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목(副木, splint)]
사람이 한 평생을 살다가 보면 몸을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다치는 경우에 뼈가 손상이 되면 몸을 지탱하기 어렵다는 것에 문제가 있고 무슨 방법을 쓰든 뼈가 원위치(接骨) 되어야 시간이 흘러 회복이 되더라도 인체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에 인체 본연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뼈가 부러진 상태로 사람이 서거나 활동할 수가 없으니 그로 인한 통증을 줄이고 회복 후에도 원형을 찾기 위하여 취할 조치가 부러진 뼈의 위치에 부목을 대주는 것으로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응급조치이다.
나 역시 뼈의 손상에 대한 추억이 있다. 언제였던가? 아마도 1993년 5월 5일이었을 것이다. 어린이날이라고 하여 아이들과 같이 놀다가 비탈진 풀밭으로 잘못 뛰어내려서 무릎 연골을 다친 적이 있었다. 당시는 경황 중이고 부목을 대고 승용차로 이동을 할 수가 없어서 지금 모두의 머릿속에서 상상이 되는 부목을 하지는 못했지만 병원에 입원을 하고 수술을 받은 후에 몇 주간 깁스를 하고 있다가 어느 정도 회복이 된 후에는 다리를 움직이는 각도를 제어할 수 있는 기능적인 부복을 대고 활동을 겨우 시작할 수 있었다. 나는 사업에 있어서도 부목의 판매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다. 의료기기 법 상 부목은 1등급 제품으로 신고대상이기에 비교적 식약청의 허가를 받기가 수월한 품목이다. 당시에 그 상상을 하여 판매를 위한 시도를 해볼까 하였지만 그에 대한 시장을 점유하기가 만만치 않아 소비자 필요에 의하여 요구되는 정도만을 취급해왔다.
일전에 연구실을 정리하다가 잘못하여 커다란 상자가 화분 위로 떨어지는 사건이 있었다. 앗차 싶어서 상자를 들어내고 보니 아니나 다를까 화분에 있던 꽃나무의 가지 5개가 부러지고 말았다. 순간 높은 곳에서 잘못 뛰어내려서 다쳤던 무릎을 생각하며 저 꽃나무가 말을 못하고 있지만 얼마나 아플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무척이나 안쓰러웠다.
사실 이 꽃나무는 김원태 의원(송파구 7대 서울시의원)이 나의 연구실을 찾았을 때 생각지도 않고 있는데 덜렁 가슴에 안고 나타나서 내 책상 위에 올려준 것이었다. 나는 원래 아기자기한 마음이 부족하여 꽃나무를 가꾸고 이파리의 먼지를 닦아주고 하는 행동을 하지 못한다. 그 이후에도 이 꽃나무는 내 옆에서 선물한 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천덕꾸러기 같이 지내왔다. 물을 제대로 준 것도 아니고 통풍을 제대로 해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묘한 것이 정성들여 가꾸어주지 않아도 꽃나무가 매우 잘 자랐다. 이파리가 죽은 듯하면 새로운 잎이 나서 맑은 초록의 빛을 보여주고는 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꽃나무의 이름을 몰랐다. 참으로 무심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려서 꽃나무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알려달라고 하였더니 그것이 돈나무(金錢花?)라는 댓글이 달렸다. 아니!!! 돈나무라니...? 내가 이 귀한 것을 지금까지 푸대접을 했다는 말이 되는 것인가 하여 그때부터 물도 가끔 주고(물을 너무 자주 주면 안 된다고 함) 바람도 쏘여주고 화분에 흙도 채워주고 하였다.
그런데 그 귀하디귀한 꽃나무에 상자가 떨어져서 가지가 5개나 부러졌으니 마치 내가 죄를 지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부러진 가지를 지탱할 수 있는 연구실 내에 있는 모든 재료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달력을 묶는 바인더에 나무젓가락이 모두였다. 다행히 모양이 좋으라고 꽃아 두었던 조화의 가지가 비교적 굵은 철사로 되어 있어 실을 구해 부러진 가지를 하나하나 일으켜 세웠다. 이른바 부목을 대는 것이었다. 마치 내가 의사가 된 양 버팀목을 대고 솜씨는 그렇지만 실로 묶어서 가지가 원형을 되찾도록 시술을 해주었다.
그저 꽃나무에 미안한 마음으로 매일 아침 출근을 하면 잠을 잘 잤는지 하고 들여다보지만 꽃나무가 골절의 아픔을 잊었는지 말이 없어 내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꺾어진 가지가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어 안타깝기도 하다. 어찌되었든 시간이 가면 자연의 신비한 조화와 마술로 가지가 회복될 것을 믿는다. 빨리 회복되어서 여전히 새로운 가지와 잎을 내보내면서 연구실을 환하게 밝혀주기를 기대하며 무엇보다도 다시는 그런 아픔을 겪지 않도록 관심을 기우려야겠다. 그래도 명색이 주인이라는 자인 나의 무심함에 꽃나무가 얼마나 서운했을까? 미안한 마음이 가득한 아침이다.
2018.01.05/쇠의 날인데 금전화에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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