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영등포의 삶

[스크랩] [나는 새발의 피!!!]

영등포로터리 2016. 6. 29. 09:23

[나는 새발의 피!!!]

한국효교육문화연구소를 운영하는 후배 이현용 소장으로부터 8월부터 실시하는 효행교육지도자 양성과정에 대하여 설명을 들었다. 물론 효도라는 것이 마음에서부터 우러러나와야지 억지로 강요한다고 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 자체가 선하든 악하든 사물의 이치와 궤도를 알게 되는 나이에 더 나아가 나이가 든 이후에도 교육에 의하여 생각을 쌓아가고 정리정돈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요즈음 효도경쟁에 대하여 내가 보는 하나의 장면을 소개하고자 한다.
모두들 나를 보고 효자라고 한다. 그것은 십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모실 때도 나름대로는 사람의 도리를 다했던 것과 지금 치매의 어머니를 위하여 애태우며 노력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하는 말이다.

아버지, 어머니가 건강하실 때는 두 분이 고향땅에서 친절하고 성심을 다하시는 이웃들과 재미나게 사셨다. 그런데 십년 전 갑자기 아버지가 쓰러지신 이후로 두 분은 내 옆에 와 계시게 되었고 그렇게 아버지는 돌아가셨으며 이제 어머니도 육체 건강의 가느다란 줄을 붙들고 요즘은 하루하루를 지탱하는 모양새이다.

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계신다. 병원생활을 벌써 2년 째 하고 계신다. 입원당시만 해도 치매라는 말을 들으면 매우 언짢아 하시던 어머니가 이제는 그 단어에 무감각해졌다. 치매초기의 진단을 받고 다행인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집 인근에 요양병원이 신설되어 어머니를 이곳으로 모셨다. 걸어서 20분이고 버스로 10분임에 차로 5분 거리이니 퇴근하며, 외출하며 어머니 근황을 살피다 보니 거의 날마다 어머니를 뵙고 필요한 물품과 간식을 공급하는 형편이 되었다. 그나마 집이 가까워 다행이다. 그러다 보니 간호사들이나 간병인 그리고 다른 환자들 사이에 내가 효자라고 소문이 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몇 달 전에 맞은 편 방에 치매의 부인을 돌보는 얼추 동년배의 보호자가 들어왔다. 이 환자는 치매환자로서 많은 통증을 느끼는 모양이다. 앞방이나 복도에 있다가 누군가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애절한 목소리로 "아저씨~!!!"를 외친다. 이 환자의 보호자는 남편이다. 직장을 그만두었는지 환자의 침대 옆에 보조침대를 놓고 환자와 같이 병실에서 숙식을 하면서 부인을 돌보는 것이다. 부부지간의 간호는 우리가 통상 말하는 효라는 말로만 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효의 마음이 보호자에게 없기로 한다면 정신줄 놓은 부인을 그렇게 간호하기는 어려울 것이 자명하다.

최근에 효심의 강적이 어머니 맞은 편 자리에 나타났다. 이 보호자를 휴게실에서 만나 잠깐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 역시 얼추 비슷한 동년배였고 고향은 충남 아산인데 어머니가 쓰러져서 중환자실에도 계셨는데 자신이 열과 성을 다해 간호를 해드렸더니 회복이 되었으나 이제 연로하여 누군가가 돌보지 않으면 안되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식들이 상의한 결과 가장 모시기 편하고 중간 거리에 있는 이 병원으로 왔다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이 보호자는 보조침대를 하나 받아서 밤마다 잠을 자며 간병을 하고 낮이면 병원에서 출퇴근을 하니 퇴근시간 무렵에 내가 가면 어김 없이 만나게 되는 것이다. 정말 대단한 효자임에 틀림이 없다.

진실로 이들에 비해 보면 내가 하는 일은 조족지혈이다. 병원에서 같이 숙식을 하며 부인을 돌보고 출퇴근을 하며 어머니를 간병하는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나는 그들에 비해 보면 "새발의 피"라고나 할까?

2016.06.28/불 같이 타오르는 마음으로 효도를 하기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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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caMPV_KgtxI

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글쓴이 : nul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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