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병관]
병신년의 설날이라 어머니에게 간병인을 대신하여 죽이라도 떠넣어드리고자 병실에 머무른다.
명절이라 요양병원 내의 환자들을 보니 방당 1~2명은 명절을 쇠기 위해 집으로 외출을 갔고 나머지 환자들에게는 차례를 지낸 가족들이 면회를 와서 입원실과 복도가 매우 시끄럽다. 하지만 가족들이 썰물 빠지듯이 가고나면 병실은 적막하고 외롭다. 개인 침대 위에 병색의 할머니가 흰머리 산발로 앉아 복도를 물끄러미 내다 보며 지나는 이를 쳐다본다. 이따금 대소변을 받아내는 간병인의 움직임만이 분주할 뿐이다.
요양병원의 목적은 환자의 현재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란다. 다시 말하면 환자에게 문제가 심각하게 생겼을 때 적극적인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가 일전에 어머니의 상태가 나빠져 혼수상태가 된 적이 있었다.
이런 저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호전이 되지 않아 구급차를 불러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을 하여 처치를 한 적이 있다.
다행이 의식이 명료하게 되찾아지기는 했지만 안타깝게도 기억의 범주는 더 좁아진 듯하다.
아마도 이러한 현상은 코스트(cost) 문제와 직결된다고 보여진다.
요양의 기능을 유지한다는 것은 일반 종합병원 같은 의료인력과 장비 그리고 보조인력과 지원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소변을 받아내고 치매환자의 다양한 증상을 대처하기에는 다수의 환자를 돌봐야하는 간병인력과 간호인력으로는 어느 정도 이상은 무리라는 것이다.
종합병원에서 처방한 대로 복약과 취식을 하고 관리를 하게 되니 지금은 어머니의 상태가 잘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이 된다.
어떤 의미에서는 요양병원에서의 환자는 그냥 입원조치를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보호자의 관심이 더 요구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만큼 보호자의 관심과 판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치아가 거의 망가져서 점심으로 죽이 나오고 반찬도 갈아서 모두가 먹기에 편안한 음식이 나와 내가 떠넣어드리는 음식을 잘 받아 드셨다.
저녁식사도 그렇게 드리고 나는 집으로 돌아가겠지만 이러한 생활은 간병인과 같이 지속될 것이다.
많은이들은 요양병원이 전문가집단이니 마음이 놓인다고 말하고 여기에 얼마간의 비용을 지불하고 도리를 다한 것 같이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농경시대와 같이 집에 모실 수는 없는 것이 요즘의 세태지만 보호자는 환자에게 더 신경을 쓰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2016.02.08/달 가듯이 가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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