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낙하시험]
참으로 안타까운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론적으로 깃털과 벽돌을 떨어뜨리면 같은 속도로 땅에 떨어진다는 것이 자유낙하 이론이겠지만 공기저항이라는 변수가 있으므로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그러니 어린 아이에게는 더 호기심이 발동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학문의 책임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이론을 가르치는 것이 당연하지만 현상도 가르쳐야한다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살기 때문이다.
나도 중학교 다닐 때인가 비슷한 추억이 있다.
고향집 옆에 '금성소리사'라는 전파사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김기수 선수가 벤베누티를 이겨서 세계 권투챔피언이 되던 순간을 듣기도 했던 곳이다.
어느 날 학교에서 '테스터(요즘의 DVM)'에 대해서 배웠는데 당시는 60년대 말이었기 때문에 책으로만 배웠고 말로만 들었고 실습의 기회가 적었다. 소심한 성격으로 과학시간에 1대 뿐이 없는 테스터를 만져볼 수도 없었고 그저 듣고 보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아주 더운 여름 날 옆 집 전파사를 보니 그 테스터라는 것이 있었다.
나의 단순한 생각에 저것이 전압을 잴 수 있다고 하니 나는 정말 호기심에 테스터의 두 단자를 110V 전원에 꽂고 전압이 정말 나오는지 보고자했다. 그런데 바늘이 한 번 휘리릭 움직이더니 꼼짝을 하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고 꽂아보고 또 꽂아 보고 했으니 아마 테스터가 다 망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있고도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당연히 몇 시간 뒤에 난리가 났었다.
결국은 그곳에 들어갔던 나를 본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여 나는 붙들려 가서 아버지와 아버지의 친구 사이인 전파사 사장님 앞에서 이실직고를 하고 과학시간에 그 기계에 관한 얘기를 들어서 한 번 꽂아 보았다고 증언(?)을 했다. 소위 '자백'이다.
전파사 사장님은 호기심에 그런 것은 이해하지만 고장난 테스터 값은 물어 달라고 하여 아버지께서 당시에 5,000원을 변상해주기로 약속을 하는 것을 보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이제 아버지에게 '곧 죽었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방에서 숨을 죽이고 기다리는데 당시로는 거금을 변상을 하시고도 아버지는 그에 대한 책임 추궁을 10년 전 돌아가실 때까지 40년 간(망각을 하셨겠지만) 한 번도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지금 그런 호기심 때문에 9살 배기가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뜨린 벽돌로 인하여 사람이 죽었다.
이런 일은 호기심에 의하여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어린 아이에게 그 피해자에게 양쪽 가족에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2015.10.17/흙
=
'22-영등포 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망각과 혼란] (0) | 2016.01.25 |
---|---|
[스크랩] [다섯 구비 띠동갑] (0) | 2016.01.25 |
[스크랩] [개 같은 세상?] (0) | 2016.01.25 |
[스크랩] [새신] (0) | 2016.01.25 |
[스크랩] [생일상] (0) | 2016.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