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영등포의 삶

[스크랩] [간병인과 간병]

영등포로터리 2016. 2. 12. 08:48

[간병인과 간병]

벌써 십년이 지난 예전의 추억이다.
늘 어머니의 소원이었던 성당과 병원 옆에 사는 것대로 부모님을 대림동의 큰 병원과 성당 사이에 있는 아파트로 모셨을 때의 일이다.
아버지께서 갑자기 말기암이라는 의학적 사형선고를 받고 쓰러지셨다.
칠순을 훌쩍 넘긴 어머니가 계셨지만 말기 암으로 초래되는 응급상황에서는 대처가 안되어 지근거리에 살던 나는 자주 두분과 같이 밤을 지새는 일이 잦아졌다.

사무실이 가까운 이유로 급한 일이 생기면 나는 부모님께 제일 먼저 뛰어 가야 했다. 어느 날인가 아버지가 변비로 고생을 한다기에 나는 병원 응급실로 가서 온갖 이유를 대며 관장을 시켜달라고 부탁을 했다. 관장을 하러 이 바쁜 응급실을 오느냐는 핀잔을 들었지만 워낙 간곡히 부탁을 하니 처치실 구석에서 겨우 조치를 받아 배변을 시작했다.
배변을 하느라 암으로 시달린 몸을 재촉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배변에 있어서는 그것 이상은 도와드릴 수가 없었다.

이윽고 배변이 되니 냄새와 배설물을 감당해야 하는데 정말 쉽지가 않았다.
겨우 처리를 해드리고 집으로 모시고 돌아와 목욕은 어머니께 맡기고 말았다.
그런데 당시 정말 자식의 입장이었음에도 손을 대기가 망설여졌었음을 고백한다.
그러한 일의 반복이 몇 번 되고 아버지는 유명을 달리했지만 그로부터 십년이 지난 지금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셔놓고 달포 전에 다시 그런 경험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간병인이 그일을 대신 해주고 있다. 생각해보면 병관하기가 매우 수월해진 것이다.

병실 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어머니의 병실은 간병인 한 명이 환자 7명을 돌본다. 7명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움직이지 못하여 대소변을 받아내는 환자가 2명이고 대소변을 위해 부축을 요하는 환자가 어머니를 포함하여 2명이며 나머지 환자 3명은 일상을 돌보아 주어야 한다.
달포 전에 어머니가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는 대소변을 받아내는 환자가 3명이었다.
이때는 정말 난감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 이유는 혼수상태의 어머니를 간병인이 감당하지 못하여 종종 내가 도와주었으나 한 번 일을 치르고 나면 팔다리에 힘이 쪽 빠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이 종합병원의 치료를 받아 지금은 부축하면 걸어서 대소변을 가리니 그만 해도 참으로 양반이다.

치매환자이기에 받는 간병인의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차라리 체중이라도 가벼우면 기저귀를 채워서 대소변을 받아내는 것이 더 간단한 일일 것이다. 치매의 환자가 몸을 가누지도 못하며 화장실까지 데려다 달라고 하면 그것은 참 곤혹스럽다. 게다가 간병인에게 욕을 해대며 천근만근 늘어지는 몸을 부축하라며 대소변을 질질 흘려대며 그것도 십분에 한 번씩 그일을 반복하며 화장실과 침대를 왔다갔다 하면 간병인도 환장을 하게 된다.
어디 그뿐이랴!!!
한 환자를 붙들고 씨름을 하고 있는데 저쪽 다른 환자가 설사똥이 마렵다고 하면 더 미칠 것이다.
그것도 모두가 밥을 먹는 식사 시간에 그일이 벌어지면 혼비백산이 따로 없다.

아무리 돈을 받고 하는 일이지만 간병인은 힘들다.
그들 대부분이 동포들이고 그렇게 그들은 환자와 같이 24시간을 함께 한다.
그들의 근무기간을 보면 이유는 다양하고 각양각색이겠지만 평균 2개월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즈음 그곳에서 간병의 새로운 모습을 본다.
간병인이 있지만 환자의 보호자도 좁은 공간에서 간병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환자의 보호자가 작은 보조침대를 마련하여 환자 옆에서 지내며 식사시간에는 밥 한 그릇을 추가로 주문하여 환자와 같이 먹고 같이 잠을 자고 목욕실에서 목욕도 한다.
그리고 볼 일이 있으면 간병인에게 부탁을 하고 나가서 일도 보며 가끔 집에 가서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고 옷도 갈아 입고 세탁도 하는 것이다.
물론 사회활동을 왕성하게 해야 되는 시기에는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러한 방법을 잘 활용하면 간병인의 노동을 줄여 줄 수 있기도 하고 환자의 간병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환자는 보호자와의 천륜 위에 있는 것이 대부분일테니 말이다.
이것은 요양병원이 시내 한 가운데 생기므로 가능해지는 하나의 간병 풍속도가 되지않을까 한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성의가 없으면 안되는 일이니 아니면 말고...

YouTube에서 '서울간병 기저귀교체' 보기 - https://youtu.be/vLTTbrnhhJI

2016.02.09/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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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돌고도는 영등포 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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