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고 아린 이야기]
어스름한 저녁 길을 걷다가 보니 한 때 즐겨 찾던 선술집을 지난다. 날이 추울 때도 날이 더울 때도 이곳은 나름대로 사연이 많았던 호프집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자영업이 힘들어 다들 어렵다고 난리이고 그래서 한계기업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나 싶은 느낌과 분위기이다. 그래 그런가 이 작은 집도 불이 꺼진지 오래인 듯하다.
이곳을 같이 자주 찾던, 친구 같기도 하고 동네 형 같기도 한 사장님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사장님이 요즈음 보이지가 않는다. 그에 대한 억측이 난무하지만 나로서는 하나도 믿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저 몸이 좋지 않아 잠시 쉬려니 생각하고 있고 그 이상도 이하도 확인된 바가 없다. 아마 이 현실세계로 돌아오면 나에게 제일 먼저 연락을 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사실 요즘 사업이 정말 힘들다. 그래 그런가 불황을 타지 않는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제일 부럽다. 그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바로 정치인들이다. 그 다음은 행정관료와 공무원들이고 또 그 다음은 준공무원들이 아닐까 한다. 그 다음은 대기업, 공공기관에 줄을 댄 업체 등등으로 생각되는 바 이는 짧은 나의 생각으로 짚어 본 것이다.
돈 몇 백원, 몇 천원에 목을 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몇 천억에 몇 조까지 들먹거리는 거물들도 있음을 보면 대부분이 돈 백, 이백 언저리 벌어가며 하루하루를 지탱하는 서민의 삶이 안스럽고 가슴이 시리고 아린 것은 나만의 감상일까?!
주변에 루저라고 자책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본다.
돈을 빌리고 갚지못해 잠수를 하는 사람,
나 돈이 없으니 오히려 당당하게 돈을 입금시켜달라는 사람,
돈이라면 먹고 죽고싶어도 없으니 차라리 배를 째라는 사람,
죽었다가 환생을 해도 못갚을 돈이니 파산을 하는 사람 등등...
사람이 힘들어지고 빠져 나갈 구멍이 없다고 판단이 되면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된다.
야반도주하는 사람,
문고리에 목을 매는 사람,
뛰어내리는 사람,
너죽고 나죽자는 사람 등등,
그런가하면 그것을 놓고 재미인지 습성인지 모르지만 입방아를 찧는 사람까지...
물론 확인된 바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순진무구한 웃음을 보이며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어느날 모르는 전화번호가 떠서 받으면 "우리 라면사리 무한리필에 가서 점심 먹으면서 낮술 한 잔 할까!?"하고 아주 반가운 목소리가 분명 들릴 것이다.
오늘 저녁 마음이 아파 달빛도 가려진 나무 아래서 흐렸던 하늘을 본다. 지금 바람도 없는 밤 더위 속에서 풀섶의 모기가 기승을 부리지만 아린 가슴 때문에 팔뚝인들 종아리인들 아무런 느낌이 없다.
참 슬픈 날이다.
https://youtu.be/0og_yeZxX6E
2016.06.13/달빛도 가려진 나무그림자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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