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사탕이 뭐길래...]
[사탕이 뭐길래...]
어머니가 치매로 입원을 하고 언제부턴가 사탕을 지나칠 정도로 찾는다.
마치 어린 아이처럼 "사탕을 너무 많이 드시면 이가 썩어요!"라고 말씀을 드리지만 치매의 어머니는 알았다고 말씀을 하시고는 조금 있다가 또 사탕을 찾는다.
어머니에게 사탕은 소화제로 인식되어 있는 모양이다. 밥을 먹고 배가 그득할 때 사탕을 하나 먹으면 소화가 되어 쏙 내려간다고 말이다. 그러나 사탕을 드신 것을 망각을 하고 자꾸 사탕을 찾는다는데에 문제가 있다. 캐비닛에 숨겨놓은 사탕이 있으면 구석구석 다 뒤져서 사탕을 모두 소모하고 찾지 못하면 간병인이나 간호사에게까지 가서 사탕을 달라고 한신단다. 한 번은 병원에서 전화가 오길래 받았더니 간호사가 "보호자께서는 어머니에게 사탕을 사다 드리세요~"라고 한다.
병원에서의 삶은 옆 환자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지난 날 얌전하고 몸집이 자그마한 할머니와 같이 지낸 때에는 서로가 치매인지라 각자의 사탕을 나누어드셨고 그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 또 한 쪽의 할머니에게 사탕을 달라고 하니 그 할머니는 당신께서 갖고 있는 사탕을 내가 공급하지 못하는 간극에 어머니에게 주신 모양이다. 나 역시 부지런히 사탕을 사다가 드리기는 하지만 문제는 사탕을 너무 잡숫게 하여 혹시나 좋지 않게 되면 어찌하나 하는 걱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에 주변 침대의 할머니들이 자리를 비우고 나니 비교적 젊은 중년부인 환자가 왔다. 처음에는 상대방도 그러려니 했겠지만 이제는 치매환자의 시도 때도 없이 반복되는 치매의 행동이 귀찮고 짜증이 나는 모양이다. 얼마 전에 병실을 찾았더니 그 환자가 사탕을 충분히 사다가 캐비닛에 보관을 하라는 이야기였다. 잠을 자야 하는 새벽에 사탕을 찾느라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소리려니와 잠을 자는 자신을 깨우며 사탕을 달라고 해서 짜증이 난다고 나에게 불만을 표하는 것이다. 정말 짜증이 나서 못견디겠다고 지극히 불편한 감정어린 목소리로 무어라 해제끼는데 보호자로서 마음이 참 불편하게 되었다.
"밥을 먹고 소화가 안될 때 사탕을 하나 먹으면 쑥 내려가서 속이 시원하니 사탕을 좀 사와라. 거 딱딱한 것 말고 말랑말랑한 거 있지? 왜!!!"
이제 곧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가니 어머니가 또 사탕을 찾을텐데 사탕이 있으려나?
바쁜 일상이지만 어서 빨리 사탕을 사서 갖다 드려야지...
그렇게도 사탕이 좋을까?
정말 사탕이 뭐길래!!!
2016.03.21/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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