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영등포의 삶

[스크랩] [동포의 거리]

영등포로터리 2016. 7. 7. 22:47

[동포의 거리]

장마가 끝이 났는지는 모르지만 예보와는 달리 날이 덥고 비가 물러갔다. 그래서 다시 등짐을 짊어지고 도보산책을 삼아 퇴근을 한다.
디지털로는 대림동 썬플라자에서 얼추 광명과의 경계선까지 이어지겠지만 퇴근길에 맞이하는 구간은 구로3동, 대림2동, 대림1동이다.

후덥지근한 날씨이기에 내딛는 걸음마다 땀이 흐르는 듯 끈끈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구로3동 구간은 디지털단지라서 오가는 행인이 젊은층이 대부분이다. 단지를 빠져나가는 차량들과 전철역으로 재촉해가는 퇴근길이 참으로 분주하다. 그러나 대림동 구간으로 넘어오면 거리의 모습이 자못 달라보인다. 사실 대림1동 구간은 지극히 조용하다. 직장보다는 주택이 밀집된 지역이니 어슴프레 밀려오는 땅거미가 골목을 휘감으면 그야말로 고즈넉한 주택가이다. 그러나 대림2동 구간은 매우 역동적이다.

이 구간이 역동적인 이유는 중국동포가 많이 오가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길가의 상가는 거의 중국동포들의 음식점, 유흥주점, 그들을 위한 점포나 시설들이 포화상태이고 군데군데 기존주민들의 점포가 눈에 띈다. 지금 이 시간은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하여 길가에는 숯불이 지펴지고 있고 일을 하는 종업원들이나 오가는 행인의 말소리를 들으면 이국적인 느낌을 받는다.

지금 세계는 다문화시대를 맞이했지만 그의 성패에 대해서는 언급함이 없이 IS에 의한 시리아 난민으로 유럽은 몸살을 앓고 있고 급기야 영국은 브렉시트라 하여 아예 EU를 탈퇴 결정을 하였다. 어찌 보면 전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도 신고립주의로 방향전환을 할 가능성이 있으며 중국이나 일본도 피가 섞이고 문화가 급속도로 혼합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전 지구적 경향을 보자면 우리의 다문화적 위치도 깊이 생각되어질 일이다.

작금의 우리는 다문화가족 지원법에 의거하여 문화의 교류는 물론이고 외국의 처녀를 국민의 엄마로서 위치시키는 매우 크나큰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대림동의 경우는 다문화로서의 특성에 동족과 집단화라는 변수까지 안고 미증유의 모험을 감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유럽이나 극동의 인접국과는 사뭇 다른 시도이며 실험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어찌되었든 우리 시대의 세기적 이 장대한 실험이 긍정적이고 선험적이며 희망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란다. 동양3국을 보고 이춘근 박사가 전한 어느 석학의 말이 떠오른다. 일본은 부자가 되어서 늙어가고 있으며 한국은 부자가 되면서 늙어가고 있고 중국은 가난한 채로 늙어가고 있다는 말이 그것이다. 저출산의 문제와 고령화 사태는 인구절벽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러한 인구절벽 사태를 우리의 다문화적 실험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이것은 오늘 퇴근하는 걸음 위에 길거리 풍경이 나에게 던진 21세기적 화두이다.

2016.07.07/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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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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