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영등포의 삶

[스크랩] [자영업의 명멸(明滅)]

영등포로터리 2017. 6. 6. 18:15

[자영업의 명멸(明滅)]

내가 구로동으로 온지도 어언 15년이 되어 간다. 선거에 나가면 지역주민들로부터 자주 듣는 소리가 "내가 이 동네에서 산지가 몇 년인데..."이지만 얼추 15년이면 나도 한 지역에서 목소리를 키울 수 있나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은 그에 관계없이 어찌 보면 중간의 몇 년을 제외하면 한 전철역이나 정류장에서 내려 수없이 걸어다니며 본 거리의 모습을 말하고 싶다. 말인즉, 길가에 들어서는 자영업자의 명멸이다.

같은 자영업자라 하더라도 그나마 자금을 빌렸든 꾸었든 아니면 대출을 받았든 사기를 쳤든 투자금이 좀 있는 사람은 내부장식을 예쁘고 깨끗하게 꾸며놓고 설비도 새로운 것을 들여다 놓으며 직원도 몇명 고용을 해서 나름대로 새 출발을 한다.

하지만 초기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사람의 모습은 지난 15년간을 보아와도 정해져 있다. 작은 공간에 좁은 공간에 허름한 설비를 해놓고 그저 지나는 이들의 눈길에 호소를 하는 것이다. 하기사 자금이 되면 그런 길목에 자리를 잡을 리도 없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며 보니 작고 좁은 집은 명멸하는 주기가 짧다. 좀 나은 가게도 명멸하는 것은 주기의 차이일 뿐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버틸 수 있는 집은 토박이로 오랜 명망(?)을 유지한 곳이나 그저 소일거리로 자영업을 유지하는 곳, 아니면 자기 건물에서 무엇인가를 하는 가게들이 대부분으로 보인다.

디지털단지가 들어서면서 많은이들이 주택가 이차선 도로나 이면도로에서 회사와 전철역을 오가는 회사원들을 상대로 이런저런 업종의 자영업을 시도해 보지만 그저 명멸할 뿐이다.

우선 뻔한 자리에 자꾸 적합하지 않은 업종을 소개해주는 임대 중개업자도 그 거리에서 살기 위해 하는 일이겠지만 특정자리에는 몇 개월 버티지 못하고 사라질 업종이 아닌 것으로 소개를 해주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영업의 대부분은 비용의 극소화를 목표로 한다. 그래서 대부분 가족 아니면 친인척 위주로 종업원이 꾸려진다. 이제 그 한도를 넘어설 때에 직원을 쓰지만 자꾸만 들먹거리는 시급 이야기에 모르면 몰라도 가슴이 철렁철렁할 것이다.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많이 줘도 적다고 느끼고 주는 입장에서는 아무리 적게 줘도 등골이 휜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니 내가 무슨 경제학을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추론이 가능한 선에서 볼 때 급여라고 하는 것은 시장이 허락하는 업체의 생산성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스스로의 아니면 가족이나 친인척의 희생을 전제로 해서 꾸려나가는 작은 구멍가게도 힘든 마당에, 정치인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자신들이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닌데 시급을 1만원이다 2만원이다라고 떠벌이고 정할 일은 아니다. 그럴 양이면 그런 말하는 정치인들이 국회의원직을 던지고 나와서 돈을 벌어가면서 시급을 지급하며 그런 주장을 하기 바란다.

국회의원은 50평 정도의 사무실과 9명 정도의 직원을 고용하는 소기업의 사장이나 다름이 없다. 국민의 세금이 아닌 자신의 노력과 땀으로 그것을 지탱하면서 시급을 논하면 이해를 할 수 있지만 손집고 헤엄치듯이 사무실을 유지하는 유희 속에서 그런 말을 하지 말기 바란다.

차라리 온 국민에게 1인당 월 최소300만 원의 급여를 지급해라. 그러면 길거리의 노숙자도, 국민기초생활수급자도, 송파 세 모녀도, 몸 파는 아가씨도, 사기치는 아저씨도, 그토록 그대들이 안타까워 하는 가난한 노동자도 없게 될 것이다.

아주 간단한 방법을 두고 무엇하러 잘고 자잘구레한 돈 만원 짜리 시급을 쪽팔리게 논하는가?
그러면 저출산 문제도 다 해결되고 이땅에 빈곤한 여성도 없으며 불편한 장애인도 없고 안스런 어린 아동도 없고 궁색하고 냄새나는 노인도 없어질 것이다.

아니 그러한가?
정치를 한다는 불나방 같은 족속들아~!!!!
그대들이 끼니 당 29,999원 짜리 기름진 음식을 먹는 동안에 고독한 자영업자들은 길거리에서 삶이란 불구덩이 속으로 그렇게 명멸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불 속으로 "아아아~ 너를 안고 가련다!!! 불나비 사랑~~"이라고 했겠는가?

https://youtu.be/3fSp9vO6D7U

2017.06.06/불나비는 불나방을 안고 불 속으로 간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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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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