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영등포의 삶

[스크랩] [차차차~]

영등포로터리 2017. 3. 11. 21:23

[차차차~]

처음 차를 구입했을 때가 1987년이다. 운전에 자신이 없어 자동차 판매직원이 회사로 끌고 온 차를 하루를 세워놓았다가 그 직원에게 수고스럽지만 집으로 가져다 줄 수 있냐고 했더니 그 친구가 흔쾌히 토요일 오후 6시 퇴근시간에 맞추어 차앞에 도착을 해있었다.

우리는 차를 타고 플라타너스 가로수 긴 길을 지나 비정형이지만 6거리에 다달았다. 그런데 그 친구가 생각보다 능숙한 운전솜씨를 갖고 있지는 않았다. 신호등을 잘못 보고 원래 가려던 길이 아닌 다른 곳으로 접어들었는데 갑자기 주춤거리더니 앞에 서있는 버스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버스 운전기사가 오더니 왜 남의 차를 들이 받느냐고 하면서 보니 버스에는 흠집 하나 없으니 조심하라고 핀잔을 주고 가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무슨 기가 막히는 일인가? 차를 살펴보니 앞 본닛이 다 찌글어진 것이 내 마음도 같이 찌글어져 속이 상하기 시작하는데 정말 말이 안나오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차번호를 보니 8879였다. "팍팍치구!!!" 하는 느낌이 오는데 아 번호가 재수 없는 것인가 보다 했다. 하는 수 없었지만 나오자마자 수리를 해서 집으로 끌고 갔으니 차의 첫 구입이 매우 불편했다. 그래 그랬던가? 두번째 구입했던 차는 2256이었는데 구입한지 3-4일 만에 퇴계로에서 신호대기를 하고 있는데 비탈길에서 주차브레이크가 풀려 혼자 굴러오는 차에 그대로 옆구리를 받혔다. 참 신기한 일이다. 왜 차를 구입하면 작지만 사고가 날까?

다음에 구입한 차는 8369이다. 그 다음은 2602, 2736, 1049, 8001, 3172 순이었다. 3172는 물품운반용 승합차였고 나머지는 모두 승용차였다. 8001과 함께 나와 사업체의 발이 되어 주었던 차들이었다. 나는 이때까지 총 9대를 H사로부터 차를 일관되게 구입을 해서 운행을 했다.

그러던 중에 연로하신 어머니에게 불행하게도 치매가 찾아왔다. 치매 초기에는 환자가 어느 정도 움직임에 불편이 없을 때이므로 승용차로 병원을 모시고 다니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정도가 심해지고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 이후부터는 외부 병원에 모시고 나가려면 매우 힘이 들었다. 비록 환자지만 몸이 늘어지면 휠체어를 이용해도 다루기가 힘든데 겨우 차에 태운다 하더라도 일반 병원에 도착해서는 역시 휠체어가 필요하다.

준종합병원 이상의 병원을 이용한다면 그나마 병원 측에서 제공하는 휠체어를 대여해서 쓸 수있지만 작은 의원급을 가는 경우에는 휠체어를 차에 싣고 가야만 되었다. 그러니 어머니를 겨우 안고 업고 하여 휠체어에서 차안으로 모시고서 휠체어를 차에 실어야 할 때면 이 또한 커다란 과제가 아닐 수 없었다.

커다란 트럭이나 적재공간이 있는 승합차가 아니면 휠체어를 싣고 가는 것이 사실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 적어도 2,500cc 이상의 승용차가 되어야 겨우 트렁크에 싣고 끈으로 열린 트렁크를 묶고 가던지 트렁크가 열린 채로 덜렁거리는 상태로 이동을 하게 된다. 매우 위험하고 보기도 흉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매번 앰블런스를 부르기에는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러던 중 길을 가는 그러면서 약간은 재미난 모양의 차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K사 제품이었다. 속을 들여다보니 휠체어가 들어가고도 남을 공간이 확보가 되어있고 문도 여닫이가 아니고 미닫이라서 지극히 편리하기 짝이 없었다. 기존의 업무 차량도 노후되었고 해서 8001과 3172을 모두 동기종으로 바꾸었다. 운용비도 저렴하고 주차공간이 좁기는 하지만 내부공간은 웬만한 승용차보다 훨씬 더 커서 편리하기도 하지만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가끔 갈 때 휠체어 탑재 걱정을 하지 않아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 두 대의 번호는 3152와 3597이다.

이 외에도 집에 H사 1049와 F사의 RV용 2348이 있으니 내 인생에 총11대의 차를 구입했던 것이다. 언젠가부터 파업을 밥먹듯하는 회사의 차량을 구입하지 말자고 하여 차량제작사는 다르지만 어찌되었든 나는 많은 차를 구입했던 것 같고 지금도 총 4대의 차량을 운행한다.

하지만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차는 바로 작지만 독특한 디자인의 작은 차이다. 그 이유는 휠체어를 간단하게 운반할 수 있기 때문이며 승차공간이 상상하는 것보다 엄청 크고 편하기 때문이다. 누가 이 차를 설계했는지 참 고마운 기술자이다. 도로비, 주차비, 연료비 등 모두가 반값이며 승차 및 적재 공간은 1.5배이기에 그렇다.

2017.03.11/흙을 다시 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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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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