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로 일하면서, 저는 수없이 많은 공식 만찬자리에 참석해왔고, 부지런히 일하는 레스토랑 및 호텔 직원들의 서빙을 받아왔습니다. 항상 그 분들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던 것이 근무 시간 내내 서서 일하고 또 음식이 담긴 뜨거운 접시를 나르며 체계적으로 맞춰 서빙하고, 까다로운 손님을 상대하면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일이 정말 보통 어렵지 않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제가 이를 몸소 체험해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직접 해보고 나니 이 분들을 더욱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한 CEO 서버즈 나이트 (CEO Servers’ Night) 자선행사에서 저는 하루 저녁 대사관 직원들을 위한 서버로 변신했습니다. 저 말고도 지엠, 인텔, 페덱스, 코스트코, 보잉을 비롯해 한국에서 근무하는 미국 기업 대표들이 웨이터로 나섰습니다. 행사의 수익금은 한국의 소외계층 아동들을 위해 기부되었습니다.
행사 시작 전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요! 서빙을 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보니 뭘 쏟거나 깨지 않고 무사히 서빙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전문가로부터 서빙하는 방법을 속성으로 교육받고 있는 중입니다. (사진 제공: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사실, 올해 초에 음식 서빙을 해보긴 했었는데요, 딸들과 함께 노숙자 쉼터에서 자원봉사를 할 때, 그리고 평창스페셜동계올림픽 당시 미국 대표팀 선수들에게 아침 배식을 해 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와 호텔에서 4단계 코스 음식을 서빙하는 것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친절한 호텔 직원의 전문적인 도움과 지도 덕분에 무사히 저의 임무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만, 솔직히 제가 그렇게 뛰어난 서버는 아니였다고 고백해야겠습니다. 특히 가장 민망했던 순간은 제가 한 손에는 제 와인잔을 들고, 테이블 손님들에게 와인을 따라준 것이었습니다.
초청한 대사관 직원들을 위해 열심히 서빙하는 모습입니다. (사진 제공: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이번 행사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저를 위해 직접적으로 많은 일을 해온 대사관 직원들을 초청할 수 있었던 점인데요, 사실 이 분들이야말로 괴로움을 감내해야하는 직원들이죠! 저와 가장 가깝게 일하는 비서진 이외에도, 경제과에서 근무하는 젊은 외교관 두 명, 영사과 소속 외교관 한 명과 늘 열심히 일하는 훌륭한 대사관 통역사 한 명도 초대했습니다. 저에게는 좋은 취지의 자선행사에 기여도 하면서 열심히 일해준 직원들에게 보답도 할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행사를 통해 많은 수익금이 모였는데요, 좀 더 많은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되어 같이 참여한 서버들과 저는 무척 뿌듯했답니다.
의미있었던 저녁시간을 마무리하는 좋은 방법... 맛있는 미국산 와인이 빠질 수 없겠죠!
남을 섬기다는 뜻이 있는 서빙 이야기가 나온 김에 제가 얼마 전에 참석한 또다른 특별했던 행사를 소개하겠습니다. 이 행사는 제가 아닌, 다른 이들의 섬김 활동을 치하하는 자리였는데요, 이 때는 제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 손님이자 초청 연사로서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매년 6월이면 한미우호협회에서는 한미우호의 밤 행사를 주최합니다. 양국 간 안보동맹을 기념하고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훌륭한 주한미군을 선정해 그 공을 기리는 자리로 올해는 한미 안보 협력이 60주년이 되는 해이기에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행사였습니다.
저는 이 날 수상자들의 따뜻한 마음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4명의 미군과 1명의 국방부 소속 군무원이 수상자로 선정되었는데요, 이들 모두 한국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였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훈 리 로젠베리 하사와 군무원인 매럴린 맥칼럼 로즈보로는 동료들을 위해 각자 한국 문화 바로 알기 수업을 진행해왔고, 카트리나 피어스 하사와 크리스티나 투엠러 상병은 지역 내 고아원에서 봉사하면서 학용품 구입을 위한 기금 모금에서부터 아이들과 함께 휴일을 보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재니아 텅 하사는 한국 학생 및 성인들의 영어 실력 향상을 도와주었습니다.
지역사회를 위한 헌신적인 활동을 통해 주한미군을 대표하는 이들 젊은이들은 지역 주민들 뿐만아니라 아동센터에서부터 대한상공회의소에 이르는 다양한 기관과 개인적으로 인연을 맺으며 양국 간의 긴밀한 관계를 다져가고 있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이들의 훌륭한 활동에 대해 알게되어 너무 감사했습니다.
한미우호의 밤에서 수상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습니다.
또한 서먼 주한미군사령관, 권오성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한철수 한미우호협회 회장님에 이르기까지 많은 지도자들이 함께 참석해 이들의 공로를 치하해주셔서 기뻤습니다.
한미우호의 밤과 암참 서버즈 나이트 이 두 행사를 통해 저는 다양한 분들을 만나뵐 수 있었습니다. 이런 행사는 단순히 고위 지도자나 오랜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한미 양국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돈독한 인적관계를 진정으로 보여주는 행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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