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영등포의 삶

[스크랩] [십년만의 禁酒]

영등포로터리 2018. 1. 5. 08:47

[십년만의 禁酒]




올해가 2018년이니 돌이켜보면 딱 10년 전 이야기이다. 말인즉 10년 전인 2008년에 금주(禁酒)를 선언하고 그것을 진실로 실천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금주기간은 대략 내가 공직의 업무를 끝내는 시점이었으므로 2년 반 정도 지속되었으므로 2010년 7월 1일 보란 듯이 음주(飮酒)를 재개했던 적이 있다. 물론 그간에 술을 절제해보려고 노력을 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다. 금주(今酒)라 하여 지금은 내가 술을 마시고 있지만 다음부터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노력도 해보았고 금주(金酒)라 하여 금요일만 술을 마시고 주말에 쉬며 다른 날은 술을 마시지 않겠노라고 호언장담(豪言壯談)도 해보았다. 그러나 사실은 모든 것이 허사였다.




사실 술을 마시면 사람이 솔직해지는 면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종의 긴장완화의 결과라고 본다. 알코올이라는 물질에 핏속에 용해되어 우리의 체내를 돌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긴장을 완화하므로 사람은 평소에 넘지 못하는 삶의 가림막을  통과하여 솔직담백해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이 술을 마시면 좀 더 진솔해지고 대담해져서 취중진담(醉中眞談)이라는 말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취기의 정도가 적당한 선에 있을 경우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취기의 적당함이라 함도 개인 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수학공식 마냥 정의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10년 전의 금주의 동인은 사실 한 밤중의 실수였다. 무엇인가 기분이 언짢은 일이 있어 식사를 하면서 소주를 한 병, 2차를 가서 또 소주를 한 병에 맥주를 섞어 마시고는 3차는 홀로 어느 카페의 창가에 앉아 맥주를 두병 마시고 집으로 가기 위하여 길을 나섰다. 그리고는 취한 몸을 끌고 걷기에 힘이 들어 어느 건물 옆 벤치에 앉아 잠시 쉰다고 한 것이 잠이 들어 2시간을 흘려보냈다. 이것은 참으로 당시의  내 신분으로서는 엄청난 실수였다. 또 하나의 동인은 만학의 길을 걷게 된 탓이다. 박사과정에 등록을 하고 생각을 해보니 젊은 사람들을 취한 정신으로는 따라갈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때는 정말 바쁘게 살던 시기였기에 촌음을 아껴 쓰고자 숙취(宿醉, hangover)에 약한 자신을 잘 알기에 선택한 금주는 지극히 현명한 길이기도 했다.




1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다시 생각을 해보니 그간에 술을 절제하고자 했다가 실패한 노력들을 생각해보면 금주가 금연(禁煙)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취기가 가시지 않아 두통을 안고 아침에 눈을 뜨면 “어리석은 것이 인간이라더니 내가 그 꼴이구나!”하면서 후회를 하고 괴로워하지만 이를 버리지 못하고 매번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누를 나 자신과 남에게 끼친다. 더구나 이제 체력도 전 같지 않아 아침에 일터로 나가는 것이 힘에 부친다. 내가 맑은 정신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과 가져야 할 인간관계에도 매끄럽지 못함을 주고 나 자신에게도 종일 괴로워하는 고통을 준다. 이 어찌 어리석지 아니하며 이 어찌 민폐(民弊)가 아니던가?




이것은 마치 삶의 묘한 데자뷰(deja vu)라고나 할까? 아니 그보다도 더 역동적인  개인 역사의 반복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2008년에 겪은 미국 발 금융위기와 2018년에 온다는 또 다른 금융의 위기처럼 10년을 주기로 해서 다가오는 “금주의 삶”을 내 인생으로부터 요구받는 것이다. 사실 여기에 강력한 원인이 한 있기는 하다. 그것은 작년에 실시한 건강검진의 결과통보서가 주는 의미이다. 아직 망가지기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건강의 모든 지표가 나빠졌다는 건강보험공단의 경고장(?)을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건강의 상실이라는 것도 어느 날 새벽같이 슬그머니 찾아오는 것이라 보면 맞는 말일 것이다. 가끔 가다가 “정신이 다시 맑아진 어머니보다는 내가 그래도 늦게 가야지”하는 발칙하고 주책스러운 상상을 하다가 보면 아직은 내가 더욱 더 건강을 지켜야할 때라고 확신을 한다.




그리고 무술년 개띠 해인 2018년에 승패에 관계없이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육신의 건강은 물론 아침 이슬처럼 맑고 영롱한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나로부터든 나에게로든 태도와 자세를 흩트리는 일이 있어서도 아니 되고 유발되어서도 안 된다. 누구나 다 경험하는 것이겠지만 알코올이라는 것은 혈중농도가 높아졌을 때에 사람으로 하여금 실수를 유발시킬 개연성을 매우 높여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언제 다시 음주의 상태를 재개하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금주를 선언하고 실천할 때이다. 나로서는 “10년만의 금주(禁酒)”이다. 과연 내가 반복되는 역사이지만 이 과업(?)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다시금 나의 의지와 노력이 시험받는 무대 위에 내가 다시 섰다. 나를 위하여 나를 빌어본다.




2018.01.04/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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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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