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영등포의 삶

[스크랩] [무식한 언론]

영등포로터리 2016. 3. 1. 11:08

[무식한 언론]

최근에 언론이 디카프리오를 보고 왜 "4전5기"라는 표현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영화배우로서 오스카 상을 수상한 것을 두고 하는 말 같다.

언젠가 장황하게 이 용어에 대하여 홍수환 선수의 WBA 주니어 페더급 초대 챔피언전을 언급한 바가 있었다.
1977년 어느 날인가 홍수환과 카라스키아 두 선수가 공이 울리면서 링 안에서 경기를 시작하였다. 그야말로 빅매치의 권투 경기는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되어 그런 경기가 있는 시간이면 시내 다방에는 작은 14인치 흑백 TV 앞에 모두가 모여 응원을 하였다.
마치 자신의 아들, 자신의 형, 자신의 동생이 적지에 들어가 피나는 혈투를 벌이는 양 온 국민이 쓴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손에 땀을 쥐고 경기를 관전했다.

통상적으로 1회전은 탐색전이라 하여 불꽃이 튀려면 적어도 2회전은 가야했다. 아니나 다를까 2회전이 시작되고 나니 서로의 펀치가 작렬했다.
그런데 이것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온 국민의 여망을 몸에 안고 간 "대한국민 만세다!!!"의 홍수환 선수가 카라스키아에게 일방적으로 얻어 맞는 것이 아닌가!
2회전에 홍수환이 4번을 다운을 당한 것이다. 당시의 통상적인 규정이 한 회에 3번의 다운을 당하면 KO패를 당하는 것인데 그나마 다행인 것이 이 경기에 있어서는 한 회에 몇 번을 다운 당하더라도 본인이 경기를 포기하거나 드러 누워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경기가 계속되는 것으로 규정이 변경됐다는 사실이다. 파나마 관중들은 경기장 내에서 총을 쏘아가며 열광을 했다 한다.
공이 그를 살려주고 1분의 휴식 뒤에 3회전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것은 또 무슨 일인가! 3회전은 완전히 홍수환의 라운드였다. 전광석화와 같은 그의 주먹이 카라스키아를 눞히고 KO를 얻어낸 것이었다.
하여튼 홍수환은 4번 다운이 된 후에 KO승을 거둔 전설적인 복서가 된 것이다.

이 경기를 중계방송을 했던 아나운서가 이 상황을 "4전5기"의 신화를 홍수환 선수가 이뤘다고 명명을 했고 그 말은 지금까지도 극적인 역전의 경우에 자주 인용이 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2전3기"라는 표현도 종종 쓰이고 있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이 "4전5기"라는 표현이 크게 잘못된 표현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 표현은 "7전8기"라는 고사성어에서 순간적으로 4번의 다운을 당했기 때문에 별 다른 생각과 뜻이 없이 그냥 써버린 말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7전이란 넘어짐을 나타내는 것이고 8기란 일어섬을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숫자는 기수가 아니고 서수인 것이다.
만일에 기수라면 4번 넘어지면 4번 일어나야 맞다.
한 번 넘어지면 한 번 일어나고,
두 번 넘어지면 두 번 일어나야 이치에 맞다.
즉 4번 넘어졌는데 5번 일어 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넘어지지 않았는데 일어날 건덕지가 없다는 뜻인 것이다.
그러니까 그 숫자는 서수일 수뿐이 없다.
첫 번째 넘어지면 두 번째 일어나며,
세 번째 넘어지면 네 번째 일어나고,
다섯 번째 넘어지면 여섯 번째 일어나며,
일곱 번째 넘어지면 여덟 번째 일어나서 적을 제압한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홍수환 선수가 보여준 것은 "4전5기"가 아니고 진정한 "7전8기"의 정신이었던 것이다.

나는 홍수환 선수가 "카라스키아"와의 일전에서 보여준 불굴의 투혼이 "4전5기"가 아니고 그것은 "7전8기"의 오류였다고 정정을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그 이유는 고사성어의 정확한 의미를 모두가 알아야 하고 커오는 어린 학생들도 명확한 의미를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말에는 그 말이 만들어진 상황의 깊은 의미와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이에 대해 언급했던 글을 인용하여 그 용어의 논리적 모순을 다시 논해 보았다. 요즘 기자가 쓰레기 같은 기사를 생산한다고 해서 그들을 기자쓰레기, 줄여서 "기레기"라고 부른다 한다. 말의 의미도 생각해 보지 않고 쓰는 것을 보면 딱 맞는 말이다.
참 무식한 언론이다.

YouTube에서 '칠전팔기 (Team Never Stop) - 촛불 하나 (Feat. 심형탁) [One Candle (Feat. Shim Hyung Tak)] MV' 보기 - https://youtu.be/hJtTMk4diAA

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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