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만 웃어보세요 어르신." 일제히 조명이 켜지고, "하나, 둘, 셋." 신호와 동시에 몇
동이 빛이 쏟아졌다. 주름진 얼굴이 움찔, 굳어지고 처음 해보는 주연에 분 바르고 외출한 늙은 배우는 진땀을
흘렸다. "좀 웃으시라니까요. 장수사진에요 할머니." 무료출사를 나온 남자가 행복하게 웃으라고 보채자 노인은 어정쩡하게
웃었다. 몇 번의 NG 끝에 촬영을 마쳤다.
'무료 영정사진을 찍어드립니다.' 주민센터 게시판에 안내문이
붙여졌다. 호기심에 슬쩍 들여다본 그곳,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할머니들이 모여앉아 있었다. 모처럼 모양내고 나온
나들이. 저 멀리 허름한 낮달이 영정처럼 침침하게 내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