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관련 논란: 루머에 의한 피해사례의 하나일 뿐
사드관련 논란: 루머에 의한 피해사례의 하나일 뿐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장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 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와 관련하여 누구도 시비하지 않을
팩트는 "Terminal"이라는 첫 글자에서 보듯이 표적지역에서 공격해오는 탄도미사일을 방어하는 무기이고, 요격고도는 150km, 사거리는
200km 정도라는 것이다. 미 육군이 7개 포대 정도를 구매하였고, 현재 그 중 5개 포대를 전력화한
상태이다.
2014년 6월 주한미군 사령관 겸 한미연합 사령관인 스캐퍼로티(Curtis Scaparrotti) 미군 대장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본국에
건의했다고 언급한 이래 한국 사회에서는 격렬한 논의가 전개되어 왔다. 사드는 중국과 미국의 전략적 대결을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 무기이고, 이의
한반도 배치는 한국의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최첨단의 전투기, 공격용 미사일도 아닌 육군의 단일 무기가 어떻게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좌우하는 전략적 비중을 갖게 되었을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놓여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하나의 방어무기라도 추가되면 좋은 것 아닌가?
토양: 루머에 취약한 한국사회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사드에 관한 논란을 살펴보기 이전에 한국 사회에서 일어났던 몇 가지 루머(Rumor) 또는 유언비어(流言蜚語) 사례를
회고해 볼 필요가 있다.
2008년 6월, 한국에서는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범위를 확대하는 조치를
발표하자 그렇게 되면 다수의 국민들이 광우병에 걸리고, 특히 어린이들의 머리에 구멍이 송송 뚫릴 것이라는 괴담이 난무하면서 삽시간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이명박 정부 반대의 촛불시위가 한국을 흔들었다. 한국 사회는 수개월동안 마비되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의 자신감을 상실하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에서 광우병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고, 미국산이 수입쇠고기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3월 북한의 잠수정이 한국의 군함인 천안함을 공격하여 침몰시키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사건발생 직후 인터넷 공간을 통하여 “천안함이
낡아서 좌초되었다”거나 “한국 정부가 고의로 격침시켰다”거나 “훈련 중이던 미 핵잠수함에 의하여 오폭 또는 충돌되었다”라는 루머가 급속히
확산되었다. 이 또한 상당한 기간동안 한국 사회를 어지럽게 만들고, 유엔까지 전달되어 국격을 떨어뜨리기도 하였다.
이 외에도
한국 사회에서는 괴담, 루어, 유언비어 등이 쉽게 확산된다. 이로 인하여 2008년 9월 최진실이라는 최고의 여배우가 자살한 적도 있고,
타블로라는 가수의 인생이 바뀌기도 하였다. 루머가 한국 사회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서 쉽게 발생 및 전파되고, 또한
반복되는 것은 사실 아닌가? 국가안보에 관한 중대한 사안이라 그럴 리 없다고 하겠지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도 루머 차원에서 한번
분석해보자.
사드 논쟁의 경과
한국에서 사드 논쟁이 본격화된 출발점은
2014년 6월 3일 스캐퍼로티 사령관이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한국국방연구원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 시 "미측에서 추진을 하는 부분이고 제가 또
개인적으로 (미국 군 당국에) 사드의 전개(배치)에 대한 요청을 한 바 있다...언론에선 현재 사전 조사 연구가 이뤄진다는 식으로 묘사했지만 그
정도라기보다는 한국에 사드를 전개하기 위한 초기 검토가 이뤄지는 수준"이라고 언급한 것이었다. 이에 대하여 한국 언론은 “미국 정부나 군 고위
관계자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 추진을 공식 확인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게 되었다.
2014년 9월
30일 미국외교협회(CFR) 간담회에서 로버트 워크(Rober Work) 미 국방부 부장관이 사드의 배치방안을 한국 정부와 협의
중(working out)이라고 밝힘으로써 또 한 번 사드 문제가 한국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게 되었다. 그는 "괌에 배치된 미국의 사드
미사일 포대를 한국에 배치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고려하고 있고...사드 배치가 맞는지를 결정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한국 언론에서는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에 관하여 협의해 놓고도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정부를 공격하였다.
사드를
둘러싼 국내의 논란에 중국도 가담하였다.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중국의 학자들은 미군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관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하였고,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도 2014년 11월 26일 국회 남북관계 및 교류협력발전 특별위원회(남북관계발전특위)와의 간담회에서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의 사정거리가 2000㎞라서...”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였다. 또한 2015년 2월 4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장관)은 의제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제기하였고, 2015년 3월
한국을 방문한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 역시 16일 개최된 한·중 차관보 협의에서 사드 문제에 관한 자신의 우려를
적극적으로 언론에 공개하였다. 그는 "사드 문제에 관해 아주 솔직하고 자유로운 대화를 나눴고...중국 측 생각을 한국에 알려줬으며...중국 측의
관심과 우려를 중시하면 고맙겠다"고 언급하였다. 3월 17일자 조선일보에서는 중국의 관리들이 이와 같이 언급한 것은 2014년 7월 “한·중
정상회담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언급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2015년 3월 하순 뎀프시(Martin
E. Dempsey) 미 합참의장, 4월 중순 카터(Asheton Carter) 미 국방장관, 5월 중순 케리(John Kerry) 미 국무장관
등이 차례로 한국을 방문하였다. 그때마다 한국의 언론에서는 사드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관련 의혹을 보도하였다. 그러나 사드 문제는
한번도 논의되지 않았고, 관련된 성명이나 입장발표는 없었다. 다만, 케리 국무장관의 경우 주한미군 장병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 위협과 관련)
우리는 모든 결과에 대비해야 하고...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드와 (병력·함정 배치 등) 다른 것들에 관해 말하는 이유"라고 언급하였다. 그러자
한국 언론에서는 그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도하였다.
이렇게 볼 때 사드 배치에 관한 논란은 어떤
공식적 계기가 아니라 어떤 인사의 발언에 의하여 촉발되는 양상을 보였고, 대부분 일방적인 추측과 우려를 근거로 한 내용이었다. 추측과 우려에
근거하여 팩트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내용의 진위를 판가름하기 어려웠고, 따라서 한국 사회가 1년 여 동안 사드를 둘러싸고 논란을 벌였지만,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결과가 되었다.
사드 논란의 쟁점
지금까지
한국 언론에서 제기되어 온 사드에 관한 논란의 핵심은 크게는 두 가지, 두 번째를 구분하여 분석하면 세 가지이다.
첫째,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의 핵억제전략이 크게 훼손되고, 따라서 중국은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결국 한국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희생자가 된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한국 내 배치를 검토 중인 사드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인접국까지 커버’할 수
있고...중국은 미국의 한국 내 MD 배치를 동북아의 화약고인 한반도에 미국이 위험한 인화물질을 갖다놓는 것으로 여긴다....한국이 미일동맹의
MD에 편입되면 '한국이 도자기 가게 안에서 칼을 들고 쿵후를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1)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사드의 성능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가졌고, 대부분의 언론도 그러한 방향으로 보도하였으며, 특히 이들은 중국
학자들이나 관리들의 의견을 인용함으로써 신뢰성을 과시하였다.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지속되면서 사드가 중국의
대륙간탄도탄(ICBM)을 요격할 수 없다는 점이 밝혀지자, 이번에는 레이더의 위험성이 강조되었다. “사드와 한 묶음으로 움직이는 X-밴드
레이더는 유효 탐지 반경이 1000km에 달해 오산공군기지에 배치되면 중국 동부의 군사 활동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2). “사드의 탐지장비인 X밴드레이더는 반경 4000~5000㎞ 밖의 작은 물체도 식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중국의
대부분 군사시설을 들여다보게 돼 중국이 경계하고 있다”라고 보도한 언론도 있었다3).
두 번째, 사드에
관한 비용문제로까지 연결되는 내용으로서 일부 인사들은 주한미군의 사드배치와 한국군의 사드구매를 혼동시켰다. 2014년 6월 스캐퍼로티
연합사령관의 언급은 물론이고 한국 국방부가 수차례 설명했듯이 이 사안은 미 육군의 사드를 주한미군 보호를 위하여 재배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드배치에 대한 찬반 논쟁이 격화되면서 이 부분이 모호해졌고, 집권여당에서조차 2015년 4월 1일 의원총회를 열어서 사드의 “도입” 문제를
논의하였고, 유승민 원내대표는 3개 포대 정도 도입해야할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급기야 주요일간지의 사설에서조차 “현재의 사드 논의는
1차적으로 주한미군에 들여오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다. 한국군의 사드 도입 여부는 별개 사안이다.”는 점을 강조해야
했다4).
셋째, 아직도 사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드에 관련한
비용문제로서, “2조 원짜리 고고도 머니게임”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유포되었다. 국방부 대변인이 2015년 3월 17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하여
주한미군의 무기를 배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한미군이 부담한다고 하였지만, 의혹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최다 부수의 신문에서도 “한·미
간에는 보통 얘기를 먼저 꺼내는 쪽이 비용을 부담토록 돼 있어 우리 측은 먼저 사드 배치 얘기를 꺼내지 않고 미측의 공식 요청이 오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사드 1개 포대를 주한미군에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1개 포대의 비용은 1조 5000억~2조 원에 달한다.
사드를 우리가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미측이 주한미군에 배치할 경우 구매 비용 자체를 우리 측에 요구할 수는 없지만 운용 비용은 방위비 분담금
형태로 우리 측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군 당국은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는 내심 환영하지만 비용 부담 문제는 미측에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5)라고 보도하고 있다.
사드 논란에 대한 진실:
루머
이 글을 읽은 사람들 누구도 믿고 싶지 않겠지만, 정말 어이없게도 위 세 가지가 모두 다 진실이 아니다.
첫째, 사드가 미국을 공격하는 중국의 ICBM을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사드는 글자 그대로
“종말단계”(終末段階)에서 타격하는 요격미사일이기 때문에 자신을 공격해오는 상대의 탄도미사일만 요격할 수 있고, 다른 목표를 향하여 비행해나가는
탄도미사일은 요격할 수 없다. 또한 사드의 사거리는 200km이고, 고도는 150km 정도로서, 대부분 1,000km 이상 비행하는 미국 공격용
중국의 ICBM까지 다다를 수가 없다. 현재 중국 내륙에 배치되어 있는 ICBM이 미국을 공격할 경우 시베리아 상공과 알래스카를 경유하고 한반도
상공은 지나가지를 않는다.
사드가 사용하고 있는 AN/TPY-2 X-Band 레이더의 경우에도 실제 탐지거리는
1,000-2,000km 정도이고, 인공위성 등으로부터 발사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으면 그것을 요격할 수 있도록 ‘추적’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으며, 탐지 기능으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다. 설령, 탐지한다고 해도 지구곡률(地球曲率)로 인하여 1,000km 거리에서는 60km
이상 고도의 물체만 탐지할 수 있고, 1,800km 거리일 경우 190km 이상에 있는 표적만 가능하다. 그리고 레이더는 CCTV처럼 영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점으로만 보기 때문에 일반적인 군사정보는 획득하기 어렵다6). 2014년 11월 21일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주최로 개최된 토론회에서 중국 북경대학의 후아한 교수는 “사드 자체는 중국의 억제태세에 위협이 아니다.”(THAAD per se
is not a threat to China’s deterrence)”라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하였다7).
둘째,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미군 사드의 한반도 배치이지 한국의 사드 도입이 아니다. 이 사안 자체가 스캐피로티 주한미군/한미연합
사령관이 본국에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요구하겠다는 말에서 시작되었고,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의 관리들도 한국이 주권국가이기 때문에 미국의
사드 배치를 허용하지 말라는 요구였다. 한국이 사드 구매를 미국에 요구하거나 국방부가 계획하고 있는 바는 전혀 없다. 『2014년 국방백서』에
그려진 한국군 탄도미사일 방어의 체계도에는 분명히 사드가 포함되어 있지 않고, 자체 장거리 요격미사일을 2020년대 중반까지 개발하겠다고
명시하고 있다8).
셋째, 미군의 사드배치를 허용할 경우 한국이 그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사실도
아니고, 전례도 없다. 지금까지 미군이 한국에 배치하는 무기를 한국이 대신 비용을 지불한 적이 없다. 미군이 현재 PAC-3 2개 대대를
한반도에 배치하고 있지만 그 비용을 요구받거나 지불하지 않았다. 미군의 무기를 대신 구입하여 배치해주는 전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2014년
4월 새로운 “미일방위협력지침”을 체결하면서 미군의 글로벌 호크, P-8 대잠초계기, F-35 스텔스 항공기, 양륙함, 이지스함 등 다수의 첨단
무기를 일본에 배치하기로 하였는데, 이의 비용을 일본이 지불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방위비분담이 증대될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지금까지 미군의
특정 무기배치를 계기로 방위비분담이 늘어난 적이 없다. 방위비분담은 5년 마다 협상되는데, 현재 한국은 2014년에는 9,200억 원을
지불하고, 2015년에서 2018년까지는 전전년도 물가상승률을 적용하여 증대시키기로 되어 있다. 그 금액도 멋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한미군
기지에 근무하는 한국인 노동자 인건이 40%, 미군 및 한미연합 군사시설 건설 40%, 그리고 수송 등의 군수비용 20% 정도로 정해진 항목별로
사용하고 있어 어떤 장비의 도입이나 운영비용으로 전용할 수 없다. 한국에서는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연기 등을 미측에 요청할 때마다 방위비분담이
증대될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그의 연기가 결정된 2010년이나 2014년을 전후하여 방위비분담은 전혀 증대되지 않았다. 또한
방위비분담금은 국회의 비준을 받도록 되어 있어서 정부가 지불하고 싶다고 하여 멋대로 지불할 수 없다. 그리고 한국이 먼저 요청하면 한국이
지불하고, 미국이 먼저 요청하면 미국이 지불한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다.
사드를 둘러싼 루머와
확산
그렇다면 반대주장이 이와 같이 근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드에 관한 논란이 그렇게 격렬하게 벌어졌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왜일까? 루머가 아니고 이해할 수 있는 논리가 있을까? 결국 사드에 관련 논란은 루머에 의하여 시작 및 확산되었고,
한국 나아가 중국까지도 그 피해를 본 셈이다. 루머에는 유포자(spreader)가 있고, 그의 대상인 무지자(ignorant)가 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차단자(stifler)가 증대되면 루머는 약화되고 그렇지 않으면 강화될 것인데9), 이 사안의 경우 차단자가 적어서
계속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사드 관련 루머의 최초 유포자는 한국 정부가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책을 강구할 때마다 “미
MD 참여”라면서 반대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하여 기고한 글은 언론을 통하여 보도 및 확산되었다. 『싸드』라는 소설,
대부분의 언론들도 이들의 논리를 전달함으로써 유포에 기여한 셈이 되었다.
이번 사드에 관한 한국 사회의 논란에서 특이한 점은
중국의 개입이다. 한국의 논란에 의하여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중국의 학자와 관리들은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의 핵 억제태세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는 인식을 적극적으로 표명하였고, 이것이 한국의 루머를 더욱 강화하는 식으로 반영되었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 주한 중국대사,
중국의 국방부장 등이 우려를 표명하자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한국 내 논리들은 힘을 얻었고, 논란을 더욱 강화되었다. 사드를 둘러싼 한국의 분란을
부추기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의심될 정도로 내정간섭에 해당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래서 2015년 3월 17일 한국을 방문한
러셀(Daniel R. Russel)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아직 배치되지도 않은 안보시스템에 대해 제3국이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고 말하기도 했던 것이다.
둘째, 사드의 논란이 확산된 데는 다수의 국민들이 유포자들의 논리를
수용하였고, 그 결과로 차단자로보다는 유포자로 변모한 사람이 더욱 많았기 때문이다. 반미지향의 내용이나 음모론적 내용을 선호하는 심리도 포함되어
있고,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도 작용하였으며, 사드가 생소한 내용이라서 루머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광우병 사태 등에서
보듯이 한국 국민들의 성격이나 특성 자체가 루머를 쉽게 믿어버리는 경향일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대부분의 국민들은 또 다시 루머
유포자들에게 활용당한 결과가 되었다.
셋째, 이번 사드 관련 논란에서는 중추적인 루머 차단자가 되어야 할 정부가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인 점도 있다. 정부는 사드의 필요성이나 정책에 관하여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사드배치에 관한 “(미국의) 요청, 협의, 결정이
없었다.”는 소위 “3 No”라는 입장만 견지하였고, 미국이 요청해오면 국익의 관점에서 주도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추상적인 입장만 반복하였다.
선진국에서는 루머의 차단자 역할을 수행하는 언론도 이번 사드 관련 논란에서는 오히려 유포자가 되었고, 학자들도 유포자의 논리에 동조하거나
침묵하는 사람들이 않았다. 특히 학자들은 미국의 의도나 중국의 입장, 동북아시아의 세력경쟁의 실상 등을 언급하면서 사드의 전략적 의미를
강조하였고, 중국학자들과의 인맥을 통하여 그들의 의견을 물었으며, 그들의 의견을 한국에 전달함으로써 자신도 모르게 유포자의 대열에 합류하였다.
이렇게 볼 때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사드에 관한 한국사회의 논란은 광우병사태나 천안함 폭침을 둘러싼 루머와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이념적이거나 반미지향적인 인사들의 왜곡된 논리를 언론, 학자, 국민들이 수용하거나 차단하지 못하여 확산된 경우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동의하고 싶지 않겠지만, 우리 모두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일단 어떤 주장을 하게 되면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드러나도 원래의 주장을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 속에 있는 것은 아닌지?
한국의 과제
이제 한국은 주한미군의 사드에 관한 제반 사항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팩트에 의하여 논의 및 판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지식인, 특히 사회과학자들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드 문제, 넓게는 탄도미사일 방어문제, 더욱 넓게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해결책 및 대비책을 적극적으로 연구하여 제시하고, 이로써 국민들이
정확한 지식을 갖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언론의 노력도 필요하다. 양측 주장을 함께 전달하면 공정하다는 편의적 발상에서 벗어나 팩트를
정확하게 판별하여 보도하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사드를 둘러싼 루머 해소와 관련하여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주체는 정부,
특히 국방부이다. 국방부가 사드, 탄도미사일 방어, 핵대응에 대하여 분명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해야 루머가 기승을 부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군은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해올 경우 어떻게 국가와 국민을 보호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위협에 관하여 일본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루머가 안보정책 결정에 개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위협에 공통적으로 노출되어 있고, 미국과의 동맹을 통하여 국가안보를 유지한다는 점에서도
유사하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하여 PAC-3 17개 포대, SM-3 미사일을 장착한 구축함 4척, 자체
개발한 FPS-3와 FPS-5 레이더와 미국의 X-밴드 레이더도 2식(式, 시스템의 단위)을 보유하고 있고, 앞으로 SM-3 미사일을 장착한
이지스함 4척을 추가하며, 미국과 공동으로 개발하여온 요격고도 500km의 SM-3 Block IIA도 2017년까지 완성하여 2018년경에는
군부대가 인계받도록 되어있다. 사드와 지상용 SM-3 중에서 하나를 구입하여 방어망을 한층 더 보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기회에 한국은 한중관계의 본질에 대하여 성찰해보지 않을 수 없다. 공식적으로 한국과 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이지만, 한국이 심각한
위협으로 생각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하여 중국이 협력해주고 있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실시하고 있고,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였으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보유를 묵인하고 있다. 경제, 사회, 문화적 협력은 가능하지만, 결국 안보적으로
중국은 북한의 동맹국이다. 사드가 안보문제라면 한국도 중국의 태도에 연연하지 말고, 국가와 국민들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지 아닌지 만을
집중적으로 토론해야할 것이다.
사족: 중국에
자기 나라의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중국에 대하여 말한다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다. 그래서 사족(蛇足)이라는 소제목을 붙였다. 그러나 중국은 역사적 및 문화적으로
친밀감이 너무나 큰 국가이고, 무역거래와 인적교환도 활발하다. 서울 시내에 중국인이 활보하더라도 금방 알아볼 수 없고, 북경 시내에서 한국인이
쇼핑해도 말을 하기 전에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한국 국민 중에서 중국, 한국, 일본이 서로
협력하여 잘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지지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우선 일부 한국 내 인사들이 사드에 관한 루머를 유포하여 중국의
판단을 혼란스럽게 만든 점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고 싶다. 그들은 중국 내의 지식인들이 그렇게 쉽게 그들의 논리를 수용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한국 정부에게 내정간섭에 해당되는 압력을 행사할 정도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고, 이로써
한국 국민의 친중국 정서가 상당부분 훼손된 점이 있다. 사드에 관한 세부적인 팩트에 관하여 다시 한번 재점검하고, 오해가 있으면 해소하고, 한국
정부가 유념할 사항이 있으면 서로 진지하게 협의해 나가는 풍토가 양국 학자와 관리들 간에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혹여 중국 내에서 한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드 관련 논란을 부추기거나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서 서로의 부국강병을 지원해주기로 약속한 상태이다. 일부 사드의 성능을 잘 아는 중국 군인들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현 논란을 재미있어 한다는 풍문도 들리고 있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각자의 다양한 의견을 거리낌없이 발표할 수 있어 시끄럽기는
하지만, 결국 건전한 방향으로 의견을 정해 나갈 것이다. 오히려 한국을 방문한 모든 중국학자와 관리들의 의견이 동일하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다. 중국에도 한국처럼 언론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어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라고.
중국이 한국이나
주한미군을 탄도미사일로 공격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경우 중국이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반대할 합리적인 이유를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우정엽 박사가 말한 바처럼 한미동맹의 강화를 우려해서 그러한 것으로 해석하는 한국 학자들이 적지 않다. 정말 중국이 한미동맹 강화를 우려한다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포기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유일한 방법이다. 위협이 강해지면 동맹도 강해지는 것이 원리인데, 북한의 핵무기가 증강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이 강화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 비해 한국이 갖는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욱 클 수 있지만, 북한의 핵위협이
강해지면 한국은 일본과의 안보협력도 진전시키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미일동맹의 강화를 우려한다면 북한의 핵위협을 제대로 처리해야 할 것이다.
한국, 중국, 일본은 모두 한자를 사용하고 있듯이 문화적 공통성도 크고, 협력할 수 있는 바탕이나 협력해야 할 이슈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SEAN + 3"이라는 명칭에서 보듯이 3국 간에는 직접적인 안보협력회의체가 없어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회의에 끼여
대화하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도 개점휴업 상태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한국과 일본의 책임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이 지역에서
지도국이라면 가장 큰 책임은 중국이 느껴야 하는 것 아닌가?
중국의 학자나 관리들은 지금까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하면서 그
구체적인 근거를 거의 밝히지 않고 있다. 사드의 어떤 성능으로 인하여 어떤 지역이나 어떤 군사태세가 어느 정도로 위협받는 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것은 합리적인 태도가 아니고, 설득력도 클 수 없다. 논쟁은 팩트와 자료를 통하여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단 사드
문제뿐만 아니라 세계의 제반 이슈를 다루는 데도 중국이 이와 같이 한다면, 미국 중심의 서구 합리주의를 이길 수 있겠는가? 그리고 주변국가들이
중국을 신뢰하고 따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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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욱식, “한국의 MD 편입은 ‘도자기 가게에서 쿵후 하는 격’,” 『프레시안』(2014년 6월 2일),
at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7661 (검색일:
2015년 6월 14일).
2) 정욱식, “주한미군 사드는 괜찮다고? 제정신인가?”『프레시안』(2014년 6월 20일).
3)
인터넷『경향신문』(2014년 9월 6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9061109231&code=910302(검색일:
2015년 6월 14일).
4) 『조선일보』(2014년 5월 20일), p. A31.
5) 유용원․윤정호, “美 "한반도에 사드
영구배치 고려"… 公論化 임박 美, 사드 비용 부담 압박… 한국 정부는 '3 NO(美요청·협의·배치계획 없다)'『조선일보』(2015년 5월
21일), p. A1.
6) 신영순, “THAAD 레이더 논쟁의 허구,” 『국가안보전략』, 16권 6호(2015년 6월), pp.
28-30.
7) 2014년 11월 21일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공동발전을 위한 한중협력 과제와 방향’(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배포된
별도의 슬라이드 자료.
8) 국방부, 『2014 국방백서』(서울: 국방부, 2014), p. 59.
9) M. Nekovee,
et al, "Theory of rumor spreading in complex social networks," Phisica A (July
9, 2008), p. 2. http://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22819843_Theory_of_rumour_spreading_in_complex_social_networks
(검색일: 2015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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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現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장. 前 국방대학교 교수. 육사 34기. 육군대학/합동참모대학을 수석 졸업하고, 미 National War College
와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석사학위를,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신간으로 『핵전쟁에서도 살아야 한다: 생존상식 10단계』
(서울: 21세기 군사연구소, 2015) 가 있음.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의견으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기획 및 편집: 한인택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배포: 강윤미 (제주평화연구원 연구보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