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영등포의 삶

[스크랩] [침묵의 소리]

영등포로터리 2016. 7. 23. 22:07

[침묵의 소리]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이 있다. 혹자는 이말이 나올 당시 금보다 은값이 비쌌다고 설명을 하던데 아무리 그래도 금이 은보다 저렴했을까마는 오늘날 우리는 진정으로 이 속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광의로 해석을 하여서 웅변이라 함은 누군가에게는 입을 통하여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것이거늘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고 말이 천리를 가면 온갖 잡스런 군더더기와 쓰레기가 붙어 진의가 과장이 되거나 왜곡이 되는 것이 보통의 일이다. 같은 맥락으로 침묵이라 함은 그러한 말의 폐해는 없겠지만 "염화시중의 미소"니 "Heart to Heart"니 뭐니 해서 말은 멋있지만 선문답이나 동문서답이 될 수도 있음이 사실이다.

사람은 누구나 나름대로의 특징과 성질을 갖고 태어나고 또 후천적으로 자신의 색갈을 형성한다.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그 사람의 특질은 아마도 죽음이 오기 전에는 고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각자는 침묵이나 웅변의 삶이 본의든 아니든 선택되어지고 그 멍에를 짊어진 채로 한 평생을 살아간다.

나는 말을 현란하거나 유창하게 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보면 웅변보다는 침묵의 삶을 살아왔다고 볼 수 있다. 나를 세상에 알리기 보다는 세상이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삶이다. 상대가 그렇게 기다려주지 못하면 실기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하지만 여기에 장점도 있다. 좋은 점은 나의 의중을 상대가 잘 모르기 때문에 상대가 나를 두려워하는 일면이 있어 쉽게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침묵은 내 삶에서 나만의 이상한 성격을 나에게 만들어 주었다. 침묵을 즐겨서 그런지 힘든 상황이 펼쳐지면 말이 없어지며 입을 굳게 다물고 가슴으로 세상을 바라보고만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완전군장을 하고 먼 길을 걷는다든가 힘든 유격훈련을 받는다든가 하면 나는 말이 없고 침묵을 한다. 그리고 아무리 즐거운 친목의 산행이라도 오르막 길을 오르면 역시 침묵을 내보이며 그 힘든 상황에서 깔깔거리는 여인을 보거나 게걸거리는 사내를 보면 가슴 속에서 불 같은 증오가 일어난다. 그런가하면 스트레스를 잔뜩 받아 괴로울 때면 침묵하며 어느 누구에게도 즐거이 자문을 구하지 않는다. 특히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상대나 내 판단에 상대가 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 상대가 어느 누구든 쉽게 타협하거나 대화를 하지 않는다.

왜 이러한 성격적 특질을 갖게 되었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이러한 성격을 고쳐 보려고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팔자나 다름 없기에 수리나 수선이 불가하다. 젊은 시절 내가 왜 성격이 이럴까 하고 고민을 하였지만 눈을 들어 고개를 들어 세월을 보니 벌써 세상을 한 바퀴 돌아버린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 얼마를 더 이렇게 할지 모르지만 이것은 결코 고칠 수 없는 내 팔자소관인가 보다.
정말 참으로 무겁고 굳은 침묵이며 굳게 닫힌 주둥아리인 것이다.
이름하여 침묵의 소리, sound of silence!!!

https://youtu.be/a_M8tUgQ6vE

2016.07.23/흙을 입에 물은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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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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