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뛰어넘을 때, 감동은 오래 남는다.
롯데백화점 창립 멤버가 된지 얼마 안 돼 일본으로 출장을 갔다.
당시만 해도 일본과 한국의 경제적 격차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한창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던 때이지만 우리나라는 겨우 개발도상국의 문턱에 들어선 정도였다. 반면 일본은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치르고 미국 자동차 시장에 당당히 입성한 제조업 강국이었다.
출장지 일본에서는 나는 내 평생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을 진정한 서비스 정신을 경험했다.
일본 최고급 백화점 중 하나인 도쿄 니혼바시 다가시마야(高島屋) 의 문구 코너에서 겪은 일이다.
나는 특정 브랜드의 만년필을 하나 사려 했다.
“손님, 죄송합니다만 재고가 없습니다.”
꼭 갖고 싶었던 만년필이 없다는 사실에 나는 실망했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매장 직원은 만년필 회사에 연락해서 구매할 수 있다고 조치하겠다고 했지만 그땐 이미 내가 일본을 떠나고 없을 때였다.
“여기는 있는 줄 알았는데, 아쉽네요.”하고 돌아서는 순간 그 직원이 나를 불러 세웠다.
“손님,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그 직원은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환한 얼굴로 내게 다가와 말했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손님이 찾으시는 만년필은 저희 백화점 건너편에 있는 마루젠(丸善)이라고 하는 대형 문구점에 있답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그곳의 만년필 코너로 가면 구매할 수 있을 겁니다. 그쪽 직원에게 양해를 구해 놓았습니다.”
어차피 다른 백화점에 갈 시간도 없는 데다 건너편이라니 들러보기나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 문구점으로 향했다. 내가 만년필의 모델명을 말하는 순간, 그 문구점의 매장 직원은 “아, 다카시마야 백화점에서 오셨군요. 연락을 받고 물건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가격은 다카시마야 가격으로 해드리겠습니다.” 하며 만년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잘 포장된 만년필을 들고 나오면서 나는 원하는 만년필을 샀다는 사실에 감사했고, 손님이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자신의 매장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손님이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태도에 놀랐다. 다르게 생각하면 경쟁업체의 매출을 도와주는 것이 아닌가.
다카시마야의 매장 직원은 “우리 매장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은 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품이 없어서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고객이 원하는 것”은 고객 손에 가도록 해야 한다는 서비스 정신을 철저히 실천한 것이다.
이 철우. 열린 가슴으로 소통하라 중에서.
글쓴이 : 서 경석
1965년 고려대학교 졸업.육군중장전역(ROTC3기)
현재 고려대학교에서 손자병법과 지도자론을 강의함
'22-영등포 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동 행 ★ (0) | 2009.07.27 |
---|---|
아범아! 내 아들아! 날 제발 데려가다오 [퍼옴] (0) | 2009.07.26 |
버리는 훈련 (0) | 2009.07.14 |
먼저 간 친구 기성이의 명복을 빌며... (0) | 2009.07.14 |
그때 그 전선의 그 부하를 생각한다. 1. (0) | 2009.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