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영등포의 삶

[스크랩] [사탕공장에 불이 나다]

영등포로터리 2016. 7. 25. 09:04

[사탕공장에 불이 나다]

치매와 당분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이 질문은 치매의 어머니가 병상에서 나를 보면 늘 "올 때 말랑말랑한 사탕을 여나무 개만 사와라!"고 말씀을 하셨기에 하는 것이다. 맨 처음에는 홍삼사탕을 사다달라고 해서 시작된 일이다. 홍삼사탕을 한 봉지 사다드리면 한 봉지를 하룻밤에 다드시며 밤새도록 사탕 포장지 까는 소리에 그리고 사탕을 깨물어 드시는 탓에 주변 환자들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러나 치아도 망가지고 주변의 불만을 회피하기 위해 찾아낸 사탕이 우유로 만든 말랑말랑한 사탕이며 포장지가 고급스러워 깔 때 소리가 나지 않았다. 어머니의 사탕홀릭이다.

어하다보니 이제 치매입원 3년차인데 그간에 치아는 거의 망가지고 사탕이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몰라 사탕의 제공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을 했지만 이제 여생이 얼마라고 드시고 싶은 것을 못드시게 중지를 하나 싶고 안스러운 마음에 빈도수를 조금 줄여서 여전히 사드렸다. 그러던 어느 날 간병인에게서 어머니의 사탕만행(?)에 대해서 들었다. 사연인즉, 말랑한 사탕을 반 정도 녹여 드시다가 그것으로 침대에 있는 홈이란 홈을 다 메꾸어 넣은 것이며 휴게실 소파 밑에다가 잔뜩 붙여 놓으신 것이다. 사탕의 소모 정도가 빠르다 싶었더니 병원에 있는 시설물의 몇몇 부분을 끈적거리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니 간병인, 간호사 그리고 다른 환자들까지 보호자인 나에게 해결책을 요청하는 것 아닌가?

나는 물티슈를 이용하여 그 부착된 사탕을 다 떼어낸 다음 어머니를 붙들고 왜 사탕을 그 속에 붙였냐고 물어보니 그 전에 침대를 썼던 사람이 그랬지 당신은 그러한 일을 한 적임없다는 것이다. 물론 정상적인 대답을 원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행동을 기억을 못하니 그도 맞는 말일 게다. 그래서 이제 딱딱한 사탕을 사다드렸다. 하지만 문제는 계속되었다. 딱딱한 사탕은 입속에서 녹아 점점 납작해지면 끝이 날카로우니 이번에는 녹다만 사탕을 침대 위 시트, 병실 바닥, 병원 복도에 뱉어놓는 것이다. 참으로 사탕의 후유증은 다양하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하다.

그래서 사탕제공을 대폭 제한하기로 했다. 사탕을 사다드리면서 "사탕공장에 불이 나서 사탕공장이 모두 망했으니 사탕을 살 수가 없어유~ 지금 있는 것을 다 드시면 이제 사탕을 살 수가 없으니 조금씩만 드세유~"하고 거짓증언을 했다. 어머니는 어쩌다 공장에 불이 났느냐며 딱하다고 혀를 차시면서 하는 말씀이 "(공장에 불난 것을) 테레비 뉴스에서 봤다"고 하니 기억이 시간의 편차를 두고 이리저리 왔다갔다하고 있음이다.

그렇게 사탕섭취에 대한 신신당부를 한 마디 더하고 나는 병실을 나선다.
"어머니! 사탕을 드시다가 바닥에 뱉지 말고 꼴딱 삼키세유~"하고 말이다.
그러니 어머니는 손을 흔들며 대답을 하신다. "해를 꼴딱 넘겼다구~?!!!"
"우잉~^^!!!"
지금 어머니가 농담을 한 것인지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동문서답을 한 것이 난 알 수가 없다. 정말 뭐가 뭔지 나는 모르겠다..

https://youtu.be/7igM-ZsyOy0

2016.07.24/해가 없어도 무진장 덥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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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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