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정치 & 사회

무엇을 위한 정치인가: 삼권분립을 다시보자

영등포로터리 2015. 6. 25. 19:00

www.sunsayeon.or.kr

글쓴이
  

    김 병 주 (金 秉 柱)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약 칭: (사)선 사 연

2015. 06. 25


무엇을 위한 정치인가: 삼권분립을 다시보자

 

  전례없이 긴 가뭄, 퇴치를 거부하는 메르스 바이러스, 여기에 엉클어진 여의도 정국이 겹쳐 국민의 불쾌지수가 한 끝까지 치솟고 있다. 천재지변과 역병은 그렇다치고 정치싸움은 무엇 때문인가?

  
예전에는 군주 한 사람이 나랏일을 주관하는 권한을 거머쥐고 제멋대로 법을 만들고 집행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전제군주 시대로부터 오늘날 삼권분립의 시대로 발전해온 과정에는 몇 개의 큰 고비가 있었다. 때마침 얼마 전(6월 15일) 영국에서 800돌을 맞은 ‘대헌장’ 기념일은 입법권을 왕으로부터 백성으로 돌린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쫓기다 잡힌 존 왕이 강압에 눌려 날인한 양피지 한 조각이 역사를 바꾸는 순간이었다.

  
다시 500여년 세월이 흐른 다음 프랑스 사상가 몽테스키외(1689-1755)는 입법권뿐만 아니라 사법권마저 군주로부터 떼어내자는 과감한 제안을 주창, 그 후 대혁명(1789)을 이끌어내는 도화선 하나를 제공했다. 이것이 입법·사법·행정의 세 가지 권한을 따로 독립시키자는 삼권분립이다.
  
삼권분립이라고 해서 세 가지 권한이 완전히 따로 노는 나라는 없다.

  
법이 무엇인가? 국민의 활동을 일정한 틀을 벗어나지 않도록 규제하는 여러 가지 장치를 말한다. 모든 법을 다 의회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사법부도 판례를 만들어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잡는다. 미국의 워렌 법정(Warren Court, 1953-1969)을 보자. 워렌 대법원장은 뜻을 같이하는 동료 대법관들과 함께 당시 미국사회 갈등을 고조시킨 인종분리와 투표권 제한 철폐해 소외계층을 포용하는 등 획기적으로 진취적인 판례로 사회통합을 이끌어 갔다. 법정이 판례로 사회를 바꾼 대표적 사례이다. 의회가 입법권 독점을 내세워 법원 판례를 바꾸라고 요구하는 일은 미개한 국가에나 있음직한 일이다.

  
행정부는 명령을 통해 다스린다. 행정령도 법이다. 의회가 제정한 법을 정부가 시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세부적 규정(시행령)을 만들고, 실제 상황 변화에 따라 수시로 고쳐 간다. 그래야 변화에 순응하는 능력이 생기고 민생에 숨통이 트인다. 아무리 정부가 기민하게 움직인다고 해도 국민체감에는 한참 굼뜨기 마련이다. 정부의 자의성이 의심되고 의회가 다른 의견이 있다면 새로 법을 제정하면 된다. 구차스럽게 ‘요구’하거나 ‘요청’할 필요가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오해의 불씨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 법 제정 관습으로 보인다.

  
개발 의욕에 다급했던 행정부가 모법은 가급적 짧게 원론 열거식으로 입안하고 시행령은 오히려 촘촘하게 만드는 버릇이 있었다. (참고로 우리의 경제법과 일본 것을 대조해 보라.) 당시 국회의 입법 능력이 부족해 보였던 것이 빌미가 되기도 하고 행정부가 이틈에 잔재주 부리기도 했다. 이제 국회가 전문직 인력 보강으로 제구실할 능력을 갖추었다고 자처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단계에 들어섰다면 환영할 일이다. 행정부의 재량이 과다하다면, 국회가 법을 새로 고치면 된다. 시행령에 토를 달아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삼권분립 원칙의 경계 대상이 행정부만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의 발단을 짚어보는 일이다. 첫째는 이름짓기가 잘못된 ‘국회 선진화 법’이다. 이것은 의회 내 과격 행동을 막자는 본래취지를 벗어나게 운용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민주주의 대원칙인 다수결 원칙을 뭉개버리고, 의사 진행을 교착시킬 뿐 아니라, 국회를 소수 과격론자들이 좌지우지하는 협잡 씨름판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둘째는 심의과정에서 본안과 관계없는 다른 법안을 슬쩍 끼어넣기하는 폐습이다. 다수의 유럽국가에서는 유례가 드물다. 다만, 미국에서는 의원들의 지역구 숙원사업 끼어넣기가 심하다. 오죽이나 심했으면 ‘크리스마스 트리 법’이란 말이 생겨났을까? 법안에 주렁주렁 부착법안들을 매다는 조건으로 통과시킨다는 뜻이다. 폐습은 전염성이 강하듯, 여의도 국회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이번 문제의 ‘국회법 개정법’은 ‘공무원 연금법’에 딴죽 걸기로 만들어 붙인 법이다. 개혁취지가 크게 퇴색된 공무원 연금개정이라는 모법의 영향은 밋밋하겠지만, 꼼수로 얹힌 개정 국회법이 앞으로 국정운용에 미칠 잠재적 부정 효과는 가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존중이 삼권분립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행정부 지상주의 못지않게 국회 패권주의도 위험하다. 현재 상호불신의 골이 유례없이 깊고, 다수결 원칙이 사라진 의사당은 소수 강경파의 세상이 되고 있다. 그 참에 정치가 목표를 잃고 표류하고 민생은 시들어가고 있다. 원칙과 민생을 북극성 삼아 항해하는 정치가 정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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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병주 ( pjkim@sogang.ac.kr )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재단법인 나눔21 이사장
 
   (전) 한국경제학회 회장
 
   (전) 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금융산업발전심의회 위원장
 
   (전) 한국투자자보호재단 이사장, 소액서민금융재단 이사장
    (전)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경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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