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영등포의 삶

[스크랩] [두여인과 이데올로기]

영등포로터리 2017. 3. 30. 23:15

[두여인과 이데올로기]

오늘도 변함 없이 안타까운 두 여인을 보았다.

아침에는 사무실에 앉아서 화면을 통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들어가는 대통령을 보았고 지금은 이제 홀로 몸가누는 것도 어려워진 치매의 어머니를 침대 옆에서 바다보고 있다.

'엄마 옆에서 자면 되지 늦었는데 어디를 또 가느냐'며 돌아서는 나를 보며 아쉬운 눈빛으로 손을 흔드는 어머니를 뒤로 하고 막 집에 왔다. 현재 시각 대통령은 검찰로 이동하여 영장실질심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여전히 쓰레기스러운 기레기들은 나발을 불어대고 있다.

어머니의 길은 돌이킬 수가 없다. 치매로 입원한지 얼추 삼년이 되어가지만 현실적으로 나아진다는 것은 불가하다. 그렇게 이제는 다리도 붓고 기억체계도 허물어져가며 전에 사용하던 많고 다양한 언어를 하나씩 망각해간다. 이제 어머니가 가야할 길은 언제가 문제이지 정해진 순서가 있음을 보고 느낀다.

지금 대통령은 검찰에서 어떠한 심정으로 있을까를 생각하니 속절없이 무너져가는 내 어머니의 안타까운 투병생활을 보는 것 같다. 태극기를 들고 탄식의 함성을 지르는 지지자들이 힘을 내라 외치지만 대통령이 가야할 길은 지금까지 속절이 없이 무너져온 둑에 투영되어 한걸음씩 뒤로 물려지는 비포장도로 같아 보인다.

돌이켜보면 지난 가을은 참으로 힘들다못해 역겨웠다. 하지만 너무도 졸지에 어처구니 없이 모든 것이 진행이 되어 속수무책으로 탄핵과 파면 그리고 검찰수사로 이어져 오늘 구속의 문턱에 와있다. 하지만 지금도 분명한 것은 이것이 이념전쟁이라는 것이다. 그에 기반하고 편승한 신수구집단과 좌편향된 무리들의 정권탈취 음모의 진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죄를 물어도 참 더럽게 뇌물죄라 지어 붙였다. 대통령 스스로는 1원 한 푼 먹은 것이 없다고 결백과 억울함을 주장하지만 이미 부당한 권력의 추가 저넘어에 가있고 모든 권력기관이 그에 도열을 해있음을 본다. 따라서 지금은 아니 이제는 억울함의 호소로서 마지막으로 버티고 있는 최후의 보루를 지키는 것이 어렵다고 보여진다.

과연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판사는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어차피 내 어머니의 길은 스러져가는 육신이 다시 대자연으로 돌아가는 생명의 순환과정이기에 돌이킬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이 걷고 있는 길은 육신의 순환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의 명멸이다. 짐짓 생각컨데 여기까지 오는 고비마다 나는 대통령에게서 무기력함을 보았다. 물론 그 무기력함의 근원이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자들 때문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김진태 의원이 말했듯이 지난 대선의 결과에 대한 불복심리에서 초래된 것이다.

이 사건은 법리의 문제가 아니고 정치의 배신에 기반된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저들에게 법리적으로 합당한 논리를 제공하고 앞뒤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탄핵의 가결도 그의 인용도 검찰수사도 정치적 사건에 기인되므로 그 돌파구도 정치적 결단에 있다고 나는 본다.

태극기를 들고 애국의 함성을 질렀던 보수민심도 이제 조금 더 시간이 가면 사분오열의 모드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새누리당의 후신인 자유한국당 역시 간신배들과 배신자들로의 이합집산을 시도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포물선 운동을 하던 민심도 시간의 값을 하면서 에너지 준위가 소멸될 것이라는 것이니 여기에 다시 불을 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이다. 법리적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는 정치적 정당함의 탄압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침묵은 더 이상 금이 아님을 대통령이 인식하고 법리는 충분히 주고 받았으니 구속여부에 관계 없이 보수우익을 위한 정치적 메시지가 나와 주어야한다.

저들이 노렸던 뇌물죄에 대해서 청렴함의 도덕적 잣대로 대적하는 것은 법률가가 하면 되는 것이니 대통령은 구속여부에 일희일비하지말고 필리핀 사치와 부패의 상징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이멜다"가 될 것인가 아니면 조국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하여 정치적 탄압에 항거한 "아웅산 수지"가 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 보수우익에게 있어서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정제해낼 수 있는 대통령의 한 마디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태극기를 들었든 아니들었든 보수우익은 대통령의 탄핵소추사건에 집결시켰던 대통령에 대한 그 지지와 열정이 지금은 파면으로 인해 저 높은 허공에서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층 높은 에너지 준위의 벡터합성이 필요한 것이다.

가녀린 두 여인을 보니 마치 나무가지에 걸린 초승달 마냥 참 애처롭고 안타깝고 마음 힘들다. 하지만 힘있고 호소력있는 메시지 한 마디는 보수우익이 갈 길을 밝히는 연료가 될 것이기에 나는 오늘도 이부자리 위에서 몸을 뒤척일 것이다.

그렇게 밤새워 기다릴 것이리라~^^!!!

2017.03.30/나무가지에 걸린 외로운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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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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