왔다가 "삼발이(?)"라는 부품이 고장나서 걷는 속도로 돌아가느라 한 밤 중에 부대로 복귀한 기억이 뇌리를 때린다. 그날 밤 귀대 도중에 같은 부대의 트럭을 만나 구난을 받았지만 내 짚차를 쇠사슬로 매달고 고갯길을 전속력으로 내달렸던 앞뒤 몰랐던 트럭 운전병을 생각하니 내가 지금 온전히 살아있는 것도 사실 감사드릴 일이다.

버스에서 내려 다음 정류장으로 내달리니 원래 타고자 했던 버스가 온다. 다행이 그 버스를 이용하여 지금 전철을 타고 두 시간에 가까운 여정을 시작한다.

오늘 무엇인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약간은 웃긴다.
좋은 기대였기에 망정이지 만일 무슨 불길한 생각을 했었다면 이 아침에 겪은 일련의 사태가 무엇을 말함일까?
그저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놓고 무엇인가 좋은 일이 아니면 나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상에 사로 잡혀 일희일비한다면 그 얼마나 우스운 일이란 말인가?
그래서 그 분께서 "나 이외의 어떤 마음 속의 우상을 섬기지 마라"고 설파를 한 모양이다. 공연한 해프닝에 마음을 사로 잡혀 기뻐할 것도 근심할 것도 아닌 것이다.

어느덧 전철은 지상구간으로 나와 광명의 햇살을 받으며 제 갈길을 달린다.
오늘 하루도 그저 열심히 살자~^^!!!

2016.10.13/나무도 이제 선선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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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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