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비겁한 선택]
[비겁한 선택]
이밤에 동영상을 보자니 군에 있을 때 나의 비겁했었음이 생각난다.
전역하는 부하가 있어 근무 중에 있던 소대원 몇 명이 술을 사다가 환송식을 벌였다.
당시에는 대간첩작전이 수행되고 있었던 때라 위중한 상황이었는데 소대원들은 근처에 근무 중이었던 나를 데려다가 환송식을 진행했다.
상황이 벌어져 있는 때이니 같이 술을 몇 순배 돌리며 간단히 치르고 근무에 충실하라고 하고 나는 본부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어찌 보면 그것은 그 자리를 내가 묵인해준 것이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새벽에 불침번의 노크소리에 눈을 뜨니 밤새 정말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그것을 여기에서 세세히 거론할 수는 없지만 그로 인하여 당시 술을 마신 소대원들은 정말 큰 곤욕을 치렀다. 그런데 나는 소대장으로서 그 자리에 있었음을 윗 분들에게 고백하지 못했다.
그것은 소대장으로서 모든 책임지고 부하를 보호하는 것보다 나에게 닥쳐올 수난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주 비겁한 선택을 했던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짊어졌던 내 마음의 짐이 무거워 37년이 지난 지금도 비겁했던 선택을 한 자신이 부끄럽다.
오늘 밤 첨부된 동영상을 보니 지난 날 내가 내팽겨쳤던 나의 부하들에게 극도의 미안함을 느낀다. 차라리 솔직하게 고백을 하고 영창을 가든 조인트를 맞든 똥을 푸든 그 처벌을 같이 짊어졌어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지금 그 소대원들의 번민하던 얼굴은 기억이 나는데 이름이 가물가물하다.
한병장 제대하던 전날 밤이었던가!
아마도 허병장 그리고 정상병이었던가!
이제 모두 같이 인생의 황혼녘에서 곧 늙어갈 텐데 이 못나고 비겁했던 소대장을 지금이라도 용서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의 실수로 그날, 그 추위 속의 까만 밤을 야전에서 뜬 눈으로 새우면서 어두움을 지켰던 수많은 장병들께도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YouTube에서 '문창극 후보자 청문회에서 바로봐야' 보기 - https://youtu.be/oYsjbai0dI8
2015.09.28/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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