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영등포의 삶

[스크랩] [가리봉 시장]

영등포로터리 2016. 3. 2. 16:48

[가리봉 시장]

지금의 가리봉 시장은 마치 중국의 연변과 같이 중국동포들의 왕래가 많고 그들의 문화가 있는 상권이 되었기에 자타칭 연변거리라 일컫는다.
오늘 가산디지털역 근처에 있는 국민연금 구로금천지사에 볼 일이 있어 다녀오는 길에 이곳을 들렀다.
지금은 도로폭이 왕복 8차선 정도로 넓어진 남부순환도로를 건너며 40년 전의 추억에 잠기다.

1975년 봄!
쇠망치 소리를 울리던 그곳에 서다.
지금 그 당시의 건물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먼 기억 속에서 시장의 입구 삼거리를 떠올린다.
지금은 삶을 달리한 집안 형이 막 장가를 가서 형수와 같이 철공일을 시작했던 그때 데모로 휴강이 길어지던 나는 형을 도와 쇠망치를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철 없던 시절이었지만 나름대로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런 추억 속에서 가리봉 시장 안으로 발길을 옮기며 시장의 풍광을 만끽한다.
하지만 시장의 대부분은 이제 중국동포의 애환이 깃든 거리가 되었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 먼 곳을 보니 현대식 빌딩과 달동네의 모습이 한데 어울어진 전형적인 "서울의 달"과 같다.

나는 구로동을 찾기위해 골목길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이리 가보니 막다른 골목이고 저리 가보니 방향이 다르다.
다시 비탈길을 내려와 다른 골목으로 들어서니 겨우 방향을 잡아 골목을 벗어났다.

가리봉 시장은 나의 젊은 시절의 추억과 서민의 애환 그리고 중국동포의 삶을 머금고 풀려가는 초봄 추위의 하늘 위에 펼쳐진다.
이제 양지 바른 언덕을 오르자니 덥다.
엊그제 추웠는데...

2016.03.02/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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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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