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perbaric medical chamber]
종편(綜篇, 모씨가 종편은 종일 편파방송을 한다고 해서 종편이라고 했다고 했음)은 물론 공중파 방송을 시청하지 않은지도 어언 1년여가 되어 간다. 그런데 최근에 방송이 파업을 한다고 하여 드라마를 내보낸다고 하는 말을 듣고 오래간만에 TV를 켜니 소위 정규방송을 하지 않고 정말 드라마만 하는지 ‘병원선(病院船)’이라는 극을 연속으로 내보내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정말 예뻐서 나도 모르게 두 편을 모두 보게 되었다. 내용인즉 업무를 방해하던 자들을 평정한 남자 동료들과 같이 의기양양하게 병원선으로 돌아와서 어촌주민들의 건강상태를 돌보는 그런 장면이었다. 그리고 해녀들 간의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고 여느 드라마와 같이 남녀의 애정이 개입되어 갈등하는 장면도 있었다. 그런데 참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물질을 하러 바다 속으로 잠수를 하였다가 무엇엔가 걸려 떠오르지 못하고 익사직전까지 갔던 한 해녀를 구해서 고압산소탱크(高壓酸素tank, hyperbaric medical chamber)에 넣어서 생명을 되살리는 장면이었다.
예전에는 연탄가스에 심하게 중독이 되면 중독된 환자를 그 탱크에 넣고 2~3 정도의 기압의 산소를 가압, 주입하여 사람을 살리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은 연탄(煉炭)난방을 사용하지 않아 근자에는 웬만한 병원에는 그러한 고압산소탱크가 모두 퇴출 된지도 오래다. 나 역시 30년 정도 전에 연탄가스 중독으로 막내 동생이 그 탱크에 들어가 있었던 적이 있었기에 생과 사의 갈림길에 있는 동생을 바라다보며 탱크 앞에서 안절부절 했던 기억이 있다. 오늘 인터넷에서 “고압산소탱크”를 검색해보니 번개탄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이 증가하는데 이 탱크를 구비한 병원이 별로 없어 개탄 아닌 개탄을 하는 글을 보았다. 번개탄이든 LNG나 LPG든 CO2에 중독(中毒)이 되면 고압산소탱크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병원선이라는 드라마에서 예쁜 여주인공과 멋진 남주인공이 해녀의 마비된 의식을 되찾기 위해서 애쓰는 장면을 보고 “동생과의 추억”이 아닌 또 다른 기억을 되살렸다. 그것은 바로 CO2 중독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고 잠수부(潛水夫)들의 잠수병(潛水病)을 치료하는 hyperbaric medical chamber에 대한 기억이다. 아마도 얼추 2000년대 초중반 경의 일이었다. 이름을 대면 모두가 알만한 수유리에 있는 모 종합병원에서 이 제품에 대한 흥미가 있고 구매의사가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해당 모델이 국내에는 없고 미국 LA 인근에 있는 모 병원에 운용되고 있으니 동 병원의 이사장(理事長)께서 그 병원을 가서 제품을 직접 보고 싶다는 전언이 왔다. 마침 San Diego에 있는 거래업체가 있어 그곳을 방문하였다가 LA 인근의 병원에서 이사장을 만나기로 하고 무조건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사실 이때만 해도 겁이 없었다. 무엇이든 쫒아 다니면서 무엇인가를 만들어 보려고 했던 정열과 의욕이 넘쳤던 시기였다. 그로 인하여 병원 앞의 멕시칸 칼라가 묻어나는 상가 앞에서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리다가 약속시간이 되어 병원 앞에서 이사장을 만나 모시고 병원의 치료실을 들어가 서툰 영어지만 치료사의 양해를 얻고 치료하는 실태를 견학하였다. 이 chamber는 1인용이었는데 이사장께서는 이 1인용 chamber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기에 나를 보고 manufacturer를 알아 달라고 하였다. 순간 나는 양복을 벗어던지고 기계 바닥으로 몸을 뉘어서 기기에 붙어있는 레이블에서 회사명(Divex Ltd.)을 확인하였고 내용을 알아본 다음에 연락을 드리겠다고 약속을 하고 LA로 와서 저녁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서울로 돌아와서 나는 인터넷을 통하여 이 회사를 확인해보니 Divex Ltd.는 스코틀랜드 애버딘(Scotland, Aberdeen)에 있는 회사였다. 지체 없이 전문을 내보내고 담당자와 약속을 한 다음 런던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런던에서 다시 스코틀랜드 행 국내선을 타고 그 회사에 도착하니 Divex는 잠수기기를 제작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대한 제조회사였다. 하루 종일 회의를 하며 내가 한국에 가서 이 hyperbaric chamber를 판매해 볼 테니 자료와 인증서를 달라고 하니 그들은 친절하게 모든 것을 지원해주고 두 회사 간의 계약서까지 체결을 해주었다. 게다가 융숭한 대접을 받고 런던으로 와서 런던 한인회장을 하는 고등학교 동창과 대우 런던 지점장인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 같이 만나 골프를 즐기며 오랜만에 회포를 풀기도 하였다.
당시만 해도 이러한 기능과 형태의 제품은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와 거제도 인근의 해안가의 대형 병원에 드물게 설치되어 있었고 서울에는 강남구에 있던 서울의료원에 다인용 hyperbaric chamber가 있었지만 1인용 medical chamber의 판매는 단가 대비 수익이 맞지 않아 판매가 쉽지 않았다. 그렇듯 동 사업은 활성화에 지지부진했는데 몇 년 뒤에 보니 휴대용 chamber가 launching되어 나로서의 사업화에는 성공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medical chamber의 효능이 잠수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뇌졸중(腦卒中, stroke)과 외상(外傷, wounded) 등의 회복에도 좋다고 하는 내용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리고 몇 년 뒤에 서울의료원장과 동 제품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가 있어 물어보니 다인용 hyperbaric medical chamber의 효용성이 임상이론의 기대치보다 낮아 장치를 폐쇄(閉鎖)하였다는 말을 들었다.
그 후로 시간이 많이 흘렀다. 우리 사회는 이상한 역정(歷程)을 거치면서 변모하여왔는데 깊은 바닷물과 관련된 해난사고가 서해 위도 여객선 침몰 사건에 이어 또 발생하였다. 이른바 세월호 사건으로 많은 어린 학생들이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의문을 남기고 심해로 가라앉았다. 이들의 구조를 위하여 많은 인력과 장비가 투입이 되어 노력을 하였지만 구조가 불가항력에 가까운 거대한 재난이었고 한국 정치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사건이 되었다. 이때 어떤 사람이 “다이빙벨”이라는 것을 갖고 학생들을 구조할 수 있다고 하는 말을 들었지만 잠수를 위하여 고압탱크를 이용하는 일이 그리 쉬울까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 그의 존재는 미묘한 신기루 같은 미스터리(mystery)만 남기고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그러기에 작금의 정치적 상황 속에서 고압 chamber를 회상하는 나의 머릿속은 참으로 복잡하고 피곤하다. hyperbaric medical chamber를 병원선이라는 TV 드라마에서 보고 십 수 년 전의 과거로 내가 회귀하여 로스앤잴리스로 하여 스코틀랜드까지 날아갔다가 다시 진도 앞바다에 가서 물속으로 잠수하여 버렸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대의 아픔도 컸음을 보며 말로 형언(形言)할 수 없는 기구(崎嶇)절창한 인생살이를 본다. 정말 놀라운 것이 세상이고 웃기는 것이 인생이며 추악한 것이 인간이다.
2017.10.21/흙냄새 나는 토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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