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의료보장과 가렴주구]
[의료보장과 가렴주구]
두어달 전에 왼쪽 팔꿈치에 통증이 생겼다. 통상적으로 생각하건대 시간이 가고 밥먹으면 낳겠지하고 버티다보니 실상 그것이 아님을 느꼈다. 다시 말해서 지속적으로 통증이 오면서 팔을 쓰다가 보니 그 도가 심해짐을 느꼈다.
이달 초에 한방의원을 찾아 치료를 했다. 전통적으로 부황을 뜨고 전기자극치료를 하고 침에 전침을 연결하여 통증을 완화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갈 때마다 1만원에 가까운 치료비를 내야했다. 하지만 통증의 정도가 심상치 않았다. 무엇인가 단단히 고장이 난 모양이다.
어찌보면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 나 역시 그 영역에서 일을 해온 사람이기에 서당개 같이 가끔 풍월을 읊기도 하고 그들이 사용하는 의료기기에 대해서 기본적인 상식은 모두 갖고 있다. 2주 정도 한방을 다니면서 아무래도 근육보다는 다른 이유가 있나 싶을 정도로 통증제어가 되지 않아 인근의 정형외과를 찾았다.
최근의 추세가 통증을 제어하기 위한 고전적인 물리치료(핫팩, 적외선열, 전기자극 등)는 기본이며 도수치료, 약물치료, ESWT라는 체외충격파 치료가 대세를 이룬다. 초음파 진단영상을 보면서 의사는 약물을 주입한다. 사실 초음파영상진단장치를 보면 나도 감회가 새로운 추억이 있다. 하여튼 약물치료를 하고 ESWT치료를 받고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통증은 많이 완화가 되었다.
문제는 비용이다. 비급여 항목이라 그 치료비가 상당히 고가이다. 실손보험 처리를 한다고 하지만 어차피 세상에는 공짜 점심이 없기 때문에 결국 이러한 의료비 생태현상은 보험료의 인상 및 편의성 면에서의 규제가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치료비 결제를 하면서 느낀 것이 "없는 사람들은 병원도 쉽게 올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임금이라고 할지라도 이러한 비급여 항목의 치료를 받는 것은 절대적으로 무리라는 것이다.
경기가 후퇴하면 소득이 정체되거나 축소가 되어 일반 서민은 아파도 참고말지 병원을 갈 수가 없다. 그래서 지난 날 어머니들이 "엄마 손은 약손"이라며 손으로 아픈 부위를 쓰다듬어 주셨던 모양이다. 다시 말해서 없는 자는 아플 권리도 박탈되는 것이다.
기술의 진보가 결코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만은 않는다는 생각을 해본다.
즉 더 진보된 기술은 더 비싼 댓가를 지불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서민에게는 기회의 박탈과 상대적 빈곤으로 상징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말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의료보장율이 60~70% 사이라고 한다. 하지만 비급여라는 것을 포함하면 그것은 더 낮아진다. 그만큼 의료보장은 열악해지고 서민들은 살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몽룡 시대의 탐관오리에 의해서 저질러지는 것이 아니라 현대판 경제논리에 의하여 자행되는 "포스트모더니즘적 가렴주구"이다.
그렇게 오늘이라는 착잡한 하루가 최첨단 디지털 산업단지에서 시작된다.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분양을 광고하는 아줌마들이 전화번호만 기록하면 물티슈를 준다고 하길래 마음 속으로 "공짜다~^^!!!"하면서 번호를 적어주고 물품을 받아왔다.
그래!
공짜인데 누군들 양잿물을 못 마실까~!!!???
2016.10.24/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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