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영등포의 삶

[스크랩] [설날 유감]

영등포로터리 2017. 1. 30. 00:27

[설날 유감]

어제 방송회관 로비에서 jtbc 태블릿pc 조작사건의 심의를 요구하는 농성자들의 현장을 중계하는 mfn 방송을 보았다. 이를 생중계하던 주옥순 대표는 현장접근을 차단 당한 농성자의 배우자를 건물 밖에서 만나 유리창 넘어로 바라보며 그 농성자와 전화기로 통화하는 모습을 보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나라 꼴이 이것이 무엇이냐?"고 말이다.

정말 무슨 나라 꼴이 이 모양이란 말인가! 도대체 헌법적 가치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탄압을 받는 경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저들의 표현대로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다.

오늘이 민족의 명절인 설날이다. 모두가 차례상을 차려서 조상에게 올리고 그 음덕을 기리며 가족이 모두 모여서 국민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 할 시간에 사람들은 왜 태극기를 들고 몸에 두르고 거리에 나선 것일까?

먼저 서울광장 앞에 마련된 애국텐트를 찾았다. 서울 중심부에 마련된 두개의 광장에 텐트 촌이 마련이 되었다. 하나는 바로 서울광장의 이 애국텐트이고 다른 하나는 광화문 광장을 3년 넘게 점거해 온 세월호텐트이다. 이 두 개의 텐트가 이미 극명하게 갈리는 이념의 전장이 된 것이다. 두 시간 넘게 진행된 집회는 설날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이 나와 연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그에 공감하며 연신 태극기를 휘날리고 그에 연호했다.
오후 네 시가 되니 사람들은 목동으로 이동을 했다.

목동 방송회관에는 앞에서 언급된대로 회관 로비에 조작보도에 대한 방송심의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농성이 있었고 그 진압과정에서 한 비구니 스님의 옷을 모두 벗기는 경찰의 만행이 있었고 아직 남아있는 14명의 사람들에 대한 교대농성이 허락되지 않아 몸이 상해도 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를 농성자들이 거부하는 상태까지 이어졌다. 더구나 이 엄동설한에 전기를 차단하여 난방을 할 수 없게 한다는 것인데 이는 정말로 있을 수 없는 공권력의 만행이며 인권탄압이라 아니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겨우 휴대용 가스 난로 하나만 쓸 수 있어 환자인 비구니 스님에게만 난로를 켜주는 상태라니 모든 것을 떠나 시위농성에 그토록 관대했던 이 나라가 정말로 어이 없게 변모해있음을 본다.

사람들이 용변을 보고 물품을 구입하러 옆 건물을 이용하는데 나도 화장을 고치고자 옆 건물로 가서 손을 씻고 나왔다. 그런데 나오자마자 길가에서 주옥순 대표를 만나 애를 쓴다며 손을 잡았는데 좀 더 따뜻한 손으로 잡아주어야 했거늘 추운 날씨에 물기가 채마르지 않은 손으로 악수를 해 미안함을 느꼈다. 헌데 보니 주대표가 화면에서 보며 상상했던 바 보다는 매우 작은 체구였다. 저런 작은 체구에서 어찌 그런 강단이 나올까? 대단함을 본다.

이어서 집회연단이 마련이 되고 다시 두 시간의 집회가 지속되었고 시민들은 추위를 무릅쓰고 대한민국을 외쳤다. 많은 시민이 이에 동참하였으니 그 수가 만 여 명에 달했다. 엄동설한의 밤은 깊어 벌써 열시가 되었고 집회는 공식 종료가 되었다.

설날유감치고는 참 속상하는 일상이다.

2017.01.28/달도 안나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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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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