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부부]
바람이 약간 불어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듯한 날 늦은 시간에 퇴근을 하며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는데 앞서 두 노부부가 걸어간다.
할머니는 잔뜩 구부러져 좌고우면하지 못하고 오직 땅을 보고 걷는다. 그래도 할머니는 다른 기능은 정상으로 보였다. 할머니는 땅을 보고 걸어가면서 옆의 할아버지에게 "그쪽이 아니니 이리 와요~!!!"를 반복적으로 외친다.
할아버지는 종종걸음을 친다. 종종걸음을 치면 치매가 온다고 하는 말을 나의 어머니에게 들었는데 그래 그런지 할아버지는 걷는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자꾸 다른 방향으로 종종거리며 나간다. 아마도 그런 할아버지를 운동을 시키느라 잔뜩 구부러진 할머니가 같이 이 야심한 시각에 길을 나선 모양이다.
두 노부부가 걸어가는 모습이 안타깝기는 했어도 서로를 공경하여 함께 걸어가는 광경이 참 보기가 좋았다. 하지만 초고령사회로 치닫는 이 나라와 후대를 생각하여 특히 우리 베이비부머들은 "합리적으로 오래 살지 않는 방법"을 궁리해야 할 것이다.
다음과 같은 좋은 글귀가 있어 소개한다.
"빈우(賓遇)란 부부가 서로를 대할 때
손님을 모시듯 공경하는 것입니다.
가난하고 천하더라도 더욱 사랑하고, 늙어갈수록 더욱 공손히 하며, 자녀가 집안에 가득하더라도 음식을 손수 장만하여 제공하는 것입니다."
- 참전계경(參佺戒經) 85사 빈우(賓遇)
https://youtu.be/VkW2N-blZcc
2016.05.20/쇠소리가 들렸던 밤에...
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글쓴이 : nul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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