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잔칫날]
노인복지론이 주장하기를 할아버지는 손자녀를 통해 젊음과 정열을 재경험하고 삶의 연속성을 느끼며 생산성과 성취감이라는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한다. 일찌기 손자녀를 본 친구들이 사진을 보며 기뻐하는 것을 보고 절제없는 주접을 떤다고 생각을 해왔는데 막상 나 자신이 그 입장이 되니 노인복지론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되었고 친구들의 마음이 십분이해가 되고도 남음이 있다.
아들딸을 낳아 키울 때와는 다른 묘한 애착과 가족이라는 결속과 정체성을 느낀다. 흔히들 손자녀가 오면은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우스개 농담을 하지만 그래도 그것은 다시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눈에 어른거리는 손자녀의 얼굴이 떠올리며 하는 말인 게다.
나는 외손녀와 띠동갑이자 음력으로 생일이 같다. 그것도 보면 하늘이 점지하는 인연이거늘 몇 일 전에 맞이한 외손녀의 돌날은 마치 내 생일의 잔치상을 또 받은 것 같아 기쁘기 그지없었다. 아마도 외손녀가 이 세상에 와서 한 순간에 가장 많은 사람들을 조우했을 것이며 가장 시끄러운 상황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것은 축하를 해주러온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를 비롯한 많은 가족 구성원과 아빠, 엄마의 친구친지들과의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요란한 생일축하 음악과 돌잔치 사회자의 돌잡이 행사와 그것을 바라보는 하객들의 웃음소리에 외손녀가 잔뜩 긴장을 하여 바라보는 눈초리는 이제 진정한 삶의 신고이며 돌잡이 이벤트에서 잡은 5만원 짜리 지폐를 꽉 움켜쥐고 급기야 터뜨린 울음은 제 엄마로부터 이 세상으로 분리되며 터뜨린 울음만큼 우렁차고 환희를 머금은 눈물을 뜻했다.
어머니가 병환을 입원을 한 이후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전 오후로 주님께 올리던 기도를 못하시기에 어느 때부턴인가 내가 그 기도를 올린다. 물론 이제 전가족의 가장 어른이신 어머니 민큼의 열정과 신실한 믿음이 곁들어진 것은 못될지언정 나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지나는 구로3동 성당 앞에 서면 온 가족의 평안과 안녕 만큼 외손녀의 "건강과 총명"을 주님께 간구드린다.
이제 곧 외손녀가 아장아장 걷고 말을 하겠지!!!
그렇게 어서 빨리 외손녀의 손을 잡고 아파트 화단길을 걸어가며 알 수 없이 재잘대는 알지 못할 말을 들어갈 다음 가을날이 기다려진다.
2016.10.23/해맑은 웃음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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