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영등포의 삶

[스크랩] [어머니와의 오찬]

영등포로터리 2016. 7. 1. 10:24

[어머니와의 오찬]

매일 보면서도 그 사실을 망각하여 내가 어머니의 병실을 들어서면 오랜 만에 보는 아들인양 날 보고 어머니는 당신께서 이곳에 있는 것을 어떻게 알고 왔느냐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다 아는 수가 있다고 대답을 하면서 하루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부족한 간식과 소모품은 없는지 살펴본다.

어머니를 운동이라도 시키려면 TV가 있는 휴게실이나 마루가 있는 복도 창가로 밀차를 밀고 가야하는데 사실 이제는 침대에서 일어나 내려와서 신발을 신고 이것저것을 붙들고 밀차를 잡고 밖으로 나오는 과정이 결코 쉽거나 간단한 것이 아니다. 병실을 들여다 보면 대부분의 할머니 환자들이 무기력하게 앉아서 아니면 누워서 가져다주는 밥을 먹고 TV를 보거나 잠을 자는 일이 일과의 대부분이고 대소변을 받아 내주어야 하니 참으로 모든 것이 말이 아니다. 그렇게 보면 어머니의 경우 기억을 망각해서 그렇지 움직이는 것을 보면 아직은 그 중에서 가장 건강하다고(?) 할 수가 있다.

그렇게 침대에 어머니와 같이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점심시간이 되어 점심밥이 나왔다. 지난 6개월 전에 전해질 부족이라는 이유로 전문병원에 가서 받아온 처방대로 식사에 보면 간장이 한 종지 나오고 부실한 치아 때문에 밥은 죽으로 제반 반찬도 모두 분쇄되어 죽과 같은 형태로 나온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언제나 보면 어머니가 죽이고 반찬이고 반 정도만 드셨던 것 같아 서랍에 있는 여분의 숟가락을 들고 어머니의 식사를 거들며 어차피 남는 죽 반이니 그 만큼을 내가 먹기로 했다. 졸지에 어머니와 참으로 오랜 만에 오찬을 같이 하게 된 것이다.

어머니도 신이 난 모양이다. 매번 혼자 식사를 하다가 아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같이 밥을 먹으니 그도 당연하리라~ 어머니는 국 속에 든 고기 몇 첨을 건져서 당신께서 씹을 수 없으니 날 보고 먹으라 하신다. 나는 친절하게 죽을 반을 나누어 간장을 넣고 짜도 드시라고 하여 입에 넣어드리고 나머지 반을 내가 먹었다. 참으로 오랜 만에 식판을 깨끗하게 비웠다. 그리고는 간병인이 왔길래 간병일지에 적도록 죽을 반을 드셨다고 식사량을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간병인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요즘은 한 그릇을 다 드셨는데 왜 반만 잡수었냐고 되묻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의 식사량을 모르고 그냥 예전의 양만 생각하여 반을 그냥 내 갈테니 내가 거든다고 한 것이 결국은 노인양반이 잡술 양을 내가 먹어치워 버린 것이 아니었던가?! 그래도 자식이 와서 숟가락을 드니 이것저것 만히 먹으라고 고깃첨을 건져준 어머니의 마음이 치매의 망각을 뚫고 나온 것이지 아니었던가?
그런데 나는 무엇을 한 것이냔 말이다.

정말로 애 큰 것이 어른이라더니 세상에 나와 한 바퀴를 돌아온 인생이라고 내가 어른인가 했더니 나는 아직도 철딱서니 없는 나이 먹은 자식에 불과했던 것이다.

2016.06.30/나무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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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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