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영등포의 삶

[스크랩] [요양병원]

영등포로터리 2016. 4. 3. 14:57

[요양병원]

치매와 중풍 같이 장기요양을 요하는 질병에 노출되는 노인환자들을 위하여 장기요양보험이 도입이 된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정부나 지자체에서 노인복지라는 개념하에 나름대로 요양기관을 직접 설치하고, 누구든 일정한 기준을 갖추면 환자를 유치해서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원을 설립하여 이러한 시설이 생겼기에 많은 이들이 길을 가다가도 이 시설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전에는 물 좋고 공기가 좋다는 이유로 이러한 기능을 갖는 사설병원이 심산유곡에 설치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자칫 현대판 고려장으로 불릴 수가 있기에 요즘은 대도시 내에 설립이 되어 많은 환자들이 이제 가족과 그리 멀지 않은 병원에서 요양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사실이다. 의술이 좋고 의료진이 철저해도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술은 가족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러한 사설 요양병원이 장기요양보험의 수급을 받을 수 있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설과 혼돈을 하는 것 같다. 솔직히 내가 그 대상의 보호자가 되기 얼마 전까지 나도 그러한 오해를 했다. 사설 요양병원이란 정부가 제시하는 일정한 기준에 의거하여 환자 및 보호자의 부담을 경감시켜주고 적극적인 치료보다는 환자의 현상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관일 것이다.

일전에 어머니가 혼수상태가 되었지만 요양병원측에서는 적극적인 조치가 아닌 대증적인 조치 위주로 대처를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태가 위중하다 싶어 개별적인 판단 하에 응급이송을 하여 일반 종합병원으로 입원을 해서 치료를 한 적이 있다. 내 딴에는 매우 요양병원 측의 처사가 서운하여 간호사에게 항변을 해보았지만 살펴보니 구조적으로 어쩔 수가 없는 것임도 알았다.
결국은 비용의 문제이고 그것은 예산의 문제이며 우리사회의 문제인 것을 인지한 것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누구를 원망할 일도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답답하지만 분노할 일도 아닌 것이다. 그마저도 없으면 개인은 더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병신년이 열렸나 싶더니 벌써 봄이 깊어 가고 밖에는 꽃놀이가 대세이다.
그런데 주말부터 병동의 할머니 환자들이 대체적으로 무기력한 미열과 복통증세로 맥을 못추고 그중에 있는 젊은 환자도 늘어지는 몸을 주체 못해 힘들어 한다.
수액과 영양제 등의 링거를 꽃고 그저 병문안 오는 자식들의 손길을 잡고 허공만 응시한다.

환절기에 무기력해지는 할머니 환자들의 건투를 빈다.
모두 환절기를 버티고 이겨 건강한 여름을 맞이하시기를...

2016.04.03/해맑은 어머니의 웃음을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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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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