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영등포의 삶

[스크랩] [조국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

영등포로터리 2016. 9. 3. 07:26

[조국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

언젠가 오랜만에 상가집에서 만난 대학과 군 동기인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있었던 에피소드이자 해프닝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25년 정도가 지난 시점이라 별로 살갑지는 않은 친구였지만 한 때 학교 운동장에서 같은 군복을 입고 소위 뺑뺑이를 돌았던 친구이기에 그래도 문상 내내 대화를 이어가던 차였다.
이야기인즉 이 친구가 조선을 자꾸 이조라고 표현을 하길래 "이조는 왜인들이 우리나라를 강점했을 때에 일본의 막부처럼 조선을 자신들의 지방정권의 하나로 치부하느라 붙인 이씨조선의 줄인 말이니 조선이라고 말을 하라(이는 고종이 일본에 국권을 내어주며 그 조건으로 왕실 즉 종묘사직을 지킬 수 있도록 부탁을 한 이유일지도 모른다.)"고 했더니 머쓱해하던 친구가 한참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조선 역시 중국으로부터 승인을 받고 사용한 국호니 그리 자랑스러울 것도 없다"고 퉁명스럽게 내뱉길래 아주 어색하게 헤어졌고 지금까지 다시 만나지 못한 친구와의 짧지 않은 대화였던 일이다. 사실 그리따지면 조선이나 이조나 지극히 독립적인 국호가 아니라는 측면에서 100% 자랑스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원을 제패했던 중국에서 줄달리기를 하면서 시작한 약소국으로서 독립을 유지하며 지킨 국호와 일제의 군화발에 주권을 내어주고 국토와 국민이 유린당하며 한 단계 격하된 의미로서의 국호를 놓고 본다면 전자가 덜 굴욕적이라는 것이 나의 솔직한 느낌이다. 그런 생각에서 사실 나는 "이조"라는 상호가 붙은 곳은 들어가지도 않으며 그런 식당에 가서는 밥도 먹지 않는다.

각설하고 최근에 싸드 배치를 놓고 국론이 분열되어 그로 인해 한반도가 냄비에 죽이 끓듯 친미, 친중, 종북, 애국, 보수, 진보, 우파, 좌파라고 해가며 짜글거리고 있다. 그런가하면 아직도 피끓는 젊은 장교의 울분을 갖고 싸드고 뭐고 왜 우리가 누구의 눈치를 봐야 하느냐며 현 집권세력을 비판하는 친구들을 본다. 이것은 비단 내 주변의 친구와 지인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동시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착잡한 입장이고 자기 주장이 있을 것이다.

국호를 쓰는 것조차 허락을 받던 우리에게 언제부터 이런 분노와 비판이 있어왔는가?
사실 우리는 경제동물이라고까지 비아냥거리는 일본에 대해서는 무엇을 하든 인정을 하지 않는다. 이는 누가 교육을 굳이 시킨 것도 아니건만 이미 우리의 핏속에 그 DNA가 녹아들어 모두가 무의식 중에 그렇게 사고하고 행동하며 그들을 발가락의 때만도 못하게 무시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나라의 경제가 커져오며 우리와 수교를 맺은 4반세기를 포함한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는 일본과 미국이라는 세력과 궤를 같이 하며 그리고 피죽 먹기도 힘들었던 가난한 나라인 중국과는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사변의 원흉인 북한을 사이에 두고 그들을 비하해왔다.
이러한 두 나라에 대한 무시와 비하 사이에는 우리나라의 중화학공업과 첨단 산업화를 통한 눈부신 경제발전과 미국이라는 강대국과의 동맹과 패권국의 보호가 있어온 것이다.

돌이켜 본다면 나는 우리가 지금 왜 우리의 방어를 자체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왜 싸드를 가져와야 되며 그로 인해 마치 우리가 미국의 속국이라도 된 것이라고 목에 핏대를 올려가며 흥분하는 친구들을 보는 것이 다 "박정희 효과"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지금도 보릿고개를 넘으며 피죽 끼니조차 제대로 먹을 수 없다면 한반도 외부 어디에 대고 그런 욕을 하며 또한 집권세력에 대하여 비판을 하고 비분강개하겠는가?[우리의 경제성장이 박정희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무리가 있다면 그들에 대해서는 이 논의에서 제외한다. 이유는 그런 무리와는 말을 섞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강대국이고 뭐고 간에 우리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목에 핏대를 올리는 이 "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과 "집권세력(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적시를 배제함)"에 대한 비난과 비판 등 이 모두가 앞에서 언급한 "박정희 효과"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작금의 사태는 친미니 친중이니 종북이니 좌빨이니 수꼴이니 극우니 하고 다시 사분오열하며 이전투구를 벌이는 쓰레기 잡탕 같은 상황일지니 이에 대한 나의 입장은 간단명료하다.

첫째, 원교근공이다.
국경을 맞대고 이념이 다른 나라와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말에 동의를 한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만고의 진리이다.
둘째, 동맹은 가까운 사이가 맺는 정치적 행위가 아니고 공동의 적을 둔 나라끼리 맺는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주장에 공감한다.
셋째, 내 것을 조금 떼어주고서 평화를 담보하려는 것은 우매한 선택이다. 이것은 유럽대륙의 싸움에서 교훈을 얻을 것이며 "정명가도"란 허울 뿐인 명제라는 것을 우리의 지나간 가혹한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넷째,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이다. 나는 어려서 미국 시민이 보내는 딱딱한 우유를 깨물어 먹고 자랐고 그들이 보내준 구호물자를 입고 추위를 견디었다. 더구나 미국은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 보호소에 맡겨졌던 집안동생을 데려다가 아무런 조건 없이 어였한 사회인으로 성장시켜준 사람들의 나라이기도 하며 우리가 경제적으로 허덕이던 어려웠던 시절 "무역특혜관세(GATT인가로 기억된다.)" 제도를 허여하여 우리가 만든 제품을 사가준 나라였으며 한국전쟁 기간에는 수만명의 젊은 피를 같이 흘려준 나라이니 이는 아무나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다섯째, 지금 조금 살만해졌다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은 배은망덕이다. 지나온 한반도의 삶을 곰곰히 곱씹어 보자. 소련 즉 러시아가 우리에게 도움을 주었던가? 중국이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었던가? 일본이 그리도 살가웠던가?

도대체 내일 죽어도 그렇지 내 마음 속에 있는 당신들은 그리고 그대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리 쉽게 비난의 화살을 내뱉는 다는 말인가?
약소국이라는 말은 듣고 싶어 듣는 것이 아니라 힘이 약하면 붙는 수식어임을 알기 바란다.

https://youtu.be/KBrDdBVOCRc

2016.09.03/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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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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