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치매검사통지문]
[치매검사통지문]
어제는 병상의 어머니를 뵈러 병원을 갔더니 간호사가 말하기를 "침상에서 꼼짝도 안하시던 어머니가 오늘은 휴게실을 다녀 가셨어요!!!" 하는 것이다.
간호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병실로 가니 정말 어머니가 기력이 좋아 보였다.
침상에 앉아 흘러내린 기저귀를 고쳐 입혀드리고 간식이라도 챙겨드리고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간병인이 오더니 큰 걱정을 말한다.
내용인즉 어머니가 서랍에 보관하고 있는 핸드크림을 짜서 잡수려 했다는 얘기다. 다행히 일찍 발견을 해서 삼키기 전에 입속을 닦아 냈는데 닦는 와중에 입을 아프게 했다고 어머니가 간병인에게 어지간히 퍼부어댄 모양이다.
비록 중국동포지만 정말 간병인들의 고생이 말이 아니다. 그런데 들리는 이야기가 지금의 간병인이 근 열 달을 한 자리에서 7명의 할머니들을 간병해왔는데 모두 거동이 불편하고 거의 대소변을 받아내는 환자들이라 힘들었는지 휴가를 간다고 한다. 하지만 휴가를 간다는 동포 간병인의 말은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가던지 중국으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그만큼 이 생활이 힘들고 고생인 것을 나는 잘 안다. 날마다 보면서 비록 환자지만 정신줄 없는 할머니들에게 모진 소리듣고 마음 불편했던 것을 나는 이해한다.
그런데 이름 석자조차 모르는 간병인이 병실을 떠난다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허전해짐을 느낀다. 거의 날마다 보았고 어머니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웃기도 하고 불편했던 적도 있었기에 알게 모르게 정이 들었던 모양이다.
멍뚫린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니 우체통에 구치매지원센터로부터 친절하게도 어머니 앞으로 치매검사를 받으라고 안내장이 도착해있다. 치매로 입원한지 얼추 2년이 넘었고 대략 반 년전에 건보공단에서 나와 5등급 판정을 내려주었는데 이 정보가 치매지원센터와 공유가 되지 않는 것일까?
안내장이 고맙기는 한데 무엇인지 행정의 전후좌우가 맞지 않음을 느낀다.
오늘은 뒤늦게 밀린 공부를 하기 위해서 사무실을 나가서 책을 보다보니 지난 주의 스트레스가 과로였는지 감기몸살이 찾아 와서 콧물이 나고 목이 따갑다. 감기를 어머니나 다른 할머니에게 전염시키면 안되기 때문에 오늘은 병문안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왜냐하면 지난 겨울 어머니 옆의 할머니가 감기에 걸린 후 그것을 이기지 못하여 유명을 달리했고 어머니도 감기를 앓고 그 후유증으로 인근 종합병원에 실려가 일주일 간 치료를 받고 겨우 회복이 되었다.
내일은 고모님이 어머니를 들여다 보고자 병실을 들르신다니 마스크라도 하고 잠깐 병원을 가봐야 한다.
그런데 내일 가면 간병인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겠지...
다시 오는 간병인은 어떤 사람일까!
그간에 통계를 내어보니 병실 간병인의 평균 근무기간이 두달 정도이다.
이번 같이 좀 오래도록 간병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힘은 들겠지만 말이다.
2016.08.27/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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