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영등포의 삶

[스크랩] [독백 보행자]

영등포로터리 2016. 5. 19. 16:51

[독백 보행자]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굳이 계산을 하자면 33년 전 쯤의 일로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당시에는 잠실에서 안양까지 통근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던 시절이었는데 하루는 같은 사무실 미스김과 같이 자리를 앉았다.
나는 어학공부를 한다고 하여 카세트테이프레코더를 새로 사서 열심히 영어회화를 듣고 있었고 옆에서 미스김은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으며 버스 안에 탄 모든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게 잠을 자거나 눈을 감고 있거나 나름대로 자신의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한 순간 나는 미스김에게 무엇인가 궁금한 것이 생각이 나서 내 딴에는 조용한 목소리로 미스김을 불렀다.
"미스김! 그거 있지~"
한 순간 버스 안은 웃음바다가 되고 미스김의 얼굴은 홍당무가 되어버렸다.
나 역시 깜짝 놀라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있는 미스김과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이윽고 나는 상황파악이 되었다.

내가 귀에 카세트를 이어폰을 이용해서 듣고 있다가 미스김을 불렀는데 작게 부른다고 했던 그 소리가 귀에 들려오던 녹음기 음량보다 컸던 것이다.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누구든 사람이라면 오관이 그렇게 작동을 할 것이다. 하여튼 나는 물론이고 미스김에게도 쑥스런 상황이 되어 종일 혼자 부끄러워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을 요즈음은 길을 가면서 종종 목격을 하게 된다. 아주 오래 전에 외국의 공항에서 소형 헤드폰을 끼고 핸드폰 통화를 하던 사람을 보았는데 그때는 그것을 보고 "문명의 이기"라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아주 생소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을 자주 접하고 약간은 비정상적인 장면을 보고 비교가 되니 이제는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귀에 이어폰을 꽃고 음악을 들으며 걸어가는 많은 사람들을 본다. 그것까지는 그런대로 그럴 듯하다. 하지만 누군가 통화를 하며 히죽거리고 웃고 화를 내기도 하고 등등의 모습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이상한 생각이 든다. 그것은 다음의 사례와 비유가 되어서 그럴 것이다.

길을 걷다가 보면 홀로 편의점 앞 파라솔 아래에서 홀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누군가와 마주 앉아 대화를 하는 것이라면 쉽게 이해가 되는데 혼자 앉아서 아주 많은 대화를 하는 사람이 있다. 마치 맞은 편에 누군가가 앉아서 대작이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아마도 그들은 술에 많이 취해서 환영을 보고 그와 대화를 하거나 알코올 중독에 의한 독백을 하는 것일 게다. 이런 사람은 앉아 있기도 하지만 술병을 허리춤에 차고 걸어가면서 하는 사람도 종종 본다.

그리고 일전에 관악산을 오르다 그와 유사한 광경을 보았다. 연주암에 도착하여 하산을 할까하다가 그래도 정상을 밟아야 한다는 굳은 의지로 500미터라고 표시된 연주대를 올랐다. 산에서의 거리를 평지의 것으로 착각을 한는 순간이었다. 정말 그 경사진 길에 깔린 돌계단은 사람을 녹여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이가 일장 연설을 하는 것이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세상살이가 고달프니 다 나에게 오라 등 지나는 이들을 보고 손짓도 하고 웃기도 하고 애원도 하면서 그래도 꾸준히 돌계단을 오른다. 소위 실성을 한 것이다.
내가 그를 따라잡고 오르다가 힘들어 쉬고 있으면 그는 내 뒤에서 다시 같은 말을 하며 쫒아온다. 또 그를 추월하다 지쳐 난간을 붙들고 혀를 헐떡거리면 그는 또 따라와 히죽거리다 심각한 얼굴로 같은 이야기를 박복한다. 그는 정말 힘이 하나도 안드는 것 같았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혹시 이어폰을 끼고 길을 걷는 사람들이 나를 비난을 할까?
하지만 남들 눈에 그렇게 비칠 수도 있으니 조심을 해야할 것이라는 충고를 한다.

https://youtu.be/iVyaXc6QwNA

2016.05.19/나무 뒤에 숨어서 세상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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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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