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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다수’의 무서운 선택,

영등포로터리 2016. 1. 11. 08:44

‘침묵하는 다수’의 무서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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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진 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의 반대세력에게 가장 당혹스러운 일은 그가 ‘선거의 여왕’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공격하는 것만 보면 대통령은 선거마다 참패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정반대다. 2004년 이래 그는 선거마다 돌파에 성공했다. 자신의 세력을 살리고 당을 구했으며 정권을 방어했다.

 2004년 총선 초반 한나라당은 노무현 탄핵과 차떼기 불법자금이라는 덫에 걸렸다.

당이 100석 아래로 추락할 거란 분석이 많았다. 그런데 박근혜 대표가 나서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유권자는 121석을 주었다.

2008년 이명박 세력의 공천학살로 박근혜 그룹은 멸문(滅門)의 위기에 놓였다. 박근혜는 “살아서만 돌아오라”고 했다. 당에서 쫓겨났던 그의 세력은 정말로 대거 살아서 돌아왔다.

 2012년 한나라당은 총선 위기에 처했다.
이명박 정권의 비리가 봇물처럼 터진 것이다.

야권이 후보단일화로 뭉치자 여당의 위기감은 더 커졌다.

당은 박근혜에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겼다. 박근혜의 새누리당은 152석으로 과반을 얻었다.

2012년 말 대선도 안갯속이었다.

선거 당일에는 ‘문재인이 이겼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러나 박 후보는 51.6%로 승리했다.

 2013년 박근혜 집권 이후 선거는 매번 정권심판이었다.
국정원 댓글에다 세월호가 터졌다.

나중에는 비선실세 의혹 청와대 문건에 성완종 리스트까지 나왔다.

악재가 쌓이니 선거마다 대통령이 불리할 거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대통령은 모든 선거에서 승리했다.

 
 박 대통령이 기록한 선거 연승(連勝)은 한국 정치의 미스터리다.

수수께끼의 비밀은 뭘까. 그가 인구가 많은 경상도 출신이어서인가.

여당이 수도권 재·보선에서도 이긴 걸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비밀은 ‘침묵하는 다수’라고 나는 분석한다.

한국 선거에는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

이들은 평소에는 목소리를 내지도, 여론조사에 잡히지도 않는다.

그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조용히 지켜본다.

그러다가 선거일만 되면 투표로 외친다.

침묵의 굉음이다.

 침묵하는 다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진정성이다.

누구에게 가장 진정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선거의 여왕’인 것도 진정성의 게임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이번 4월 총선도 결국 진정성의 승부가 될 것이다. 침묵하는 다수는 여러 문제에 판정을 내릴 것이다.

 먼저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와 진실한 사람’이다.

 대통령은 독재적 발상으로 이유 있는 반대자 유승민을 쳐낸 건가. 아니면 국정운영의 엄중함으로 집권세력의 기강을 세운 건가. 대통령 자신은 얼마나 진실하나. 애국적 열정만 있으면 소통을 대폭 줄여도 되나.

기자회견을 1년에 한 번만 해도 괜찮나.

그렇지 않다면 일만 열심히 잘하면 되지 일하는 방식이야 대통령 마음이라는 건가.

 삼권분립 논란도 중요하다.
누가 더 삼권분립을 침해했나.

국회법에 어긋나게 경제 관련 법안을 직권 상정해 달라고 국회의장에게 요구한 대통령인가. 아니면 끼워팔기·벼락치기로 국회법을 고쳐 대통령의 행정권한(시행령)을 잠식하려 했던 국회인가.

 야당도 평결을 받을 것이다.

강경파 세월호 유가족과 길거리에서 단식 농성을 했던 문재인 대표는 인권을 옹호한 건가. 아니면 전직 대통령 후보의 품격을 팽개친 건가. 그는 불법자금으로 감옥에 간 한명숙 전 대표에 대해 오락가락했다.

처음엔 대법원마저 정치에 휘둘렸다고 비난했다.

안철수의 비판으로 코너에 몰리자 나중엔 한명숙에게 탈당을 권유하겠다고 했다.

안철수가 뛰쳐나가자 그건 없던 일이 됐다.

그런 문재인은 가슴이 뜨거운 민주투사인가 아니면 갈대처럼 흔들리는 기회주의적 지도자인가.

 안철수는 거품인가 진실인가.

2012년 대선 때 안철수는 문재인 세력과 단일화를 했다.  2015년 초에는 아예 합당까지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들을 ‘낡은 진보’라고 몰아붙인다.

그는 일요일마다 TV 카메라 앞에서 혁신을 역설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끝장 토론·회견에는 제대로 응하지 않는다. 그는 구호만 외칠 뿐 구체적인 해법이 없다.

북한의 핵·도발·인권, 위안부, 저출산, 청년실업, 교육의 추락, 경제위기에 대해 그의 해답은 뭔가.

개봉박두인가 아니면 아예 없나.

 목소리가 큰 소수에게 영합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적을 적당히 공격하고 자신을 적당히 숨기면 된다. 그러나 침묵하는 다수를 얻는 일은 다르다. 기교(技巧)로는 되지 않는다. 진정성을 증명해야 얻을 수 있다. 과거 선거에서 입증된 원칙이다.

이제 다시 재판이 벌어진다.

침묵하는 배심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 줄까. 진실한 사람의 박근혜인가,

혁신의 문재인인가 아니면 돌아온 새정치 안철수인가.

김 진 논설위원

자료출처 중앙일보 2016.1.6일자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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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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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진 논설위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반대세력과 사력(死力)을 다해 싸우고 있다. 어떡해서든지 대통령이 되겠다는 욕망 때문일 것이다. 그가 국민 앞에 등장한 게 어언 12년이다. 2003년 노무현 집권으로 따지면 그렇다. 그동안 그는 청와대 비서실장, 대통령후보, 당 대표를 지냈다. 이젠 대통령만 남았다. 그렇다면 본질적인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다.

 그는 왜 법과 제도를 무시하는가. 법은 공동체의 뿌리다. 문재인의 인생에선 더욱 그렇다. 그는 법을 공부해 출세했고, 법으로 생계를 해결했으며, 법 덕분에 노무현을 만났다. 법은 그에게 생명수인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법을 무시한다. ‘한명숙 2년 징역’이 확정되자 그는 대법원마저 공격했다. “법원이 정치화되고 있다”고 했다. 검찰이 조작한 사건에 법원이 놀아났다는 것이다.

 
① 법의 은혜를 입은 이가 왜 법을 팽개치나
② 대통령 후보다운 품격 있나
③ 이미 62세 지식인인데 국가안보관 왜 자주 바뀌나
④ 부도난 회사의 부사장 출신

① 법의 은혜를 입은 이가 왜 법을 팽개치나
② 대통령 후보다운 품격 있나
③ 이미 62세 지식인인데 국가안보관 왜 자주 바뀌나
④ 부도난 회사의 부사장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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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법·대법 판결문에는 한명숙의 유죄가 자세하게 언급되어 있다. 불법자금 9억 중에서 최소 3억원은 대법관 13명 전원이 인정했다. 그런데도 문재인은 이를 부정한다. 대통령이 되면 그는 삼권분립을 거부할 것인가. 억울하게 기소됐다가 무죄를 받은 야당 정치인이 많다고 그는 주장한다. 많은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대표적인 사례가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이다. 그는 네 번 구속됐다가 네 번 무죄를 받아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런데 그중 세 번이 새정치연합 정권에서 저질러진 것이다.

 공동체는 항상 법과 제도로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뒤탈이 없다. 그런데 문 대표는 종종 이상한 방법을 찾는다. 갑자기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학생 같다. 지난 2월엔 이완구 총리후보 인준을 여론조사로 하자고 했다. 이번에는 재신임을 국민여론조사에 부치겠다고 했다. 재신임 자체가 당헌에 없다. 게다가 야당 대표의 재신임을 왜 국민에게 묻는가. 대통령이 돼서도 그는 여론조사에 기댈 것인가. 총리와 장관을 여론조사로 고르고 대북정책이나 노동개혁도 여론에 맡길 건가.

 문재인에겐 대통령 후보의 품격이 있나. 그는 48% 지지를 얻었다. 대통령이 될 뻔했던 것이다.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는 대통령처럼 품위 있게 생각하고 처신해야 한다. 그런데 문 대표는 그렇지 못했다. 세월호 사태 때 그는 광화문광장에 앉았다. 핵심 유가족 투쟁가 2명 옆에서 동조 단식을 벌인 것이다. 야당에서조차 반발이 컸다. 정대철 같은 원로는 전화를 걸어 “같이 농성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문은 꿈쩍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유가족 중 한 명은 나중에 청와대 앞에서 여성 대통령에게 욕을 해댔다. 다른 사람은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서 주도적인 인물이었다. 전직 대통령 후보가 그런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은 두고두고 야당에 부담이 될 것이다.

 문재인은 확실한 역사관과 안보관을 가지고 있나. 그는 62세다. 한국 같은 분단국가에서 그 정도 연륜의 지식인이라면 ‘지속 가능한’ 역사인식을 지녀야 한다. 북한·안보·현대사에 대해 확고해야 한다. 그런데 문 대표는 자꾸 변한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분명히 인정하는 걸 그는 5년 동안이나 거부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대표가 된 후에 인정했다. 이승만·박정희 묘소를 참배한 것도 당 대표가 된 후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대해 지식인의 철학이 쉽게 바뀔 수 있나. 나중에 대통령이 되면 그는 또 바뀔 건가.

 그가 노무현 정권에서 핵심적인 지위에 있을 때 국가안보가 위기를 맞았다. 과격한 반미(反美) 시위대가 맥아더 동상을 공격하면서 죽창으로 젊은 경찰의 얼굴을 찔렀다. 폭력 시위대가 평택 미군기지 건설현장에서 국군에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비서실장이던 시절, 문재인은 그런 경찰관이나 군인을 위문한 적이 없다. 그랬던 그가 이번엔 북한 지뢰에 발목을 잃은 군인들을 위문했다. 그는 진정으로 변했나 아니면 대선을 의식하는 건가.

 



 마지막 질문은 국가운영 능력에 관한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531만 표차로 정권을 내줬다. 회사로 치면 충격적인 부도를 낸 것이다. 2007년 ‘노무현 회사’가 부도날 것 같자 탈당이 이어졌다. 천정배가 1호였고 김한길·정동영 등이 줄을 이었다. 그들은 이렇게 외쳤다. “열린우리당으론 정권을 재창출할 수 없다.” 문재인 ‘부사장’은 청와대에서 대(大)탈주를 지켜보았다.

 8년이 지난 지금 그는 똑같은 반란을 보고 있다. 이번엔 안철수까지 가세했다. 반대세력은 이번에도 똑같이 말한다. “문 대표로는 내년 총선이 어렵다.” 부도난 회사의 부사장은 유권자에게 다시 투자해달라고 호소한다. 그런데 그에겐 새 비전이 있나. 비전이 있다면 4·29 재·보선에선 왜 참패했는가. 비전이 있다면 지금의 반란은 무엇인가.

김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