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막 저 편]
어머니가 거동이 불가해진 것은 최근 몇일 사이이다.
죽도 떠넘기기 어렵고 물조차 넘기기 어려워하는 상태가 되고 나니 보호자로서 나는 엄청 황당했고 또 당황했다.
아마도 한 사나흘 쯤 되었을까!
원래 어머니의 옆에는 입원동기이자 침대를 붙여놓고 친구 같이 지냈던 할머니가 있었는데 그 세월도 가히 1년 반이었다.
항상 어머니와 같이 식사를 하고 대화를 하고 같이 휴게실을 오가고 같이 목욕을 하고 같이 소변도 보러 다니던 사이가 되었던 것이다.
그 할머니의 보호자는 자주 병문안을 오지 않아 내가 병원을 들렀다가 돌아가려면 내 손을 잡고 저녁도 못 먹여 보내 미안하다며 눈물도 흘렸던 할머니였다.
그런데 보름쯤 전에 감기로 인하여 두 분의 호흡기가 숨을 쉴 때마다 그르륵거리는 증세를 보이더니 천식이 지병이던 그 할머니가 중환자실로 이송됐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옆 친구가 이사를 갔다고 서운해 하는 것이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이사간 것이 아니고 잠시 다른 방에 치료를 하러 갔으니 곧 돌아올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으나 어머니는 하염없이 그 옆자리 친구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일주일 전이다.
나는 어머니 담당의사를 만나 상담을 갔다가 그 옆 할머니가 지병인 천식으로 인하여 유명을 달리했다는 말을 들었다. 단지 너무나 친했던 내 어머니에게는 충격이 될까봐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비밀이 없으니 지난 주말에 누군가가 그 옆 할머니의 죽음을 내 어머니에게 말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그러나 어차피 치매이니 들어도 기억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을 한 모양이다.
이유와 연관 관계는 알 수 없지만 그 이후에 어머니가 기력을 다 잃어버렸다.
그 옆 할머니의 죽음이 같이 감기를 앓았고 그 고통을 이겨냈던 내 어머니에게 매우 크나큰 충격이었을까?
정확하게 그 이후부터 어머니가 기력과 그나마 남은 총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죽과 물 그리고 약도 넘기기 힘든 상황이 되더니 급기야는 대소변을 받아내는 지경이 되었다.
어제였나?
점심을 먹여드리려고 갔다니 옆 침대와의 사이에 가려진 커튼을 힘겹게 젖히더니 새로 들어온 젊은 환자를 물끄러미 바라다 보는 것이 아닌가!
나는 옆 환자에게 그것이 미안하여 커튼을 얼른 치고 말았다.
그런데, 또 오늘 점심 때였다.
넋나간 눈빛으로 죽을 몇수저 받아 먹던 어머니가 다시 힘겹게 커튼을 젖히며 빈 침대를 감겨가는 눈으로 또 바라다 보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어머니는 그 친구를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오지 않는 죽은 친구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에 이제 지쳐가는 것이다.
안타깝다.
아무리 치매환자지만 그 할머니가 병을 고치면 다시 올 것이라고 말을 해주었으면 희망이라도 있었을 것 아닌가?!
장막을 걷어봐야 아무도 없는 그 빈 침대를 보거나 알지 못하는 낯선 얼굴을 보는 것이 어머니에게는 절망과 낙심이 천만인 상황이 아닐까?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못하는 그 할머니를 마냥 기다리는 내 어머니의 반 쯤 감긴 눈이 이리도 안타까울 수가 없다.
그런데 장막을 걷어치우고 행복의 나라로 가자고 그 누구가 노래를 했던가?!
YouTube에서 '한대수-행복의 나라로' 보기
https://youtu.be/4OAJbAnv9kk
2016.01.20/물조차 넘기기 힘들어 하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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